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수익 8.4조…업계 21개사 수익의 26% 차지지급여력비율도 업계 수위…수익성-건전성 모두 확보새 제도 도입 3년 전 시스템 구축 완료-노하우도 축적홍원학 대표 복귀-핀셋 조직개편…신성장동력 마련 박차
  • ▲ 삼성생명. ⓒ삼성생명
    ▲ 삼성생명. ⓒ삼성생명
    삼성생명이 회계제도 변경에 대한 적극적인 선제 대응으로 수익성과 건전성 모두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홍원학 대표의 복귀와 미래 전략에 염두에 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중장기 성장 발판까지 마련했다. 실적 턴어라운드는 물론, 업계 리더로서 '초격차'까지 확보했다는 평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생명의 보험수익은 전년 7조6801억원 대비 9.94% 증가한 8조444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21개 생명보험사 전체 보험수익 31조3340억원의 26.9%에 달하는 규모다. 

    같은 기간 업계 2위인 한화생명과 3위 교보생명의 보험수익은 각각 4조6200억원과 3조6610억원이다. 양사를 합산해도 삼성생명보다 적다.

    보험수익은 기존 회계기준인 IFRS4에서의 경우 당해 수취된 모든 보험료를 수익으로 인식하는 현금주의였다면 새 회계제도인 IFRS17에서는 보험기간 균등하게 수익을 인식하는 발생주의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일시납이나 저축성보험 등은 매출에서 제외됐다.

    삼성생명의 높은 보험수익은 경쟁사에 비해 높은 보험계약마진(CSM) 상각액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삼성생명의 CSM 상각액은 1조3680억원으로, 상각률은 10.0%다. 상각액과 상각률이 각각 1조원과 10%를 넘는 곳은 생보업계 상위 4개사(삼성·한화·교보·신한라이프생명) 중 삼성생명이 유일하다.

    한화생명의 CSM 잔액과 상각률은 8870억원과 8.8%다. △교보생명 4370억원, 6.7% △신한라이프생명 6970억원, 8.9% 등도 삼성생명을 밑돈다.

    CSM 상각액은 보험사의 부채이자 장래 미실현이익인 CSM에서 매년 일정 규모로 상각돼 보험수익으로 인식되는 금액이다. CSM 상각률은 당해 기말 CSM에서 제외된 CSM 상각액을 더한 금액 대비 CSM 상각액이다. 금융감독원은 과도한 이익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보험사에 상각률을 10% 안팎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통상 CSM 상각액이 많을수록 당해 보험수익이 늘어나지만, CSM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삼성생명의 CSM 성장세는 지난해 4개사 중 가장 우수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의 CSM 잔액은 12조2470억원으로, 전년 10조7490억원에 비해 13.9% 늘어났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은 5.37%(9조7630억→9조2380억원) 감소했으며 △교보생명 10.4%(5조5340억→6조1150억원) △신한라이프생명 3.52%(6조9250억→7조169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CSM 상각 규모만큼이나 압도적인 신계약 CSM을 쌓은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삼성생명이 축적한 신계약 CSM은 3조6280억원으로, 2위인 한화생명 2조5410억원보다 42.7% 큰 규모다. 당해 보험수익과 장래 이익인 CSM을 모두 챙긴 셈이다.

    새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에서도 삼성생명의 초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 K-ICS 비율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로,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으로 산출한다. 보험업법상 최고 기준치는 100%이며 금감원은 150%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K-ICS 비율은 218%로, 생보업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생명은 183%, 교보생명 193%, 흥국생명은 158%를 기록했다.
  • ▲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 ⓒ삼성생명
    ▲ 홍원학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 ⓒ삼성생명
    이처럼 삼성생명이 새 회계기준 전환기에도 리딩 보험사 자리를 놓지 않은 것은 IFRS17이 도입된 2023년보다 3년 앞서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면서다. 가장 먼저 대비했을 뿐만 아니라 핵심 모듈에 가정관리, 현금흐름산출 등을 포함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구축했다.

    덕분에 경영분석이나 전략 수립 등 시스템을 활용하는 시도 역시 빠르게 시작할 수 있었다. 이미 2021년에는 전환 결산을, 2022년에는 재무제표를 IFRS17 기준으로 병행 산출하면서 시스템 운영에 대한 노하우도 축적했다. IFRS17에서도 업계 선두자리를 유지,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를 컨트롤할 수장도 과감하게 교체했다. 동시에 조직개편에서 손익과 직결되는 IFRS손익관리팀과 시장대응팀을 신설하는 등 IFRS17發 패러다임 변화에 본격적으로 대응했다. IFRS손익관리팀은 무엇보다 사업역량 제고를 목표로 상품혁신 및 효율화를 통해 안정적인 CSM 흐름을 형성·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생명의 리더십 교체를 두고 업계와 금융권 안팎에서는 성장 침체에 따른 후속 조치라는 평이 잇달았다. 실제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이 단행되기 전까지 2023년의 삼성생명은 여러모로 자존심이 상한 해였다.

    3분기 누계 기준 순이익은 1조4497억원으로 삼성화재보다 2000억원가량 적었다. 자산 규모가 300조원에 달하지만, 자산 90조 삼성화재보다 수익성이 뒤처진 것이다.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의 경우 처음으로 한화생명에 추월당했다.

    변화는 불가피했고, 그 신호탄은 홍원학 대표의 복귀였다. 삼성생명 출신인 홍 대표는 삼성화재에서 리더십과 사업추진력을 바탕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이뤄냈다. 이 같은 성공 경험을 삼성생명에 이식하고, 사업의 판을 확장해 성장동력 확보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IFRS17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리더십 교체는 실적 반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 집계를 보면 삼성생명의 1분기 순이익 컨센서스는 5420억원으로 형성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7390억원에 비해 26.6% 줄어든 수준이다. 하지만 전분기 4456억원에 비해서는 21.6% 신장할 전망이다.

    게다가 상반기 순이익 컨센서스의 경우 9955억원으로, 전년동기 1조388억원 대비 -4.17% 수준으로 그 격차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

    ◇수장 교체-조직개편 바탕 제3보험-자산운용 등 신성장동력 확보 '박차'

    뿐만 아니라 조직개편을 바탕으로 '제3보험' 시장 경쟁에 적극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3보험은 생보와 손해보험 특성을 둘 다 가진 보험으로, 생보사와 손보사 모두 취급할 수 있다.

    특히 IFRS17 하에서 CSM 기여도가 높아 보험업계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 그간 홍 대표가 삼성화재에서 쌓은 손보 이해도와 노하우를 접목하기 적합하다는 평이다.

    삼성생명은 기존 종신보험에서 건강보험 중심으로 상품 포트폴리오 전환 작업에 착수했다. 연간 3조원의 신계약 CSM을 목표로 내걸며 사실상 건강보험을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할 방침이다. 이달 들어서는 치아보험상품의 보장을 강화하면서 점유율 확대에도 나섰다.

    홍 대표는 신년사에서 "이제부터는 모든 개념과 관점의 외연을 확장해 생보와 손보, 금융과 제조, 기술과 서비스까지 서로 다른 전영역을 '연결'해야만 하는 시대"라며 "사업의 판을 확장해나가다 보면 그간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고객과 사업 기회를 찾을 수 있고 본업과의 시너지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와 함께 삼성생명의 미래를 견인할 수 있는 새로운 모멘텀으로 자산운용을 꼽았다. 최우선 과제로 '글로벌 종합자산운용 체계'의 완성을 제시했다.

    앞서 삼성생명은 2020년 국내 보험에만 의존하던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수익원을 다변화하기 위해 2030년까지 국내 보험 38%, 해외 보험 30%, 자산운용 32%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홍 대표가 경영전략에서 자산운용 확대를 강조했던 만큼 추가 해외 자산운용사 지분투자에 나설 것으로도 점쳐진다.

    홍 대표는 "삼성생명 미래 성장의 핵심은 자산운용"이라며 "운용 자회사뿐만 아니라 금융 관계사와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운용사 지분투자의 질과 양 그리고 속도를 높여 글로벌 종합자산운용 체계를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