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AI팩토리·울산 전고체 배터리 집중부산 AI기판·거제 고부가 선박까지 재편대규모 투자 내놨지만 정부 지원도 요청
  • ▲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3일 경남 진주시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3일 경남 진주시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삼성이 영남권에 60조원을 투자해 기존 제조 거점을 AI(인공지능)과 로봇 중심의 차세대 산업벨트로 재편한다. 구미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제조 AX(AI 대전환) 기반의 AI 드리븐 팩토리로, 울산은 전고체 배터리 거점으로, 부산은 AI 서버용 패키지기판과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 생산기지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거제에는 고부가가치 선박과 해양 인프라 투자가 이뤄진다.

    다만 삼성은 투자 계획과 함께 정부 지원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로봇 산업 특화단지 지정, 경쟁국 수준의 인센티브,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주도 사업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규모 투자 발표가 실제 실행으로 이어지려면 기업 자금뿐 아니라 정부의 제도·인프라 지원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3일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관계사를 대표해 영남 지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노 사장은 “영남은 1970년대부터 삼성의 제조 혁신 거점이자 첨단 산업의 심장이었다”며 “삼성전자는 구미에서 갤럭시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울산에서 배터리, 부산에서 MLCC와 패키지기판을 제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남권을 “대한민국 산업 발전의 긍지가 깃든 국가 산업의 엔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AI로 인해 제조 분야도 기술 패러다임이 상상하지 못할 속도로 전환되고 있다”며 “AI는 전통 제조 공장을 휴머노이드 로봇이 중심이 된 AI 드리븐 팩토리로 바꾸고 있다”고 했다.

    삼성은 영남 주요 산업에 AX와 로봇을 접목해 제조 AI 선도 지역으로 육성하기 위해 약 6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노 사장은 “휴머노이드 로봇, AI 데이터센터, 첨단 제조 등에 집중 투자해 영남권에 양질의 일자리 2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큰 변화가 예고된 곳은 구미다. 삼성전자와 삼성SDS는 구미를 첨단 미래 제조 단지로 키우기 위해 19조원을 투자한다. 기존 제조업의 생산 성장동력이 둔화된 상황에서 휴머노이드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제조 AX 전환을 통해 AI 드리븐 팩토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구미에는 제조, 로봇, 자동화 산업과 연계한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도 구축된다. 노 사장은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미래 제조업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제조업 혁신 허브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에는 삼성SDI가 16조원을 투입한다. 투자 대상은 휴머노이드와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양산이다. 노 사장은 “울산에 세계 최초의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미래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에는 삼성전기가 15조원을 투자한다. AI 서버용 패키지기판과 MLCC 마더라인을 구축해 기존 부품 생산 기반을 고부가 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거제에는 삼성중공업이 10조원을 투입한다. 최첨단 고부가가치 선박과 해양 인프라 구축에 투자해 생산성을 높이고, 전후방 협력회사 등 조선 생태계 육성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영남 제조 거점을 피지컬 AI 산업벨트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구미의 스마트폰·제조 기반, 울산의 배터리, 부산의 전자부품, 거제의 조선을 AI와 로봇 중심으로 다시 묶는 구상이다.

    그러나 투자 규모만으로 실행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노 사장은 발표 말미에 정부 지원을 분명히 요청했다. 그는 “이와 같은 투자와 혁신을 지속하기 위해 정부의 전향적인 지원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삼성이 우선 요구한 것은 로봇 산업 특화단지 지정과 인센티브다. 노 사장은 “경쟁국과 유사한 조건에서 사업할 수 있도록 로봇 산업 특화단지 지정과 인센티브 등을 지원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휴머노이드와 제조 AI를 영남권의 핵심 산업으로 키우려면 세제, 입지, 규제, 인프라 등에서 경쟁국과 비슷한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조선업에 대한 정부 주도 사업 확대도 요청했다. 노 사장은 “국내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 주도의 사업을 확대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투자 발표가 커질수록 정부가 감당해야 할 청구서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AI 제조 전환에는 전력, 데이터센터, 로봇 인프라, 전문 인력, 세제 지원,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전고체 배터리와 AI기판, 고부가 선박 역시 장기간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노 사장은 “삼성은 이번 투자를 통해 영남을 AX와 로봇이 중심이 된 글로벌 피지컬 AI 혁신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