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호황 덕에 올해 성장률 전망 1%p 대폭 상향취업자 전망 15만명으로 낮춰 '고용 없는 성장' 현실화국가채무비율 개선도 '명목GDP 효과'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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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찬 모습.ⓒ연합뉴스
정부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3.0%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코로나19 기저효과가 반영된 2021년을 제외하면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다만 취업자 수 전망은 오히려 낮추고 산업·지역 간 'K자형 양극화'가 지속될 것으로 진단하면서 성장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구조적 한계도 드러냈다.재정경제부는 14일 국무회의에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하고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3.0%로 1.0%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정부 전망대로라면 지난해 성장률(1.1%)보다 1.9%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코로나19 기저효과가 반영된 2021년(4.7%)을 제외하면 2018년(3.2%)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이번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한국은행이 제시한 2.6%,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5%보다 높은 수준이다. 내년 성장률은 2.2%로 제시했다.이형일 재경부 1차관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수출 증가와 중동전쟁 긴장 완화, 3대 메가프로젝트에 따른 기업 설비투자 조기 집행 등을 성장률 상향의 배경으로 제시했다.문제는 이번 성장률 상향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 '수출 물량'보다 '수출 가격' 급등에 기댄 결과라는 점이다. 반도체 수출물가는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5.5% 상승에 그쳤지만 올해 들어 1월 73.4%, 2월 87.2%, 3월 116.8%, 4월 148.3%, 5월 163.3%로 상승폭이 가파르게 확대됐다. 이에 따라 올해 경상성장률은 기존 4.9%에서 12.3%로 뛰어 1996년 이후 3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그러나 정부조차 이 같은 흐름이 영구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는 GDP 디플레이터가 예년 수준으로 되돌아가면서 경상성장률이 4.6%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한 품목의 가격 변동성이 성장률과 경상성장률을 동시에 끌어올린 만큼 이번 '3% 성장'을 경제 전반의 체질 개선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정부도 성장의 불균형을 인정했다. 반도체 등 IT 산업이 성장을 견인하는 반면 비IT 산업과 내수, 지방경제는 상대적으로 회복이 더딘 'K자형 양극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호황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면 수출과 내수, IT와 비IT,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성장률 올렸는데 취업자 전망은 하향 … AI 확산도 고용 변수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성장률과 고용 전망이 엇갈렸다는 점이다. 정부는 성장률 전망을 1.0%포인트 높였지만 올해 취업자 수 증가 전망은 기존 16만명에서 15만명으로 오히려 낮췄다. 중동전쟁 여파로 4~5월 고용지표가 부진했던 데다 건설업 회복 지연이 반영됐지만, 근본적으로는 반도체 중심 성장의 낮은 취업유발 효과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강기룡 재경부 차관보도 "성장률 상승이 주로 반도체 분야에서 나오지만 반도체는 취업유발계수가 높지 않아 일자리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며 "최근 취업자 수도 감소세로 돌아선 점 등을 반영해 취업자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여기에 AI 확산도 노동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꼽힌다. AI 도입이 단순·반복 업무를 중심으로 노동 수요를 대체하면서 생산성은 높일 수 있지만 고용 창출력은 오히려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성장률은 높아지는데 일자리는 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 구조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정부는 3분기 초 청년 일자리 회복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재원이나 추진 방식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성장률 전망과 달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 2.1%에서 2.6%로 상향 조정됐다. 중동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성이 반영된 결과다. 성장률과 물가가 동시에 오르면서 실질 구매력 측면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는 정부 전망만큼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이 기존 50.6%에서 47.0%로 낮아지고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4만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하며 "성장과 재정의 선순환"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역시 반도체 가격 급등에 따른 명목 GDP 증가 효과가 크게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 국가채무 총액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분모가 커지면서 채무비율이 낮아진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다.경상수지도 올해 2900억달러 흑자로 지난해(1230억5280만달러)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됐지만 역시 반도체 수출단가 상승 효과가 결정적이었다. 성장률과 경상수지, 재정건전성까지 반도체 한 업종의 호황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의미다.정부는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투자 위축, 생산성 정체 등으로 잠재성장률 하방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호황을 일시적인 경기 순환으로 끝내지 않고 대규모 투자와 AI 확산,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다만 잠재성장률 3%를 비전으로 제시하면서도 구체적인 달성 시점은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올해 3% 성장이 일시적인 반도체 특수에 그칠지, 아니면 고용 확대와 내수 회복, 지역 균형 성장으로 이어질지는 향후 투자 확대와 산업 구조 전환의 성과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