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캐피탈사 순익, 1년새 1666억원 증발금융당국 PF 적극 대응 후폭풍…충당금 5천억원 급증카드사, 車 금융 진출 따른 본업 위협에 PF 손댔다 낭패GA, 보험 비교·추천 플랫폼 진출 답보…"신사업 길 열어줘야"
-
캐피탈업계의 순이익이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후폭풍으로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에서만 1년새 1600억원가량 증발했다. 본업인 자동차 금융에 카드사들이 진출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PF에 손을 뻗었지만, 리스크 탓에 대규모 자본들이 묶이면서다.다른 업권과 달리 캐피탈업계의 신시장 진출이 철저히 가로막혀 있는 만큼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온다.27일 4대 금융지주 잠정실적 자료 분석 결과 지난해 말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 4곳의 순이익은 모두 8351억원으로, 전년 1조17억원에 비해 16.6%(1666억원) 줄어들었다.신한캐피탈의 경우 순이익이 3033억원에서 3040억원으로 0.23% 늘어난 반면 △우리금융캐피탈 -30.0%(1830억→1280억원) △하나캐피탈 -27.3%(2983억→2166억원) △KB캐피탈 -14.0%(2171억→1865억원) 등 3사는 전년 대비 일제히 감소했다.◇먹거리 뺏겨 부동산PF에 손…대규모 충당금 적립으로 돌아와순이익 하락의 주요 원인은 대규모 대손충당금 적립 때문이다.4개사의 지난해 말 대손충당금은 8598억원으로, 전년 3626억원에 비해 37%(4972억원) 급증했다. 신한캐피탈이 225억원에서 1776억원으로 8배 가까이 뛴 가운데 △KB캐피탈 144%(1249억→2678억원) △하나캐피탈 97.0%(1012억→1994억원) △우리금융캐피탈 88.5%(1140억→2150억원) 3사 역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이는 금융감독원의 적극적인 충당금 적립 주문 여파로 풀이된다.금감원은 지난달 PF 리스크 점검 회의에서 본PF 전환이 안 되는 브릿지론에 대해 결산 시 예상손실 100%로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본PF로 전환된 사업장 중에서도 공사가 지연되거나 분양률이 낮은 경우 과거 경험 손실률 등을 고려해 충당금을 쌓아달라고 강조했다.신한캐피탈 측은 "영업 활성화로 영업이익이 증가했지만, 부동산PF 및 대체투자 관련 평가손실을 4분기에 인식하면서 전년 수준의 순이익을 나타내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A캐피탈 관계자 역시 "부동산 PF 여파로 지난해 충당금 적립 부담이 적지 않았다"며 "그 여파로 순이익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캐피탈업계 입장에서는 본업인 자동차 할부금융시장에 카드사들이 '침투'함에 따라 부동산PF나 유가증권 등 고수익·고위험 투자 수단에 손을 대기 시작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한국금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캐피탈사의 대출채권 가운데 부동산PF 비중은 2018년 12.4%에서 2022년 말 24.6%로 4년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A캐피탈 관계자는 "주 수입원인 자동차 할부 수요가 카드사로 이동하면서 먹거리 시장을 뺏기기 시작했다"며 "단기 고수익을 찾고자 PF 시장으로 찾아갔으나, 이마저도 무너지면서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
◇규제 완화 움직임 제자리걸음…"관심과 지원 절실"캐피탈업계에서는 최근 2~3년간 이어지던 규제 완화 움직임이 더뎌지면서 경영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무엇보다 다른 업권의 경우 여신금융전문업 진출이 가능하지만, 여신금융전문업체들의 다른 금융권 진출은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다.실제 캐피탈사의 숙원 사업인 보험대리점(GA) 진출은 깜깜무소식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제16조)에는 여전사들이 '보험업법에 따른 보험대리점'을 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그러나 보험업법 시행령(제40조)에서는 여전사 가운데 신용카드사만 보험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캐피탈업계는 앞서 수 년간 GA업을 위한 규제 합리화를 요구했다. 캐피탈들이 취급하는 자동차 등 기계·설비 금융에는 보험이 필수적으로 수반돼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이와 관련, 2021년 11월 당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여전사 CEO 간담회에서 마이데이터 라이선스를 취득한 캐피탈사에 대해 GA 라이선스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이에 업계에서 기대감이 커졌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 애초 업계에서는 이듬해 상반기나 늦어도 2023년 이전에는 GA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었다.B캐피탈 관계자는 "특별한 사유도 없이 같은 여전사지만, 카드사는 GA 업무가 허용되고 캐피탈사는 허용되지 않는 차별 규제에 대해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아직 감독당국은 관심이 없는 눈치"라고 호소했다.뿐만 아니라 2021년 간담회에서 지원을 약속했던 내용도 여전히 움직임이 더디다. 당시 △마이데이터 사업 참여 캐피탈사에 GA 업무 진출 허용을 비롯해 △전자상거래(e커머스), 실시간 방송판매 투자 및 진출 등 플랫폼 사업영역 확대 검토 △마이페이먼트, 마이데이터 활용 개인 맞춤형 금융 수요 창출 지원 △신기술사업자 융자 한도 규제 완화 등이 거론됐다.지난달 출범한 보험상품 비교·추천 플랫폼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당국의 승인을 통해 역량도 검증 받았고, 참여 의사를 밝힌 곳도 있었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서비스 운영대상에서 제외됐다.B캐피탈 관계자는 "일부 대형 캐피털사가 대출 비교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보험 중개 서비스는 허용되지 않았다"며 "핀테크 계열의 마이데이터 사업자만 선정되면서 기존 금융사들이 새로운 금융 사업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때문에 업계에서는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신사업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부수·겸영 업무 확대 허용, 통신판매(중개) 허용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 금융당국은 2022년 11월 여전법 개정 TF의 개선방안 발표 당시 여전업의 부수업무 신고에 대한 완화 등 개선안을 포함시켰으나 금융 3법 개정 자체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캐피탈사들은 자동차와 건설, 부동산, 산업장비 등 우리나라 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산업 분야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며 "캐피탈사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기업의 역량을 키워갈 수 있도록 신사업 진출과 산업 간 차별 해소 등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