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양곡법 대안 국정위 보고 쌀 과잉생산 방지·시장 안정 목표벼 편중 구조 완화·전략작물 재배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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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강서구 일원 논 전경.ⓒ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한 배경에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대안 마련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부가 양곡관리법을 다시 추진하더라도 벼 재배면적 감축을 조건으로 한 '조건부 의무매입' 방안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9일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양곡법 개정안 대안을 보고했다. 기존 개정안의 쌀 의무 매입을 벼 재배면적 사전 감축을 조건으로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는 '조건부 의무매입' 방식으로 수정해 재정 부담을 완화한 내용이다.당초 여당이 추진했던 양곡관리법은 쌀값이 평년 수준 아래로 떨어질 경우 정부가 농가에 차액을 보상하고 초과 생산된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처럼 가격이 떨어질 때 자동 매입이 보장되면 농민들이 감산 대신 증산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고령화된 농촌에서 기계화율 100%에 달하는 벼 농사를 포기할 유인이 사라지는 셈이어서다.정부는 지난해 정부 비축 물량 등으로 쌀 매입비에 1조2266억원, 보관비로 4061억원 등 총 1조6327억원을 투입했다. 만일 양곡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2030년 매입비가 2조6925억원으로 늘어나고 보관비는 5338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입비와 보관비를 합한 비용만 3조2263억원으로 3조원을 훌쩍 넘어서리란 계산이 나온다.이에 여당에서도 절충안을 검토할 필요성에 일정부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양곡관리법에서도 벼 재배면적 감축을 선제적으로 유도한 뒤에도 쌀값 하락이 계속될 경우에 한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 담겼다.문대림 민주당 의원안의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재배면적 감축 목표가 달성됐음에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상으로 쌀값이 하락하거나 하락이 우려될 경우 초과생산량을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송 장관도 25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실용주의'라는 국정철학에 맞춰 그동안 쟁점이 됐던 법안이나 정책에 대해 전향적으로 재검토하겠다"며 "가장 중요한 게 우리 농업인들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하며 농업인 단체들과 지속적으로 소통을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정부는 쌀에 편중된 생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전략작물직불제 확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쌀 생산면적을 줄이되 식량자급률은 높이겠다는 취지다. 현재 전략작물직불제 대상 품목은 총 10개로 품목에 따라 1ha당 최대 500만원을 지원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전략작물직불제 등 기존 제도를 확대 개편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정부의 전략작물직불제와 관련해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전환 대상 품목을 가급적 다양화하고, 농가가 실제로 재배 전환을 고민할 수 있을 정도의 합리적인 지원 단가가 설정돼야 한다"며 "지역, 품목, 농가에 따른 시뮬레이션이 충분히 이뤄져야 정책 효과가 날 수 있고 다양한 상황을 고려한 세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문제는 전략작물직불제가 일부 품목에 편중되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논콩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생산량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 우려도 제기된다. 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전망에 따르면 2024년산 콩 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7% 증가한 7만9000ha, 생산량은 9.4% 늘어난 15만톤 내외로 집계됐다. 전략작물직불제 지급단가 인상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측에 따르면 올해 콩 재배의향면적은 8만4100ha로 전년 대비 13.6%, 평년대비 35.2% 증가했다. 특히 논콩은 평년 대비 무려 141.2% 급증한 3만3421ha에 달해 특정 품목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서진교 GSnJ 인스티튜트 원장은 "양곡관리법은 정부가 일정 수준의 가격을 지지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그 가격이 인위적이거나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현실적으로 정부가 초과 생산분을 모두 의무 매입하는 건 부담이 커 양곡관리법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내다봤다.이어 "전략작물직불제가 확대되는 방향은 바람직하고 보나 일부 작물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가격 불안정이나 시장 왜곡의 우려도 존재한다"며 "기존 논을 활용해 사료용이나 가공용 쌀 같은 용도 전환형 쌀을 재배하는 방식도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