20일 25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 신용등급 상향·실적 회복 기대감까지아시아나 인수 앞두고 재무건전성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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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과 한진칼이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에 고삐를 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선제적 자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날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만기는 2·3·5년물로 구성됐다. 희망금리는 2·3년물의 경우 개별 민간 채권평가사(민평) 평가금리 대비 -30bp(1bp=0.01%포인트)~+30bp로, 5년물의 경우 개별 민평 대비 -20~+20bp 수준으로 측정했다. 

    대한항공은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4000억원까지 증액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오후 4시까지 수요예측을 마감하고, 오는 28일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번 자금 조달은 지난해 신용등급 상향 후 두 번째다. 작년 10월 대한항공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BBB+(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상향된 바 있다. 2015년 12월 이후 8년 만의 A등급 복귀였다. 이후 11월 공모채를 발행했으나 등급 상향 직후 공모채를 발행한탓에 시장에서는 BBB+등급으로 인식됐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사실상 개선된 신용등급이 반영된 첫 자금 조달로 볼 수 있다. 

    회사는 조달한 자금을 만기를 앞둔 차입금 상환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오는 4월 15일 1250억원, 4월 23일 100억원, 5월 2일 1400억원 등 총 2750억원의 채무상환을 앞두고 있다. 연내 회사채 만기 도래분만 약 7000억원에 달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무보증사채 발행자금 2500억원은 채무 상환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면서 “증액이 결정될 경우 증액분 또한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한항공이 선제적 재무건전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13일 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조건부 승인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 필수 신고국 가운데 미국의 승인만 얻어내면 결합심사를 최종적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올 상반기 중 기업결합 심사를 마무리 짓고 연내 통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말 기준 1660%가 넘는 부채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2021년말 3376.7%, 2022년 말 1780.3%과 비교하면 줄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통합되는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단순합산시 300% 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통합 후 구조개편 등으로 인한 추가 비용도 적지 않게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선제적으로 재무건전성 개선이 필요하다. 신용등급이 개선된 상태로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이자 비용 또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 조달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합병이 연내 가시화된데다 경영실적도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어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4조5751억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액을 달성했다. 코로나19로 3년 가까이 억눌린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도 동남아 및 일본 등 동계 성수기 관광 수요 회복으로 실적 호조가 기대된다.

    한편, 한진칼 또한 3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계획 중이다. 이달 27일 수요예측을 통해 다음 달 7일 발행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의 배당 회복 등으로 현금창출능력이 개선된 상황이어서 수요예측 흥행이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재무건전성은 매우 높은 상황으로 작년 3분기 기준 부채비율 199%, 순차입금 4조4000억원에 불과하다”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재무적 부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추후 자금 조달을 위해 선제적 자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