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정·후불요금제 무의미, 선불유심 대다수계륵된 전용 상품, 기본 데이터도 작아관련 통계 전무… ‘구색 맞추기’ 비판
  • ▲ ⓒSK텔레콤 T글로벌 가입안내 홈페이지 화면 캡처
    ▲ ⓒSK텔레콤 T글로벌 가입안내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이통3사의 외국인 전용 요금제가 낮은 실효성으로 인해 빈축을 사고 있다. 저조한 가입자로 실질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는 외국인 전용 요금제 등 국내 거주 또는 장기체류 외국인을 위한 통신 상품과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3월 말 기준 장기체류자격을 가진 외국인은 191만명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증가세가 주춤한 이후 다시 늘어나는 상황이다. 단기체류 자격 외국인까지 합치면 약 260만명 수준으로, 시장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외국인 등록증이 있거나 여권을 지참하면 외국인도 국내 가입자들과 같은 통신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모든 상품에 똑같이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특정 상품의 경우 외국인 이용이 제한되는 경우도 일부 존재한다. 외국인은 신원이나 신용 확인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셀프개통이 어렵거나, 할부 개통이 제한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통3사는 외국인 고객의 이용 특성에 맞춘 전용 요금제를 갖추고 있으며, SK텔레콤은 ‘T글로벌’이 있다. 가장 저렴한 상품인 T글로벌 퍼펙트는 월 6만9190원에 월 12.5GB 데이터를 제공한다. 기본 데이터 이용이 끝나면 매일 2GB를 추가로 지원하며, 이마저도 소진 시 최대 3Mbps 속도로 사용 가능하다.

    SK텔레콤에 따르면 T글로벌 요금제는 위챗이나 텔레그램 등 자국에서 사용하는 메신저를 활용해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외국인들의 특성을 고려해 설계됐다. 외국인들의 이용 패턴에 맞춰 나라별 요율에 따라 10~90분 국제전화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KT는 4월 외국인 전용 ‘5G 웰컴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월 3만9000원부터 1만원 단위로 기본 데이터 제공량과 지속 이용가능한 데이터 속도에 차등을 뒀다. 웰컴 1은 기본제공 1GB가 소진되면 1Mpbs 속도로 사용 가능하며, 웰컴 3은 3GB에 3Mpbs·웰컴 5는 5GB에 5Mpbs를 지원한다.

    기본 데이터 용량은 가장 비싼 5만9000원 요금제여도 일반 요금제 대비 4배가량 적은 수준이다. KT 관계자는 “사용자에 이용 패턴에 맞춘 특수한 요금제로서 일반 요금제와 같은 선상에 놓으면 안된다”고 해명했다.

    LG유플러스는 3사 중 유일하게 외국인 전용 요금제가 없다. 무선 상품이 아닌 1년 약정의 유선 상품을 외국인도 가입할 수 있다고 상품 안내를 하는 정도다.

    이통3사가 적극적으로 외국인 전용 상품을 개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용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장기체류 외국인이라고 해도 기간이 짧기 때문에 약정 기간이 길거나 할부를 이용하는 상품을 가입하는 사례는 적다. 대부분 공항이나 편의점 등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유심을 활용한 선불 요금제를 이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장기체류 외국인에 한정돼 가입 조건도 까다롭다. T글로벌의 경우 90일 이상 체류, 외국인 등록증 소지 등 후불요금제 가입 조건을 갖춘 외국인만 이용 가능하도록 명시돼있다. 국내 체류 기간이 천차만별로 다르고, 장기체류라고 해도 대부분 90일 수준이기 때문에 통신사를 통한 후불요금제 가입 자체가 많지 않다.

    이통3사는 외국인 요금제 개발과 유지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관련 요금제와 서비스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수준이다. SK텔레콤의 전용 요금제 T글로벌의 출시년도는 2017년으로, 이후 상품구성은 바뀐 부분이 거의 없다. KT가 최근 웰컴 요금제를 내놨지만, 출시 때부터 10월까지 한시로 운영되는 프로모션 성격임을 분명히 했다.

    관련 통계도 전무한 실정이다. 이용자 자체가 많지 않은 만큼, 통신사별 가입자 현황이나 선불·후불 등 개통방식별로 구분한 기초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이통3사도 관련 통계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3사는 장기체류 외국인을 비롯해 외국인 고객이 늘어나는 것에 맞춰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구색 맞추기 수준에 불과하다”며 “수준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관련 통계 현황을 우선 파악하고, 개통 편의성을 높이는 등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