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지원금,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목적정책에 대한 판매자별 의견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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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동통신사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정책이 시행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소비자들은 체감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판매 현장에는 불법보조금을 빙자한 사기영업이 득세하는 등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로 이어지지 않는 분위기다.6일 오후 신도림 휴대폰 집단 상가를 방문했다. 매장 곳곳에 ‘최대지원금’, ‘신도림 최저가’ 등 고객들의 수요를 붙잡기 위한 플래카드가 가득했다.집단 상가 복도에서는 가격만 알아보고 가라며 다급하게 발길을 붙잡는 목소리가 들렸다. 통신사 이동으로 전환지원금을 받고 싶다고 하자, 통신사 확인에 이어 원하는 기종을 물어봤다. 통신사와 기종에 따라 전환지원금 책정 금액이 다르기 때문이다.판매자는 SK텔레콤과 KT로 이동하는 조건의 갤럭시 S24를 추천하며 지원금 5만원이 적힌 태블릿을 보여줬다. 최신 기종으로 요청하니 갤럭시 Z 플립6와 아이폰 16시리즈에는 전환지원금 0원이 적힌 모니터를 가리켰다.통신사 번호 이동시 신규 기종에도 최대 50만원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A씨는 “전환지원금은 구형 모델에 주로 책정되고 평균 5만원에서 10만원 사이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무의미한 제도”라며 “위약금과 가족 결합 혜택 등을 고려하면 기기 변경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말했다.정부는 3월 통신사 경쟁을 통한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번호이동 시 추가로 지급하는 보조금인 전환지원금을 도입하고, 상한선은 최대 50만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다만 7일 기준 SK텔레콤은 최대 32만원, KT는 최대 33만원, LG유플러스는 최대 20만원을 지원하며 정책 목표에 걸맞은 활성화는 미흡한 실정이다.인기 기종 아이폰15와 Z플립5에는 이통3사 지원금은 최대 20만원에 형성됐다. 신규 출시된 갤럭시 S24 FE에는 전환지원금이 책정되지 않았지만 23년 2월에 출시된 갤럭시 S23 모델은 이통3사별 최대 전환지원금이 제공됐다.다른 판매점에서는 전환지원금에 더해 최대 70만원 지원을 약속했다. 이를 감안했을 때 KT로 번호이동 시 갤럭시 S24를 무료로 살 수 있는 셈이다.1월에 출시한 갤럭시 S24는 128GB 기준 출고가 115만5000원이다. 판매자는 공시지원금 50만원에 15% 추가보조금인 7만5000원, 전환지원금 5만원과 불법보조금 53만원을 제외한 0원이 표시된 계산기를 보여줬다.어떻게 불법보조금이 가능한지 묻자 “통신사는 기기 파는 장사보다 요금제를 파는 장사”라며 “비싼 요금제를 하시면 저희가 남는 것에서 나눠 드리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후 요금제 11만원을 6개월 유지하는 조건을 내걸었다.불법보조금을 빙자한 사기영업이 득세하는 모습이다. 고가 요금제 사용 외에도 부가서비스 가입, 신용카드 발급, 기기반납 조건, 3년 약정 등 조건을 더하는 식이다. 해당 사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불법보조금은 매장별로 30만원에서 많게는 70만원까지 책정됐다. 요금제는 최대 지원금을 받기 위해 8만5000원부터 11만5000원 사용을 요구하는 등 천차만별이었다.휴대폰을 구매하러 온 C씨는 혼란스러움을 드러냈다. C씨는 “매장을 5곳 돌아다녔지만, 가게별로 불법보조금이 달라 기기값과 요금제 가격이 수시로 달라졌다”며 “통신사 이동을 추천하는 곳도 있고 기기 변경을 추천하는 곳도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소비자 혼란을 막기 위해 실효성 있는 지원금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부와 통신사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지원금을 늘리기보다는 소비자가 실제로 혜택을 누릴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할인제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들의 혼란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