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엽 KMI 연구위원 "개인적 거리두기 통해 감염 예방"1년 사이 환자 약 470배 증가 … 영유아 물론 청소년 유행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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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병관리청
    생후 2개월 미만의 영아가 백일해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망했다. 감염 시 중증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인 1세 미만 영아 보호를 위해 임신부, 동거가족 및 돌보미 대상 백일해 백신 접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통상적 고위험군을 벗어나 청소년 중심으로 확산세가 커지고 있어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백신접종 등 개인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수석상임연구위원은 "백일해 1세 미만 영아 사망이 발생했고 지속적인 확산세를 보여 고위험군 대책이 절실하다"면서도 "비단 영유아가 아니라 청소년에게도 유행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까지는 수능시험을 앞둔 수험생이 주의해야 할 감염병은 독감과 코로나19였으나 올해는 새로운 다크호스가 떠올랐다. 바로 백일해다"라고 말했다.

    실제 2023년에는 1월부터 10월 말까지 64명의 백일해 환자가 보고됐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총 2만 9,986명(잠정 집계)이 보고돼 환자가 1년 사이 약 470배 증가했다. 

    신 연구위원은 "백일해 유행의 특징도 달라졌다"며 "백일해는 주로 1세 미만 영아가 고위험군이고 대부분의 확진자와 사망자가 이 연령대에서 나오는데 현재 3분의 2 이상이 10대 청소년이다. 대학 입시를 앞둔 수험생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올해 백일해는 '백일해균'과 '근연종' 동시 유행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Bordetella pertussis)이라는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 감염병이다. 백일해균의 4촌쯤 되는 보르데텔라속 근연종에는 8종이 있다.

    이 가운데 3종(B. parapertussis, B. bronchiseptica, and B. holmesii)은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고 백일해와 유사한 증상이 있다.
     
    올해 백일해는 백일해균뿐 아니라 근연종인 홈자이균(Bordetella holmesii)이 같이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백일해균에 의한 감염병만 백일해로 분류해야 하지만 통상적인 의료기관의 진단 검사에서는 백일해균과 보르데텔라속 근연종을 구분할 수 없다.
     
    때문에 보르데텔라속 근연종 감염도 백일해로 방역당국에 신고되며, 과거에도 동일한 기준으로 백일해 환자를 집계해 왔다.
    백일해균이든, 보르데텔라속 근연종이든 증상이 나타나 병원에 올 정도라면 치료는 동일하기 때문에 환자의 진단과 치료 단계에서 어떤 종인지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임상적으로도 큰 의미는 없다. 다만, 방역당국에서는 근연종의 종류를 별도로 분석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파력 강해 가족 내 감염 등 주의 … 백신 접종 필수

    백일해는 집중치료를 해도 신생아 사망률이 4%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으며, 백일해에 의한 사망의 80%가 1세 미만 영아다. 또한 가족 내 감염으로 인한 2차 발생률이 80%에 달한다.
     
    신생아를 돌보는 가족 한 명이 걸리면 신생아는 물론이고 모든 가족이 다 걸린다고 보면 될 정도로 전파력이 강하다.

    영아는 스스로 손을 씻을 수도 없고 마스크를 쓰게 할 수도 없기 때문에 백일해 감염에서 영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백신접종이 필수적이다. 

    임신부는 매 임신마다 27~36주에 백신을 접종하면 모체에서 형성된 방어 항체가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넘어가 출산 후 영아를 보호해준다.

    생후 12개월 미만 영아와 자주 접촉하는 모든 사람(가족, 의료기관 종사자, 보육시설 종사자 등)은 아이와 접촉하기 2주 전까지 백신접종을 마쳐야 한다.
     
    태어난 아이는 1세 미만 적기 접종(2·4·6개월)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후 추가접종 3회(15~18개월, 4~6세, 11~12세)도 꼭 챙겨야 한다.

    특히 11~12세 추가접종을 하지 않은 중고등학생들이 올해 백일해 유행에 가장 취약하다. 접종 시기가 늦었더라도 따라잡기 접종은 유효하다.

    ◆수험생 특수성 고려한 '개인적 거리두기' 필요

    백일해는 백신접종을 통한 예방이 최선이지만 당장 수능이나 면접, 실기시험 등을 앞둔 수험생은 지금 당장은 백신접종이 1차 선택지가 되기 어렵다.
     
    백신접종은 2주 이상 지나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백일해 백신은 접종 후 국소적 또는 전신적 불편감이 흔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시험 전 컨디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수험생의 경우 백일해 감염 후 입원이 필요한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백일해는 2급 법정감염병으로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 3주간, 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치료 시작 후 5일간 격리가 원칙이다.

    입원과 격리 등으로 인해 수능뿐 아니라 면접, 실기 등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수 주 이상 기침이 지속되는 백일해의 특성상 시험 전 컨디션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신 연구위원은 "백신접종을 당장 할 수 없다면 다른 방식으로 백일해를 예방해야 한다"며 "예방의 핵심은 거리두기로 병원체에서 멀어질수록 안전하다는 건 상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일해는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백신접종 등 개인적 거리두기의 3대 원칙만 잘 지켜도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백신접종이 어려운 수험생의 경우 백일해뿐 아니라 대부분의 감염병을 막아낼 수 있는 손 씻기와 적절한 마스크 착용을 통해 감염을 예방하고 시험 전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