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체결한 무역협정 재검토 지시해 韓 지목 없었지만 향후 검토 대상 가능성향후 미국·중국 수출 위축되면 타격 불가피산업부 "미국 동향·통상 이슈 예의주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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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 홀에서 제47대 대통령 취임 선서를 마친 후 취임사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를 시작하며 더 강한 '미국 우선주의'를 선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대내외 정책에서 미국의 이익을 중심을 두겠다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기존 무역협정 재검토 등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과감히 천명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도 불똥이 튀게 됐다.백악관이 공개한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이라는 행정명령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협상을 담당하는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미국이 체결한 무역협정을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또 FTA 파트너 국가들과 '상호적이며 공통으로 유리한 양보'를 얻거나 유지하는데 필요하거나 적절한 개정을 권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같은 검토 결과를 오는 4월 1일까지 제출하라고 주문했다.행정명령은 미국 교역 상대국 중 중국, 캐나다, 멕시코를 상대로 무역협정 재검토를 직접 언급했다. 한·미 FTA를 구체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기존 무역협상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검토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에도 한·미 FTA 폐기를 압박하면서 재협상을 주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개정을 1기 행정부의 치적 중 하나로 꼽고 있다.한·미 FTA 관련 인사들도 한·미 FTA 재개정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한·미 FTA 재개정에 관여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도 미국 무역적자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한·미 FTA에 대한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한·미 FTA 개정 협상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은 마이클 비먼 전 미국 USTR 대표보는 '2025 KITA 세계무역포럼'에서 특별 강연을 통해 한국의 무역전략 마련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2기는 일방적 고관세를 포함한 무역정책 리셋을 추진할 전망으로 동맹국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전문가들도 한·미 FTA 재개정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통상전략실 연구위원은 "2019년 한·미 FTA 재협상 이후 미국의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가 빠르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FTA 재개정, 또는 무역수지 개선과 결부된 다른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며 "품목 단위에서 2019년 한·미 FTA 개정을 전후해 미국의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 폭이 증가한 품목들을 중심으로 미국 측의 재개정 요구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실제 산업통상자원부의 '2024년 수출입 동향(통관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10.5% 급증한 1278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7년 연속 신기록이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전년보다 25% 불어난 557억달러로 사상 최대다. 한국은 지난해 1~8월 기준 미국 무역적자국 8위로 상위권에 올라섰다. 그만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압력 타깃이 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온 만큼 향후 대미 수출은 위축될 공산이 크다. 여기에 미·중 2차 패권 전쟁이 본격화하면 중국으로의 수출 역시 둔화될 수 밖에 없다. 중국과 미국이 지난해 한국의 1, 2위 수출국이었다는 점에서 이들 국가로의 수출이 감소하면 한국 수출 전선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명예교수는 "미국·멕시코·캐나다(USMCA)의 전신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인데 USMCA 상대국인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붙이겠다고 예고한 만큼 한·미 FTA도 재협상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며 "한·미 FTA는 포괄 범위를 비롯해 관세 삭감·철폐 등에 있어 이미 범위가 굉장히 넓어 재협상에 나서게 되면 피해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곽 교수는 "한·미 FTA 재협상이 이뤄지더라도 무역 측면에서의 동맹과 안보 측면에서의 동맹은 같이 가는 것이란 논리를 내세워 피해를 최소화하는 등의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산업부도 미국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USMCA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현재 통상 이슈들에 대해 언제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