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에코프로비엠 등 코스닥 시총 상위 기업 코스피행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코스피 초점…코스닥 기업 원성↑투자 유인 대책 필요…법인세 감면 등 세제 혜택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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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시장을 상징하는 대장주들이 잇달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으로 이동하면서 코스닥 시장이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코스닥에 잔류할 만한 유인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최근 정부가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경우, 코스피 시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자칫하면 코스닥이 소외될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대장주 에코프로비엠은 오는 26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코스피 이전 상장 승인을 조건부로 코스닥 상장 폐지에 대한 의안을 상장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시가총액이 24조4014억 원에 달하는 코스닥 1등 기업이다.지난해 이전설이 돌았던 HLB도 조만간 코스피 시장으로 이동한다. HLB는 시가총액이 10조 원을 웃돌아 코스닥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코스닥에 상장 폐지 신청서를 내고 유가증권시장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 제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카지노‧복합리조트 사업을 영위하는 파라다이스도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상장을 추진한다. 오는 22일 정기주주총회 결의 후 4월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만약 6월까지 상장 예비 심사가 승인된다면 이르면 7월엔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파라다이스가 유가증권시장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지난 2013년에 이어 11년 만이다. 당시 회사는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2위에 오를 정도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당시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의 설득과 이전상장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 잔류를 선택했다.이밖에 포스코DX와 엘앤에프는 연초 코스닥에서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한 바 있다. 셀트리온과 합병하면서 사실상 코스피로 간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현재 합병을 추진 중인 셀트리온제약까지 더하면 올해만 벌써 여섯 곳이나 코스닥을 떠나는 셈이다.이는 과거 2003년 코스피 이전 상장 6건을 기록한 이래로 약 21년 만에 최다 건수다.업계에선 이번 '코스닥 이탈' 현상이 심상치 않다고 분석한다. 핵심 기업들의 잇따른 이탈로 시장의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최상위 기업들이 다수 코스닥을 떠나게 되면서 시장 전체가 휘청일 수 있다는 우려다.한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초전도체·정치 등 테마주가 난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스닥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시장을 떠나고 있다"라며 "코스닥 기업의 기업가치 제고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우량기업들이 코스닥 시장을 떠나는 이유는 기관·외국인 투자자의 유입과 기업 평판 제고 때문이다. 특히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될 경우 기관과 외국인의 패시브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정부의 상장사 저평가 해소 대책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사실상 코스닥 기업의 기업가치 제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적 개선과 투자가 절실한 코스닥 업체들에 '이익 창출', '배당' 등을 요구하기엔 무리라는 설명이다.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관심이 저조한 코스닥 시장이 이번 정책을 기반으로 성장 동력을 잃을까 걱정된다"라며 "그나마 있는 기관투자자들의 자금마저도 코스피 시장으로 몰릴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업계 관계자들은 코스닥 잔류 유인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정한 '한국판 나스닥'이 될 수 있도록 명확한 인센티브 제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코스닥 내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중견 기업들이 많은 만큼, 이들이 납부하는 법인세를 감면해 주는 혜택을 생각해 볼 수 있다"라며 "혹은 가업 승계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경영자들의 상속세를 감면해 주는 등 다양한 세제 혜택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증권가에선 코스피 이전상장으로 인한 주가 변동은 일시적일 뿐, 중요한 것은 기업의 펀더멘털이라고 분석했다.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전상장은 회사 내부의 재무나 주식 구조가 바뀌는 등의 변화는 전혀 없고, 단순히 소속 시장만 바꾸는 이벤트에 불과하다"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주가는 수급보다는 펀더멘털 요소를 따라가게 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