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의존도 높은 대형병원 매일 10억씩 손실의료대란 속 일시적 현상 아닌 이대로 '구조개혁'중소·전문병원 역할 확대 등 의료전달체계 정립 政, 의대증원 동시에 '전문의 중심'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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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빅5와 상급종합병원은 매일 수억 원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지속돼 '기능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신 중소병원의 역할을 강화해 의료공백을 방어하는 형태로 의료체계가 가동된다.의료대란에 따른 일시적 변화가 아닌 중증 환자는 3차 기관에 경증 환자는 1~2차 기관으로 향하는 의료전달체계 정립을 위한 생태계 변화다. 정부가 선언한 '전문의 중심' 전환은 대형병원의 출혈을 전제로 의대증원과 함께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졌음을 의미한다.13일 상급종합병원 주요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공의 공백 탓에 하루에 수억 원에서 1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입원 환자는 평상시 대비 40%가 줄었고 수술은 절반 이상 줄어 매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병상 가동률도 50%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 이상 환자를 받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사실상 이번 주가 분수령으로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쥐고 대화를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가 '2000명 증원'에 못을 박고 있어 조율점은 찾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결국 의사 외 간호사 등 타 의료직역과 행정직원들은 무급휴가를 떠나야 하는 실정이며 장기화시 기존에 수행했던 업무 중 일부만 가능해지는 구조로 변한다.익명을 요구한 상급종합병원장은 "현 상황에서 매출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지탄받을 일로 여겨져 함구하고 있지만 고통스런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며 "일부 병원에서는 직원 급여를 위해 대출을 준비하는 곳도 있다"고 했다.그는 "외국과 비교해 전공의 비중이 높은 것은 저수가 구조 때문인데 마치 병원이 수익을 위해 전공의를 갈아 넣었다는 표현이 기정사실화돼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다"며 "이 사태가 지속되면 버티지 못하는 곳도 나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이에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전국 상급종합병원 20곳에 군의관 20명과 공보의 138명(일반의 92명 포함)을 파견했다. 이들은 이틀 전 각 병원에 투입돼 근무를 위한 교육을 받았고 이날부터 본격 진료에 들어간다.다만 군의료와 지역의료의 부재를 감수하고 결정한 대책이라 장기적 운영은 불가능하다. 결국 의료전달체계의 최상위 꼭짓점인 3차 병원인 상급종합병원의 기능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드는 '쏠림 현상'의 강제 조정이 이뤄지는 셈이다.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수련생인 전공의 이탈로 생기는 현장의 불편은 왜곡된 의료체계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전공의의 값싼 노동력으로 활용해 온 병원 운영구조를 이번 기회에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이는 '전문의 중심' 병원 운영체계로의 변화를 의미하며 이때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환자, 연구, 수련의 기능만 담당하게 된다. 수도권에 세워지는 대형병원 분원은 '병상 수 과잉'이라는 비판 아래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빅5 아닌 동네병원서 대응하는 생태계 조성대신 대형병원 환자의 절반은 의료체계의 허리 역할을 하는 2차 병원에서 담당해 각 지역에서 대응하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이는 중소, 전문병원을 비롯해 지역의료계에서 요구했던 의료전달체계 정립과 맞닿아 있다.경기도 소재 중소병원장은 "공교롭게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고질병이었던 대형병원 독식구조가 풀려 자연스럽게 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이 됐다"며 "의대증원과 별개로 이러한 변화는 바람직한 방향성"이라고 설명했다.의료전달체계 정립 과정에서 복지부 지정 전국 109곳이 간판을 달고 있는 전문병원의 역할론도 강화된다. 각 질환별로 고난도 환자를 받을 수 있는 전문의가 포진한 곳으로 규모는 작지만 특정 분야에 충분한 대응 능력을 갖춘 곳이다.전날 한덕수 총리는 뇌혈관질환 전문병원인 명지성모병원을 방문해 "전문병원도 실력이 있으면 상급종합병원만큼 수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전 국민이 빅5병원에 가는 모순을 해소하고 '우리 동네 빅5'를 믿고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