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화재 자회사로 편입하고 '공룡 보험사' 탄생 예고"화재 지분 추가 매입 안 한다"는 현재 계획 밝혔지만생명 배당금·주주환원 확대 가능성에 … 이재용 상속세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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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생명
    삼성생명이 삼성화재 자회사 편입 계획 등을 밝히면서 보험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회사가 시너지 효과로 규모의 경제를 한층 더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다.

    업계와 주주들의 관심 방향은 화재를 품는 삼성생명의 속사정으로 뻗어가고 있다. 자회사 편입으로 화재 실적이 삼성생명의 성적표에 반영되면, 생명의 배당금이 큰 폭으로 확대될 수 있고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상속세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시장 예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삼성생명은 이 같은 예측에 관해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삼성생명, 화재 업고 시장 경쟁력 강화 '기대'

    삼성생명은 20일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삼성화재 자회사 편입을 통해 시장 경쟁력이 강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지배구조 등 경영상 변화는 현재로서는 없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완삼 삼성생명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삼성화재 자회사 편입에 따라 손익이나 자본비율 등 경영활동 전반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 "현재로서는 추가 지분 확보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회사 모두 생보업과 손보업을 대표하는 회사로서 선의의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며 "설계사 교차판매와 국내외 대체자산 공동투자 등 법적 허용범위 내에서 현재 시너지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삼성생명이 삼성화재 지분을 추가 매입할 수도 있다는 업계의 추정이 나온 데 따른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실질 지분율을 20% 이상으로 높이거나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한다는 점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이 때문에 화재 지분 추가 매입 가능성이 대두됐다.

    자회사 편입 추진은 삼성화재가 지난달 31일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하면서 본격화됐다. 삼성화재는 당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히면서 현재 15.93%인 자사주 비중을 2028년까지 5% 미만으로 축소하겠다고 했다.

    이 경우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지분율은 기존 14.88%에서 16.93%로 올라간다. 다른 보험사 주식을 15% 이상 보유할 수 없는 현행 보험업법에 따라 삼성생명은 지난 13일 금융위원회에 자회사 편입 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화재 실적 생명으로 반영 … 배당금 추이 '관심'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품게 될 경우 연간 2조원대 순이익을 내는 화재의 실적이 생명의 성적표에 반영된다. 이는 삼성생명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대목에서 삼성화재의 삼성생명 자회사 편입이 이 회장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 대주주 일가는 고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이후 2021년부터 2026년까지 5년에 걸쳐 약 12조원의 상속세를 분할 납부하고 있다.

    앞으로도 약 4조원을 추가로 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 회장은 개인신용대출 또는 배당금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은 10.44%다. 삼성화재 실적이 삼성생명으로 인식되고 생명의 배당금이 확대되면 그만큼 이 회장의 상속세 재원 마련에 간접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삼성생명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향후 3~4년 내 주주환원율을 50%로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주주들, 배당금·주주환원 제고 가능성에 '기대'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데 대해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계열 보험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에 대해 꾸준히 제기되는 금산분리 요구, 상속세 재원 확보 필요성에 대한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 연구원은 "삼성 대주주 일가는 2021년부터 2026년까지 6차례에 걸쳐 매년 약 2조원의 상속세를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향후 약 4조원의 추가 납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44%, 자기주식 비중은 10%에 달하는 삼성생명이 주주환원을 확대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은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 주주환원율 제고 및 배당금 확대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따른 생명의 지분율 추이도 관심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1년간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이중 3조원어치를 3개월 내에 매입해 전량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자사주 소각에 따라 약 8.5%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삼성생명의 지분율은 상대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정준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콘퍼런스콜을 통해 "삼성전자가 추후 나머지 7조원에 대해서도 자사주 매입 예정인데, 언제 소각할지 알 수 없다"면서 "여기에 대해(소각에 따른) 초과 지분에 대해 선제적으로 매각할 의향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이 CFO는 "전자가 현재 자사주에 대한 추가 매입 공시를 했지만 현재 소각에 대해 결정된 바 없기 때문에 저희 또한 이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