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 신규댐 중 '절반' 중단 … 사업비 4.7조→2조 줄어나머지 7개댐 공론화 과정 … "필요한 댐 건설도 지연"과학적 근거 부실 논란 … "객관적 정밀조사 과정 필요"홍수 대비 '물그릇' 역할 공백 … "재자연화는 비논리적"
  • ▲ 2022년 8월, 수도권 집중호우에 팔당댐이 수문을 열고 물을 내보내고 있다. ⓒ정상윤 기자
    ▲ 2022년 8월, 수도권 집중호우에 팔당댐이 수문을 열고 물을 내보내고 있다. ⓒ정상윤 기자
    환경부가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던 14개 기후대응댐 중 7개 댐 건설을 폐기하고, 나머지 7개 댐은 공론화를 통해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주민 수용성과 필요성을 따져보고 불필요하다고 판단될 땐 나머지 댐도 중단될 수 있는 만큼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기로 한 것이다. 

    환경부는 이미 추진을 중단한 3개 댐(양구군 수입천댐·단양군 단양천댐·순천시 옥천댐)에 더해 경북 예천군 용두천댐과 청도군 운문천댐, 전남 화순군 동복천댐, 강원 삼척시 산기천댐 추진을 중단하겠다고 30일 밝혔다.

    나머지 지천댐(충남 청양·부여), 감천댐(경북 김천), 아미천댐(강원 연천), 가례천댐(경남 의령), 고현천댐(경남 거제), 회야강댐(울산), 병영천댐(전남 강진) 등은 댐 규모나 종류 등 추가적인 공론화를 통해 건설 여부와 방식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애초 짓기로 한 14개 댐 중 절반은 추진을 멈추는 것이며 남은 7개 댐에 대해서도 공론화 과정을 거치기로 하는 등 사실상 보류했다. 14개 후보지 중 7개 추진 중단으로 인해 4조7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던 사업비는 2조원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전날 열린 브리핑에서 "한국수자원공사나 환경부에서 제가 알고 있는 것 이상의 댐이 꼭 필요하다는 자료를 추가로 받지 못했다"면서 "(전 정부) 환경부가 수해나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댐이 필요한 지역에 의견을 조회했고,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후보지로 넣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댐 신설 추진을 환경부나 수자원공사가 먼저 시작했는지, 대통령실 지시로 시작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등 전 정부 의사결정이 불투명하게 이뤄졌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전 정부 댐 신설 결정이 무리하게 이뤄졌다"면서 "정책 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내부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게 조처하겠다"며 정책감사 가능성도 열어뒀다.

    신규 댐은 윤 정부에서 홍수·가뭄 예방 취지로 추진한 사업이다. 댐 명칭도 '기후대응댐'으로 정했다. 당시 환경부는 장래 물부족 추계를 근거로 신규 댐 건설 필요성을 강조했다. 14곳의 신규 댐 건설을 통해 22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연간 2억5000만톤의 생활·공업용수를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후 환경부는 지난 7월부터 신규댐의 홍수·가뭄 예방 효과 및 지역 주민 간 찬반 논란을 고려해 댐의 필요성, 적정성, 지역수용성 등에 대한 정밀 재검토에 착수했다. 

    그 결과 윤 정부에서 추진하던 신규댐은 극한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기에는 부족한 규모라고 결론내렸다. 아울러 지역에서 요구하는 물수요에 대한 정밀한 대안 검토 없이 댐을 계획하거나, 하천정비 등 타 대안보다 댐을 먼저 계획한 곳도 있었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14개 댐의 용량을 다 합쳐도 소양강댐(29억㎥)의 11% 수준인 총 3억2000만㎥에 불과하다는 게 주요 근거다.

    특히 용두천댐의 경우 댐 후보지 하류에 있는 900만톤 규모의 양수발전댐에 수문 등을 설치하면 용두천댐의 홍수조절용량으로 계획한 210만톤보다 더 큰 홍수조절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사업비가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고 사업 기간도 2년가량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7개댐에 대해선 지역 내 찬반 여론이 대립하거나, 추가적인 대안 검토 등이 필요하다며 기본구상 및 공론화를 통해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이 중 지천댐(청양·부여)과 감천댐(김천)은 지역 내 찬반 논란이 첨예한 만큼 기본구상에서 댐 백지화, 홍수조절댐, 추가 하천정비 등 대안을 검토해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환경부의 이번 발표가 적절한 연구용역이나 조사를 통한 과학적 근거를 배경으로 하기보단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예견된 '정책 뒤집기'란 지적이 제기된다. 김 장관은 "기본용역과정에서 해당지역에 어떤 용도로 하는 게 가장 적합할지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실제로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정밀조사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는 원전이나 재생에너지, 댐과 관련해 여러 가지 정책은 내놓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과학적 데이터에서 구멍이 보인다"며 "이전 정부에 대한 단순 반대는 정말 필요한 댐 건설 사업마저 지연시키게 된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지난 7월 중순 닷새간 이어진 집중호우에도 이명박 정부 시절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유역을 정비한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보(洑)가 물을 가둬두는 일종의 '물그릇' 역할을 하면서 홍수 피해를 막았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윤 정부가 추진하던 기후댐의 필요성도 커졌는데, 이를 무시한 정책이란 비판도 나온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당시 폭우로 인해 4대강 사업의 홍수 방지 효과를 확실히 느꼈음에도 재자연화를 주장하는 것은 비논리적인 행태"라며 "산업 발달과 영농의 지속성을 위해서라도 체계적인 강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