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세 장벽까지 겨냥 … 트럼프, '공정 무역' 명분 내세워 압박韓, 대미 무역흑자 81조원… '불균형 해소' 명목 관세 부과 가능성"대미 수출 조정 불가피 … 수입 늘리는 게 현실적"
-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유엔 인권이사회 탈퇴와 관련된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이를 들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두루 고려한 전면적인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공식화했다.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 관세율이 거의 철폐됐지만, 비관세 장벽도 고려대상인 만큼 화살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한국은 대미 무역흑자 10위권 안에 들고 백악관이 미국을 이용해 온 나라 중 하나로 콕 집어 언급한 만큼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다.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상호 무역과 관세(Reciprocal Trade and Tariffs)'라는 이름의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고 "미국은 다른 국가들이 부과하는 만큼 공정하게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상호관세는 각국이 미국 상품에 적용하는 관세율만큼 미국도 상대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의미한다.이번 조치는 오는 4월1일까지 국가별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조사를 마친 후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도 '상호관세' 부과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에서 557억 달러(약 81조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미국 입장에서 8번째로 높은 무역적자 국가로 분류된 바 있다.트럼프 행정부는 단순히 관세 차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비관세 장벽과 환율 정책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럼프 대통령은 "관세뿐만 아니라 부가가치세(VAT), 보조금, 부담스러운 규제 요건 등도 불공정한 무역장벽으로 간주될 것"이라며 유럽연합(EU)과 한국, 일본 등을 특정해 언급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예외가 있을 수 있는 질문에 선을 그었다. 그는 "1기 때는 예외를 뒀다. 중국을 겨냥한 관세였기에 삼성은 한국에 있었고 관세를 낼 필요가 없었다. 또 애플이 중국에서 많은 제품을 생산하기에 그렇게 (예외를 주도록) 했었다"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전세계 모두에 적용되고 이것이 훨씬 더 간명하다"고 부연했다.특히 부가가치세에 대한 언급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는 20%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공격'이나 마찬가지"라며 "EU는 무역에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잔인했다"고 비판했다.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독일은 (부가가치세로) 미국에서 수입하는 자동차보다 8배나 많은 수의 차를 미국으로 수출할 수 있었다"며 "이제 끝낼 때"라고 말했다.트럼프 행정부는 특정 산업을 겨냥한 추가 관세 부과도 추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만이 미국에서 반도체 산업을 빼앗았다"며 "한국에서 조금 생산되긴 하지만 대부분이 대만산이다. 지금 당장 미국에서 반도체 칩을 생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자동차 관세도 곧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미국은 이번 조치가 중국과 같은 전략적 경쟁국뿐만 아니라 EU, 한국, 일본 등 동맹국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임을 시사했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동맹이든 경쟁국이든 미국을 이용하는 나라는 더 이상 과거처럼 대우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그러나 백악관 측은 국가별 협상을 통해 관세 조치를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 조치를 즉시 시행하지 않고 협상할 시간을 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목적은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맞추려면 우리나라가 대미 수출을 줄이거나 수입을 늘려야 할 것"이라며 "수출을 줄이는 것보다 수입을 늘리는 쪽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특히 다른나라에서 수입하는 에너지 분야를 미국에서 수입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