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환율 긴급처방에도 1470원 후반대 '요지부동' 규제 완화·연금·기업 총동원에도 효과는 '갸우뚱' 정부 고강도 규제에도 서울 아파트값 '역대급 불장' 공급대책 시급한데 국토장관 "좀 늦출 생각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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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고환율과 서울 아파트값 고공행진이 동시에 이어지면서 국내 경제 전반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다. 환율은 1500원 선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치솟았고 서울 집값은 이른바 '한강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오름폭이 커지며 과열 양상이다. 부동산 시장 불안 속 환율 변동성까지 커지면서 정부의 대응을 둘러싼 논란도 확산세다.지난 17일 기준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0원을 돌파하며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연내 1500원을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하다.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과 맺은 외환스와프를 가동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환율이 현재 수준을 이어갈 경우 내년 물가상승률은 한국은행의 목표치를 웃도는 2% 중반대로 올라 설 것이란 전망이다.이날 정부와 금융당국은 외환시장 전반 규제를 대폭 완화하며 외화 유입 확대에 나섰다.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고도화된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의 감독상 조치 부담을 내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했다.또 외국계은행 국내법인에 대해서 선물환포지션 비율 규제를 200%로 완화하고 앞으로 수출기업에 대해 국내 시설자금 뿐 아니라 국내 운전자금 목적의 원화용도 외화대출을 허용할 계획이다. 외국인이 국내 증권사 계좌 개설 없이 현지 증권사를 통해 한국 주식을 바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외국인 주식 통합계좌'도 활성화한다.앞서 외환당국은 전날 국민연금과 맺은 외환 스와프를 실제 가동했다. 또 같은 날 기획재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형일 기재부 1차관 주재로 '외환 시장 관련 수출 기업 간담회'를 개최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기아차,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7개 수출 기업을 소집해 환헤지 확대를 요청했다. 지난달 30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경제상황점검 간담회에서 "수출기업의 환전 및 해외투자 현황 등을 정기점검 및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조치다.대통령실도 이날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롯데그룹, 한화그룹, HD현대그룹 등 7개 기업 관계자와 '환율 대응 긴급 간담회'를 진행한다. 정부의 시장 안정 조치에도 고환율 기조가 꺾이지 않자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당국의 환율 안정 의지에도 이날 환율은 1478.3원에 마감하며 여전히 1470원선 후반에 머물렀다. 환율은 장초중반께 이 같은 시장상황점검회의 결과가 나오면서 1475원 선을 밑돌기도 했지만 정오를 지나면서 다시 1470원대 후반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외환당국은 환 리스크 우려도 강조하고 있다. 주요 투자은행은 현재 1470원대인 원·달러 환율이 내년 1분기에 평균 1421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내다본다.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우리나라 모든 참가자들이 쉽게 말해서 환 리스크 관리를 접어두고 있다"며 "환율의 방향이 바뀐다면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환 변동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연합뉴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으로 묶고 토지거래허가제까지 동원하는 강도 높은 10·15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 상승을 꺾진 못했다. 임대차 시장에까지 불안이 번지며 전셋값도 치솟고 있다.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값은 8.25% 뛰었다. 집값 급등기였던 문재인 정부 집권시기인 2018년(8.03%), 2021년(8.02%)를 웃도는 수치로,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연간 기준 가장 높은 수준이다.이번 주 지역별로는 동작구(0.33%)가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용산구(0.31%), 성동구(0.31%)가 뒤를 이었다. 서초구(0.24%)도 상승폭을 확대하며 오름세를 견인했다.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불안 양상이다. 이번주 0.16% 오르며 지난주(0.15%)보다 상승폭을 확대했다. 서초구(0.58%)는 잠원·반포동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크게 뛰었고 강동구(0.23%)와 강남구(0.20%) 등에서도 전셋값 오름세가 이어졌다.고강도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주택 공급 확대가 꼽히지만 하세월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혁안에 이어 당초 연말로 예상됐던 추가 주택 공급대책 발표도 해를 넘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부동산R114 조사결과 수도권 아파트 입주예정물량은 올해 14만5237가구에서 2026년 11만1470가구, 2027년 10만5100가구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공급난은 이미 가시화됐다.그럼에도 추가 공급 대책은 당초 계획인 올해 말이 아닌 내년 초에나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지난 12일 대통령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LH 개혁방안을 내년 상반기 중 마련한다"며 "LH 개혁위원회 출범 시에는 연내 발표를 목표로 했으나 워낙 LH 업무 범위가 방대하다 보니 논의하는 데 시일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1월께 사장 선임 절차가 마무리된 뒤에야 LH 개혁안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공주택 공급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불거진다.더욱이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추가 공급대책 발표 시점과 관련해 "공급 문제는 신뢰성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추가 공급대책 발표를 좀 늦출 생각도 있다"고 답변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공급 시그널을 제 때 제시하지 못하면 시장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부동산 정부 정책을 두고 "규제로 틀어막을 게 아니라 가격이 오르는 신호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 "신규 주택만 공급으로 보고 기존 주택이 시장에 나오는 공급은 정책 설계에서 빠져 있는 구조에서는 수도권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적 가격 상승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