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공저 '축적의 힘' 재조명거대한 내수 '공간의 힘'으로 '시간의 한계' 극복'추격과 모방' 한국, 창조적 개념 설계로 바꿔야세계 최초 개발 '핀펫' 사례 반면교사
  • "중국 제조업에 역전 당할 것이다"

    10년 전 서울대의 경고가 현실이 되고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2015년 서울대 공대 교수 26명이 함께 펴낸 '축적의 시간'이 재조명 받고 있다.

    당시 이정동 기술경영학 교수를 필두로 한 서울대 교수들은 한목소리로 '중국을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거대한 내수시장이라는 '공간의 힘'을 빌려 '시간의 한계'를 극복할 것이란 전망이었다.

    선진국들이 100여년에 걸쳐 쌓아 올린 경험을 중국은 단 10년 만에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회주의 경제 특성상 특정 기관이나 기업에 경험을 몰아주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10년이 흐른 현재.

    중국은 자동차, 가전, 휴대폰,해양플랜트 등 거의 모든 산업 영역에서 세계 최초 모델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공간의 힘이 시간의 한계를 극복할 것이란 '예언'이 현실화한 모습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사전 예견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역전'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 ▲ 축적의 시간ⓒ예스24
    ▲ 축적의 시간ⓒ예스24
    중국이 여태까지 '반도체 굴기'에 쏟아부은 돈이 수백조원에 달한다. 만약 이 돈을 전기차, 배터리, 디스플레이, 태양광, 석유화학에 투자했다면 한국 관련 산업은 훨씬 일찍 궁지로 내몰렸을 것이다.

    초격차를 보이던 반도체 산업도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한 상태다.

    중국은 지난해 고성능 7나노미터(nm) 생산에 이어 이달 HBM까지 개발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서울대 교수들은 '추격과 모방'에 익숙해진 한국 산업의 체질을 "창조적 개념 설계'로 바꿀 것을 촉구한다.

    일례로 20년 전, 한국의 한 반도체 기술 전공 교수는 세계 최초로 핀펫(FinFET)'이라는 3차원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고, 국내 반도체 회사에 아주 유리한 조건으로 기술 이전을 제안했다. 

    하지만 1년에 걸친 설득에도 해당 회사는 핀펫 기술을 채택하지 않았고, 반도체 역사의 한 획을 그은 핀펫 기술은 미국 회사가 먼저 실시권을 이전받아 2011년부터 양산에 나섰다.

    현재 이 기술은 비메모리 반도체의 표준 기술이 돼 인텔, 삼성, TSMC 등 글로벌 파운드리 양산에 적용되고 있다. 

    한국 제조업은 '제2의 핀펫 기술'을 발굴해야 한다. 그리고 써야 한다. 이미 카운트다운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