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지지로 탄생한 새 수장 역할론 주목젊은 의사 스스로 대화하도록 환경 조성의학도 꿈꾸는 학생들이 많아진 2025학년도 수능수능 날 비대위 본격 회무 돌입 환자 피해 최소화 위한 협상 타결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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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공의들은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탄핵에 앞장섰고 이를 대체할 비상대책위원장 탄생에도 개입했다. 복잡한 전략이나 정치적 셈법이 없어도 말 한마디에 원하는 바를 얻었다. 그렇게 젊은 의사가 주도권을 쥐게 됐다. 

    실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들의 카카오톡 단체방에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을 지지한다고 밝히자 예상대로 이뤄졌다. 

    당초 전공의들의 원했던 임현택 회장의 탄핵 이후 의협 비대위원장의 자리에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을 올리자는 의견도 나왔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대신 전공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적임자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 전공의들이 의협을 중심으로 한 여러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젊은 의사들의 견해가 중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당선 축하드린다. 이제 시작이다"라고 화답했다. 결이 맞는 선후배 라인의 형성된 것이다. 그간 세대 갈등으로 인한 의료계 내홍이 거셌다는 점을 반추하면 일치된 의견을 낼 수 있는 시기로 바뀌었음을 시사한다. 

    전공의와 의협 비대위가 합을 맞추는 것은 환영할만한 변화지만 봉합이 아닌 투쟁의 노선만 강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엔 9개월째 지속된 의료대란이 내년에 더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게 된다.

    박형욱 비대위 체계는 약 50일간의 업무를 진행한다. 내년 초 의협회장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여야의정협의체가 가동된다는 것은 긍정적 의미를 갖는다. 이미 의학회는 정부와의 대화를 진행 중인데, 비대위원장이 의학회 부회장이니 말이다. 

    특히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이를 근거로 정부와의 소통과정에서 수월한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협상의 자세를 갖춘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쟁점은 박 비대위원장이 전공의들을 수면 위로 올려 협의체에 참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지다. 젊은 의사들은 끝도 보이지 않는 막내가 아니라 탄핵과 당선을 쥐락펴락하는 위치로 올라섰기에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대화해야 한다는 선배의 조언이 필요하다. 

    사태 봉합을 위해 당사자가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를 추구하지 않고 대리로 의견을 받아 전달하는 구조에 머문다면 해결책은 없다. 탄핵 전과 달라진 것이 없는 공허하게 시간만 보내게 될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결국은 환자와 공감대를 잃으면 안 된다는 중론이다. 의정 갈등이 심화하면서 의료계는 악마화 논란에 휩싸였고 기득권 유지만을 위해 경주하는 집단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켜켜이 쌓인 오해를 이해로 풀어내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의료대란 초기 한 원로의사는 "의사는 환자가 있어야 존재한다"는 문장을 귀중히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엄중히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떤 대책도, 대화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생명을 잃은 환자의 희생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수능 날에 비대위 체계가 들어서기에 수험생을 고려한 신중한 대처도 있어야 한다. 종로학원이 추정한 반수생 지원자는 9만3195명에 달했다. 반수생은 통상 대학 입학 후 1학기를 마치고 재수하는 학생을 말한다. 상위권 N수생은 의학도의 꿈을 다시 키웠다. 

    의대증원이 결정됨에 따라 인생을 건 도전을 하는 수험생의 의지를 의사 선배가 짓밟는 구조로 전환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정책 결정의 비판과 별개로 절차적으로 되돌리기엔 너무 많은 희생을 담보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 

    전공의 지지에 의해 당선된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의대생부터 병원장까지 의사 전체 직역을 아울러 일치된 의견을 내고 수험생과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협상안을 도출해야 하는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이미 전공의가 점지한 새 의협회장 후보가 있고, 벌써부터 당선이 유력하다는 후문이 공공연히 떠돈다. 혼란의 시기에 들러리 역할만 하게 될 것이라는 비판 여론에 맞서 50일간의 비대위 체제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봉합을 위해 결론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