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30개월 만에 최고 … 유가 안정에도 고환율 변수원·달러 환율 1560원 위협, 수입물가·근원물가 압력 지속경기 회복·가계부채 증가에 금리 인상도 인하도 부담7월 금통위 '매파 신호' 주목 … 한은 통화정책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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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소비자물가가 3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물가를 둘러싼 셈법은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유가는 내리는데 환율은 오르고, 경기는 살아나는데 가계부채는 불어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도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2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2%를 기록했다. 2023년 12월 이후 3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생활물가는 3.4%로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고 석유류 가격 상승률도 24.7%까지 뛰었다. 반면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2.5%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시장에서는 물가가 정점을 통과할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빠르게 안정되면서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 등은 소비자물가가 6~7월을 고점으로 점차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유가 하락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 하반기에는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하지만 환율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면서 셈법은 다시 복잡해졌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장중 1559원까지 오르며 1560원선을 위협했고 주간거래 종가도 1554.9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경기 호조에 따른 달러 강세와 외국인 자금 유출, 엔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원화 약세 압력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환율은 외환시장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원유와 원자재, 식료품 등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를 자극한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소비자물가는 1년에 걸쳐 0.2~0.3%포인트 높아진다. 최근 환율은 지난해 평균보다 약 7% 높은 수준으로, 환율만으로도 물가 상방 압력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 수단도 제한적이다. 한은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대외 충격에 대응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1분기 말 순대외채권은 3655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19.5% 수준이고,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도 43.3%로 외환위기 당시(286.1%)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72.4%)보다 크게 낮다.문제는 외환 안전판이 충분하다는 것과 환율을 원하는 수준으로 안정시킬 수 있다는 것은 별개라는 점이다. 5월 말 외환보유액은 4269억 9000만달러로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등 시장안정화 조치 영향에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시장 안정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고, 과거 환율 안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한미 통화스와프 역시 미국의 정책 기조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쉽지 않다. 환율 방어에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카드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의미다.통화정책의 셈법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가만 보면 물가가 정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지만 고환율은 다시 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경기 회복은 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들고, 가계부채 증가는 금융안정 부담을 키운다. 반대로 물가와 환율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경기 회복세를 제약할 가능성이 커진다. 어느 한 변수만 보고 기준금리를 결정하기 어려운 정책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한은도 환율을 가장 큰 변수로 보고 있다.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한 이지호 부총재보는 국제유가 하락이 물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압력이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용 충격이 근원물가로 전이되는 과정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유가 안정만으로 물가 둔화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시장에서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의 관심이 기준금리 결정 자체보다 향후 통화정책 신호에 쏠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를 유지하더라도 물가와 환율에 대한 경계 수위를 얼마나 높이느냐가 시장금리와 환율 기대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지금은 물가와 경기만으로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며 "고환율이 장기화할수록 물가와 금융안정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부담이 커져 한은의 정책 선택지는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