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5일 미국 대선… 트럼프·해리스 초접전 지지율누가 당선되든 美 우선주의 강화 … 산업, 외교 모두 격변반도체·車 타격 관측 등에 대응 고심… "국익 위한 전략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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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오는 26일이면 정확히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여전히 접전을 보이면서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차 범위 내 박빙이 이어지는 가운데, 양당의 경제 정책 기조에서도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만큼 누가 당선되더라도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사전에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2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16~20일 7개 경합주 등록 유권자 5,3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해리스의 지지율이 49.1%로 트럼프(48.5%)를 근소하게 앞섰다.지난 23일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 조사에선 '오늘 대선이 치러진다면' 47%가 트럼프, 45%가 해리스에게 투표한다고 밝혀 트럼프가 다소 앞섰지만 오차 범위 내였다. 포브스와 여론조사 기관이 21∼22일 전국 투표 의향 유권자 1244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트럼프가 51% 대 49%로 해리스를 앞섰다.두 후보 모두 미국 우선주의라는 보호주의적 기조와 대중(對中) 기조가 현재보다 더욱 견고해 통상 정책의 큰 틀로 삼고 있어 세계 무역 판세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일례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가 불발 위기에 놓인 것이 대표적이다. 트럼프와 해리스는 모두 자국 중심의 경제 논리와 러스트벨트의 표심을 앞세워 인수 불가를 외치고 있다. 미국의 최우방국인 일본마저도 뒤로 밀리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 역시 긴장할 수밖에 없다.실제 산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10월 2∼11일) 전국 제조 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미국 대선 관련 정책 이슈와 우리 기업의 과제를 조사한 결과, 향후 무역 환경과 관련해 관세 장벽 등 보호 무역주의가 강화될 것(64.7%)이라는 응답이 국제 협력으로 글로벌 시장이 확대될 것(35.3%)이라는 답변보다 많았다.
두 후보의 정책을 살펴보면, 트럼프는 10%의 보편 관세와 60%의 대중 관세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과거보다 더욱 강력한 조치를 예고했다. 해리스는 소다자주의로 아메리카 퍼스트를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영역에서 하나의 블록과 동맹을 맺는 것이 아니라 사안에 따라 개별 동맹이나 그룹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철강, 자동차 등 자국 전략 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에너지 정책은 두 후보의 기조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분야다. 트럼프는 경제 성장을 위한 감세와 화석 연료 산업 부흥을 기치로 내걸고 있으며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 등 모든 에너지 생산 증대를 주장한다. 이를 위해 에너지 관련 규제를 전면 해제하고 원전 규제도 완화할 방침이다.
해리스는 현재 바이든 행정부와 대다수 유사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 경제 정책에서는 진보적 색채가 더욱 강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기도 한 만큼 친환경·탈탄소 전환 정책도 강화될 전망이다.
이처럼 두 후보의 정책 방향의 차이점이 분명한 만큼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미국 대선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이 압승했을 경우 IRA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은 불리해질 수 있다고 봤다. 반도체와 자동차 분야도 관세나 미중 갈등으로 부정적 파급이 클 것으로 봤다. 해리스가 승리할 경우 반도체법 등을 기반으로 미국 제조 업체와 근로자를 지원하면서 반도체 제조 시설의 이전 압박이나 미국 주도의 기술 통제도 예상된다. -
외교정책 기조도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힘을 통한 평화를 기조로 미국 국익을 우선하며 동맹에 재정적 안보 책임 분담을 강조하고 있다. 해리스는 글로벌 문제 대응을 위해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협력 네트워크를 굳건히 유지하는 바이든 정부의 기조를 계승하는 입장이다.특히 북핵을 비롯한 대북 관계가 확연히 달라 한반도 정세 역시 선거 결과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비용 부담을 강조하는 동시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직접 정상외교를 통한 과감한 북미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지만, 해리스는 대북 억지력 유지를 위해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전문가들은 미국 대선 변화에 따라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미국 대선은 단순히 미국 내부의 변화를 넘어 글로벌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 이벤트로, 그 결과에 따라 글로벌 수출 및 공급망 환경, 개별 산업에 미치는 영향, 신산업 및 에너지 정책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수출 증가세가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가운데,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되면 관련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 수출은 지난해 10월 반등 이후 지난 1년간 매월 플러스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누적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한 5087억달러를 달성했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6월 흑자 전환한 뒤 16개월 연속 흑자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1~9월 누적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368억 달러로, 같은 기간 기준 2018년(544억달러) 이후 최대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신자유주의와 세계무역기구 규범 하의 무역·통상 확장 국면이 종언을 고하면서 국가 전략과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파격적인 산업 정책과 보호 무역주의가 확산될 전망"이라며 "경제 논리에 기반한 개별 기업의 경쟁력, 효율성 기반 세계 시장 공략의 유효성이 제한되고, 국가별 민-관 원팀 체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기업 지원에 대한 전향적인 인식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미국 대선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가 안정적인 경영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산업부는 그동안 주요 업계와 연구기관 및 민간 전문가 등과 수시로 소통하며 미국 대선 시나리오에 따른 영향과 대응 방향을 논의해오고 있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시나리오별 영향을 정부가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해 업계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업계 우려를 청취하고 미국 대선 대응 등을 위한 전략을 점검해 나가며, 관계 부처와도 긴밀히 협력해 민관 원팀으로 역량을 총결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