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메가특구 주52시간 완화 검토에 한국노총 즉각 반발경영계 "산업 경쟁력보다 노동계 시각에 매몰된 논의 반복"AI 반도체 패권경쟁 속 절박한 현장 목소리는 뒷전이란 비난도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포함한 메가 특구 내 주 52시간 근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을 두고 노동계가 "노동개악"이라며 즉시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산업계 안팎에선 급변하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산업 특수성과 절박함을 외면한 노동계의 '낡은 프레임'이자 경직된 대응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노총은 2일 성명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은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보편적 노동 기준이어야 한다"며 "특정 산업의 경쟁력을 이유로 예외를 허용하면 다른 산업과 업종에서도 동일한 요구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첨단산업 육성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장시간 노동 체제를 제도화하려는 심각한 노동개악"이라며 "이는 경영계가 수년간 요구해 온 노동시간 규제 완화를 특별법을 통해 관철하려는 시도"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정부는 메가 특구를 노동규제 완화 실험장으로 삼으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장시간 노동을 제도화하고 노동기준을 후퇴시키는 어떤 시도에도 단호히 맞서겠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9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수도권에 이은 제2의 반도체 생산기지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발맞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총 800조원을 투자해 2개씩 반도체 메모리 팹(공장) 4기를 구축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메가 특구 내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을 예외로 하는 메가특구특별법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한국노총이 이를 '노동개악'으로 규정하고 즉각 반발에 나선 것이다.

    "산업 현실 외면한 판박이 반발" 경영계 비판

    하지만 경영계에서는 이번 노동계의 반응이 반도체 산업이 처한 현실과는 동떨어진 매번 되풀이돼 온 익숙한 반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 52시간제를 둘러싼 논의가 나올 때마다 노동계가 산업별 특수성에 대한 검토 없이 '노동개악'이라는 동일한 프레임으로 대응해왔다는 것이다.

    경영계 관계자는 "주52시간 논쟁이 나올 때마다 산업 경쟁력보다 노동계의 시각에 의존하는 논의가 반복된다"며 "AI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반도체 업종에 사무직 근무 형태와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메가 특구 반도체 팹 구축은 미국, 대만 등과의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촌각을 다투는 설비 투자 일정이 걸린 사안인 만큼, 산업 현장의 절박함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원론적 구호만 반복하는 대응은 실효성 있는 논의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공정 특성상 24시간 연속 가동이 불가피한 장비 셋업·수율 안정화 구간이 있는데, 이런 산업 특성에 대한 이해 없이 일률적 잣대만 들이대면 정작 국내 투자와 고용 창출의 기회 자체가 해외로 이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