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 수위 높이며 대미 투자·농축산물 개방 등 요구韓 대응 비상 경제·외교·산업·통상 최고위급 총출동헤 한미 관세협상 지원 위해 삼성·한화 총수 잇따라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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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제시한 상호관세 유예 시한(8월 1일)이 불과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은 협상 시한이 임박해오면서 전방위적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자국 제조업 회복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농축산물 시장 개방, 에너지 수입 확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을 포함한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미국 정부가 한국에 '최선의, 최종적인 협상안'을 내놓으라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한국이 제안한 협상안에 대해 미국이 만족하지 않는 기류를 보이며, 추가적인 양보를 사실상 압박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한국이 제시했거나, 제시할 안이 미국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양국 무역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날 미국 워싱턴 D.C.에 도착해 31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최종 담판 성격의 1대 1 통상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앞서 미국을 방문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상무부와 에너지부, 무역대표부(USTR) 고위 당국자들과 통상협의를 가졌다.구 부총리는 전날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통상협의를 진행했다. 이번 통상협의에는 김 장관과 여 본부장도 배석해 양국 간 협의 범위를 확대했다. 구 부총리는 미국에 입국한 뒤 "한미 무역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는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만나러 왔다"며 "조선 등을 포함해 한미 간 경제협력 사업에 대해 잘 설명하면서 국익 중심의 협상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한국은 여전히 25% 관세 부과가 예고된 상황에서 협상을 이어나가고 있다. 미국이 영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 유럽연합(EU) 등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한국의 협상 입지는 더 좁아진 상황이다. 한국으로선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일본과 EU가 합의한 15% 수준이 마지노선이 된 만큼 이를 1차 목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일본과 EU가 대규모 투자 약속을 내걸며 협상 타결에 결정적인 동력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한국은 경제 규모의 한계로 인해 이들 국가와 맞먹는 규모의 투자 카드를 제시하기는 쉽지 않은 처지다. 일본은 미국에 5500억달러, EU는 60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상황이다.한국이 '1000억달러 +α' 규모의 대미 투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은 이보다 훨씬 많은 4000억달러 이상의 자국 내 투자를 요구하면서 양측 간 간극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쌀과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사과 등 농산물 검역 기준 완화, 유전자변형작물(LMO) 감자 수입 등도 협상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쌀과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대통령실이 미국 측의 농축산물 분야의 개방 요구를 사실로 인정한 상태다.미국은 '1대 5000 축적도'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 제한과 미국 플랫폼 기업에 대한 독과점 규제 등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하고 있다. 최근 미국 하원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법에 대한 공식적 법안 설명을 요구하고 우려를 표명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도 지속적으로 압박해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을 재건했고 지금도 4만5000명에 달하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지만 한국은 매우 적은 금액만 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 ▲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는 신선대부두, 감만부두.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러트닉 상무장관이 최근 한국 정부 당국자에 "관세 협상과 관련해 최선의, 최종적인 무역협상안을 테이블에 올려달라"고 촉구했다는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나왔다.보도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최근 스코틀랜드에서 가진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의 회담에서, 최종 협상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할 때 "모든 것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EU와 일본, 영국 등 주요 교역 상대국과 무역 합의를 체결한 상황에서 왜 한국과 새로운 합의가 필요한지를 납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한국으로선 한미동맹 틀 안에서 경제적 실리도 동시에 지켜야 하는 복합적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반도체 등을 비롯한 핵심 수출 품목들이 미국의 관세 압박 대상에 올라가 있는 만큼 자칫 협상이 어그러질 경우 산업계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이에 한국은 전방위 협상전에 돌입한 상태다. 구 부총리와 김 장관, 여 본부장까지 경제·산업·통상 분야의 최고위 인사가 워싱턴 D.C.에 집결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지난 30일 미국에 도착해 31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이 예정돼 있다. 새정부 경제·산업·외교 콘트롤타워가 총출동하며 미국과의 협상에 총력대응하고 있다.구 부총리는 협상 진전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이) 미 상무부에 한국과 협력하면 미국도 아주 큰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걸 더 설명하고서 미국의 이해가 좋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대미 투자 실행에 나설 한국 기업인들도 우리 정부와 미국의 관세 협상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 출장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핵심 의제로 부각되는 '한미 조선 협력'과 관련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전날 미국을 입국했다. 한화그룹은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운영 중이다.김 부회장은 31일까지 김 장관과 여 본부장과 동행하며 협상단 지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한 바 있다. 앞서 한국은 한미간 대규모 조선업 협력을 위한 '마스가(MASGA·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제안한 상태다. 김 장관이 지난 25일 러트닉 상무장관 자택에서 진행된 한미 산업장관 협상에서 이 프로젝트를 꺼내들어 미국 측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워싱턴 D.C.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현지에서 반도체 투자 확대와 현지 기업들과의 각종 기술 협력을 제안할 가능성이 제기된다.삼성전자는 미국 관세 영향권에 놓여 있는 만큼 반도체, 가전, 스마트폰 등 전 사업부문이 이번 협상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이 내달 1일 상호관세 시행에 이어 반도체 품묵 관세 부과도 예고된 상황이어서다.삼성전자는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또 2030년까지 370억달러(약 54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하고 내년 가동 개시를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테슬라와 165억달러(약 22조8000억원) 규모로 역대 최대 규모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부터 테일러 공장에서 테슬라의 자율주행용 고성능 차세대 인공지능(AI)칩 A16을 생산하기로 했다.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들어 주요 그룹 총수들과 잇따라 면담했다. 지난 14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시작으로 15일 구광모 LG 회장, 21일 김동관 한화 부회장, 22일 최태원 SK 회장, 24일 이재용 삼성 회장 등과 차례로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대미 투자 확대와 관세 대응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