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8일 양곡법·농안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직회부 의결농식품부 "농업경쟁력 악화 등 부작용 우려 커, 동의하기 어려워"고준위 방폐법·국가재정법 등 주요 경제법안들 자동폐기 위기
  • ▲ 소병훈 위원장이 18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산물 가격 안정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안 등을 야당 단독으로 가결하고 있다.ⓒ연합뉴스
    ▲ 소병훈 위원장이 18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산물 가격 안정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안 등을 야당 단독으로 가결하고 있다.ⓒ연합뉴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수조 원의 혈세를 투입해야만 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법안이란 질타를 받는 '양곡관리법(양곡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개정안 등을 본회의에 직회부하고 나섰다. 현 21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약 1만7000건에 달하고, 이 중에는 조세특례법과 유통법 등 각종 민생·경제 살리기 법안이 수두룩하지만, 민주당이 총선 승리에 도취해 정부가 반대하는 법안 만을 입맛대로 밀어붙이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野, 정부 압박 시작 … '양곡법'·'농안법' 개정안 본회의 올라간다

    민주당이 18일 '양곡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 등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 생산량이 평년보다 3~5% 증가하거나 쌀값이 5~8% 떨어지면 정부가 과잉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농안법 개정안은 쌀, 과일, 채소 등 농산물 가격이 시장가의 기준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시 정부가 생산자에 차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급하는 '가격보장제'가 핵심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초 양곡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국회에서 통과시켰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쌀의 과잉생산을 부추기고 농업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판단해 지난해 4월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민주당은 양곡법 개정안 내용 중 3~5% 하락시 '초과생산량을 매입해야 한다'는 내용을 '농식품부 차관이 위원장인 양곡수급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매입하도록 바꿨다. 이후 지난 2월 농안법 개정안과 함께 야당 주도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겼다.

    국회법 제86조에 따르면 법안이 법사위에 60일 이상 계류되면 소관 상임위원회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에 부의를 요청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날(18일) 오전 민주당은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안법 개정안, 농어업회의소법, 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 등 5개 쟁점 법안에 대해 국회 본회의 직회부(본회의 부의 요구)를 의결했다.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은 민주당의 행보에 대해 "의회를 무시하는 일방 독주이자 다수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이어 "야당이 다수당이 됐다고 힘 자랑을 하고 있다"며 "첫 신호탄으로 (본회의 직회부 의결을) 보여준 것이다. 대한민국 의회의 법치는 어디갔나"라고 개탄했다.
  • ▲ 중소기업 단체들이 지난 1월 31일 국회 앞에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불발 규탄 대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 중소기업 단체들이 지난 1월 31일 국회 앞에서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불발 규탄 대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소통 강조한 민주당, 정부 추진 정책 관련 법안은 폐기 위기

    민주당은 정부와 갈등을 빚은 법안에 대해선 밀어 붙이고 있지만, 정부와 경제계가 법 개정을 호소하는 경제·민생 법안에 대해선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에 계류중인 법률안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고준위 방폐법)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유통산업법 ▲국가재정법(재정준칙법)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등 주요 경제법안을 포함해 총 1만6351건이다.

    고준위 방폐법은 원자력발전소 가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중 방사능 준위가 높아 위험도가 큰 폐기물을 영구처리하기 위한 법안이다. 영구처리시설인 방폐장을 짓기 위한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2022년 11월부터 논의를 해왔음에도 민주당의 '탈원전' 기조와 부딪혀 진척이 없었다. 고준위 방폐장은 부지 선정부터 건설까지 최장 37년이 걸린다. 당장 내년부터 부지 선정에 들어가도 2062년 이후에야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시급을 다투는 사안이지만, 민주당은 만만디 행보를 보인다.

    유통산업법 개정안은 대형마트 의무휴무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바꾸고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유통법 개정안은 지난 2021년 6월 발의됐으나 현재 3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은 전통시장의 소상공인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반대한다. 알테쉬(알리·테무·쉬인)로 대표되는 중국 이커머스업체의 국내 공습이 거센 상황에서 대항마로 꼽히는 국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이 규제로 막히면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재정준칙을 법제화 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 역시도 민주당이 확장 재정 운용을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다. 이들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5월 30일 자동 폐기된다. 차기 국회에서 재추진하더라도 민주당이 관심을 쏟지 않을 경우 처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진녕 변호사는 "민주당은 지난 총선 기간 윤석열 정부에 협치와 소통을 강조했으면서 정작 입법에 있어서는 협치와 소통을 거부하는 내로남불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협치를 강조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양곡관리법·농안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후에 윤 대통령이 재차 거절하면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더 강화하려는, 정치적인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 야당 행보에 "개정안 부작용 커, 반대"

    야당의 입법 폭주에 정부는 즉각 반대 입장을 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예정에 없던 보도자료를 내고 양곡법 개정안이 쌀 공급과잉을 부추기고 미래 농업 발전을 위한 예산 확보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농식품부는 입장문에서 "(양곡법 개정안에) 지난해 4월 정부의 재의 요구 이후 국회에서 부결된 ‘남는 쌀을 정부가 강제적으로 매수’하게 되는 내용이 또다시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업인이 쌀 생산을 유지할 강력한 동기가 부여되어 쌀 공급과잉 구조가 심화될 것"이라며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재원이 사용되면서 청년 농업인, 스마트농업 육성과 같은 미래 농업 발전을 위한 예산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농안법 개정안에 대해선 "농산물에 대한 농업인의 수급조절 의무 없이 가격보장을 할 경우, 보장수준이 높은 품목으로 생산 쏠림이 발생하여 과잉생산이 우려된다"며 "이해관계자가 포함된 농산물가격안정심의위원회를 통해 대상품목 선정, 기준가격 결정 등이 이뤄진다면 제도 시행 과정에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야기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격안정제에 투입되는 자금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상 감축대상 보조금으로, 한도 초과 시 온전한 지급이 어렵거나 국제규범 위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WTO 농업협정에 따르면 생산과 무역을 왜곡하는 보조는 감축대상 보조로 분류돼 지급에 제한이 생기며,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1조4900억 원의 감축대상 보조 한도가 설정돼 있다.

    농식품부는 농안법 개정안의 가격안정제가 미국의 제도와 비슷하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차이가 있다며 선을 그었다. 현재 미국 농가는 미 정부가 농가에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가격손실을 보장하는 PLC(Price Loss Coverage)와 수입손실을 보장하는 ARC(Agricultural Risk Coverage)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반면 농안법 개정안은 소득과 가격 모두를 보장하는 법안이다. 또한 PLC 대상이 되는 작물의 기준가격은 대부분 생산비 이하이고 기본 면적의 85%에 대해 지급한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두 개정안에 대해 "생산을 왜곡하는 가격지지 중심에서 농가 소득안정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전면으로 역행한다"며 "본회의 전까지 논의의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전문가․농업계 등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의견을 모아 농산물의 안정적 생산과 수급관리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