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확장재정 아닌 긴축재정이 포퓰리즘"김용범 "AI시대 과실, 국민에 환원돼야" 하반기 경제성장전략·내년 예산 '적극 재정' 보수 야권 "공산주의식 배급제·반시장적 발상"전문가 "자유시장경제 역행·부채부터 갚아야"
  •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연합뉴스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연합뉴스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대한 시장의 우려감이 번진다. 하반기 경제성장 전략과 내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확장재정'에 방점이 찍히면서 지나친 재정의존도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산으로 발생한 초과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국민배당금' 구상까지 거론되면서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자유시장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훼손하는 반기업 정책이라는 날 선 지적이 잇따른다.

    이 대통령이 12일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확장재정' 편성을 지시하며 적극 재정 기조 강화 방침을 공식화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투자를 통해 경제를 순환하게 하는 게 정부 역할"이라며 "국민 눈을 속이는 포퓰리즘적 긴축재정론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적극적 재정을 통해 내수를 활성화하고 경제성장률과 국내총생산(GDP)를 높이면 세입 기반이 확대돼 부채비율은 장기적으로 낮아진다"고 부연했다. 통상 현금성 지급을 동반한 확장재정이 포퓰리즘 논란의 대상이 되나, 이 대통령은 이를 정면으로 되받아쳐 긴축재정이 포퓰리즘이라는 역발상 논리를 편 것이다. 

    특히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국민 경제 대도약의 발판을 닦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이런 기조로 하반기 경제성장 전략수립과 내년도 예산편성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6~7월 국가 경제정책 로드맵을 제시하는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한다. 이 대통령이 '확장재정'을 재차 강조한만큼 이번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구체화될 전망이다. 반도체 업황 호황으로 역대 최대 수출이 이어지고 있고,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반도체 호황 사이클 지속과 초과세수 급증으로 우리 경제가 탄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는 만큼 내년도 예산안도 확장재정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는 산업 사이클 흐름을 탄 것으로 항상적인 세수 증가가 아닌만큼 확장재정 근거로 삼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쟁력은 화초처럼 가꿔야 하는 것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고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국가 채무를 줄이는데 활용돼야 하며,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미래의 불확실한 소득을 근거로 확장재정을 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이 대통령의 발언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막대한 초과세수를 바탕으로 한 '국민배당금' 지급 구상을 내놓은 뒤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김 실장은 "인공지능(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다. 그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돼야 한다"며 "그 원칙에 가칭 '국민배당금'이라는 이름을 붙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I 인프라 시대의 구조적 초과 이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제도화할 것인가"라며 "AI가 역대급 초과 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년 창업 자산, 농어촌 기본소득, 예술인 지원, 노령연금 강화, AI 시대 전환 교육 등을 함께 거론했다.

    이 같은 김 실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은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급증하자 이를 재투자·주주 환원·성과 보상 중 어디에 써야 할지를 두고 사회적 논의가 확산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파장을 낳았다. 보수 야권에서는 "공산주의식 배급제", "반시장적 발상"이라는 반발이 잇따르며 김 실장의 경질 요구까지 나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기업이 번 돈을 정부가 뺏어 나눠주는 것은 공산당이나 하는 일"이라고 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추가세수가 생길 것 같으면 우미관식 마인드로 매표할 생각보다 국가재정법 제90조를 철저히 지켜 나라빚 갚는 데 쓰는 게 우선"이라고 비판했다. 

    '국민배당금' 제안에 전문가들도 우려를 표한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는 "초과 세수를 국민배당금으로 지급한다는 것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고 생소하다"며 "자유시장경제에 반하는 구상"이라고 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기본소득 등이 필요하다면 정규 예산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추가 세수가 발생했을 때는 부채를 갚고 경쟁력 강화를위한 투자에 쓰는 것이 우선순위"라며 "'국민배당금' 구상은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이익 나눠 먹기 주장과도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