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90분 전 서명 … 삼전 노사, 극적 잠정합의"GDP 0.5%p 하락" 경고에 국가 수뇌부 총출동친노동 기조 속 '경제 위기' 자초 李정부 딜레마대기업 '영업이익 성과급' 연쇄 투쟁 우려 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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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노사 갈등에 정부 개입 ⓒ챗GPT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개시 불과 90분 전, 경기지방고용노동청 협상 테이블에서 노사 서명이 이뤄졌다. 극적 타결의 주역은 노사만이 아니었다. 대통령은 SNS에 직접 메시지를 올렸고, 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으며, 고용노동부 장관은 협상 중재자로 나섰다. 노사 분쟁에 국가 수뇌부가 총출동한 배경에는 단순한 중재 의지를 넘어선 파업에 따른 경제 충격을 차단하는 한편,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제 무능 정부' 이미지를 피하려는 판단이 깔렸다는 해석이 나온다.21일 고용노동부와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 대표는 전날 밤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김영훈 노동부 장관 주재로 교섭을 재개한 뒤 잠정합의안에 서명했다.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한 21일까지 불과 90분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노조는 잠정합의안을 토대로 오는 23일 오전 9시부터 28일 오전 10시까지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이번 총파업은 철회가 아닌 유보인 만큼 잠정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파업 리스크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다만 가결 시 삼성전자 노사는 임금협약 체결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총파업 현실화 가능성에 큰 부담을 느꼈던 정부로서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노사는 성과급 체계 개편과 임금 인상 폭 등을 둘러싸고 장기간 대립을 이어왔지만, 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노동 당국이 막판 물밑 조율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극적 타결의 실마리를 마련했다.국가 경제서 삼성전자 위상 재확인 … 파업 시 GDP 폭락정부가 이번 삼성전자 노사 갈등을 두고 민감하게 움직인 배경에는 무엇보다 경제적 위기감이 자리한다. 삼성전자는 한국 수출과 증시를 사실상 떠받치는 핵심 기업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둘러싸고 미국·대만·중국 간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국가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한국은행은 18일간의 노조 파업 시 삼성전자가 감당해야 할 생산 차질 피해 규모를 약 30조원으로 추산했다. 이 경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최대 0.5%포인트(p) 낮아질 수 있으며, 생산 재개 이후에도 수율 안정화와 라인 정상화까지 약 3주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해당 내용은 대통령 정책실에도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산업계에선 삼성전자 파업 장기화 시 반도체 생산 차질에 따른 직·간접 경제 손실 규모가 최대 1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 차질은 단순히 삼성전자 실적 악화에 그치지 않고 국내 협력업체·수출·환율·증시 전반으로 충격이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반도체가 한국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인 만큼 삼성전자 노조 파업은 금융시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원·달러 환율 상승과 증시 변동성 확대,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
- ▲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왼쪽에서 세번째)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환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선거 앞두고 복잡한 셈법 … 친노동 정부의 '딜레마'6·3 지방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경제 위기 방치' 프레임은 정부와 여당엔 최대 악재 중 하나다. 다만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 장관이 경제 논리에 따라 긴급조정권을 행사하며 노조의 파업을 강경 진압하는 모습도 친노동 색채를 띤 지지층에겐 이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당정으로선 딜레마였다.이에 정부가 선택한 전략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범정부 차원에서 긴급조정권을 검토하며 노조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도, 최종적으로 '자율 타결'을 유도해 친노동 정부란 색채를 잃지 않는 것이었다. 김 장관과 권창준 노동부 차관이 노사 협상을 위해 파업 예정일 전날까지 차례로 투입됐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삼성전자 노조에 대한 국민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점도 정부의 고려 대상이었을 것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가전·모바일 등 국가 핵심 산업을 이끄는 대표 기업으로 정부 역시 반도체 위기 때마다 세제·전력·인프라 지원을 총동원해 왔다. 여기에 삼성전자 노조가 최근 집행부에 수백만원대 직책 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약을 개정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여론은 더욱 싸늘해졌다.이번 투쟁에 나선 삼성전자 직원의 평균 연봉이 이미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도 사회적 수용성과 괴리감을 보였다. 지난해 삼성전자 사업보고서를 보면 당시 직원 평균 급여는 1억5800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사측이 최근 제시한 성과급 조건 역시 타 업종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삼성전자 파업하면 '도미노 현상' … 코스피 폭락 불 보듯삼성전자 노사 협상 결과가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상징성 역시 정부가 사태를 예의주시한 이유로 꼽힌다. 실제 삼성전자 노조의 '영업이익 15% 성과급' 요구를 시작으로 LG유플러스·카카오·HD현대중공업 등 주요 대기업 노조들도 잇따라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LG유플러스 노조는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주장하고 있고, 카카오 노조 역시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확대를 요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연간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조합원들에게 지급하라는 내용을 포함했다.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친노동 정책을 추진해 온 이재명 대통령마저 공개적으로 노조 요구에 선을 긋는 이례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다는 것은 투자자도 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삼성전자가 파업에 내몰리게 될 경우 유사한 사례가 전국적으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 경우 이재명 정부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은 코스피가 급락할 가능성도 다분했다.삼성전자 노조 파업이 유예되면서 국내 증시는 급반등하면서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매수 사이드카(프로그램매수호가 일시효력정지)가 동시에 발동되기도 했다. 오후 2시4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나 폭등한 7785.60P를, 삼성전자 주가 역시 8% 급등한 298,500원에 거래 중이다.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과 선거 국면이 맞물려 정부가 선제적 총력전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절박함이 있지 않았겠냐"라며 "극적 타결로 최악의 수출 마비 사태는 면했지만 이번 정부 개입이 임시방편에 그치지 않으려면 향후 재계 전반에 합리적인 노사 상생 기준을 정립하는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