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9월 예멘의 북부 사막 상공에 미 중앙정보국(CIA)의 소형 무인기들이 정찰 활동을 펴고 있었다.

     

    9월 30일, 오사마 빈 라덴 사후 테러단체 알 카에다를 이끌던 거물 테러리스트가 안와르 알 올라키(40)를 태운 트럭이 사막을 가로지르자 무인기는 곧바로 그의 모습을 촬영해 미북 본토 CIA본부로 전송했다.

  • ▲ 무인항공기로 원격 사살된 알 오라키ⓒ
    ▲ 무인항공기로 원격 사살된 알 오라키ⓒ

    시속 100km로 달리는 트럭 속에서도 예멘 전통 복장과 두건을 한 알 올라키의 모습이 생생하게 확인됐다.

     

    CIA는 다른 공격용 무인기에 사살 명령을 내렸고, 이 무인기는 트럭을 향해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했다.

     

    전 과정 촬영을 통해 알 올라키 일행이 폭사하는 모습을 확인한 CIA는 사살 사실을 세계 언론 매체에 알렸다.

     

    최근 북한의 소행이 확실시되는 무인기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나라가 소란스럽다.

     

    그러나 CIA의 알 올라키 사살 작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오늘날 세계의 무인기 기술은 수백km 밖의 목표물을 실시간 정찰하면서 관제본부에 초정밀 화상 영상과 사진을 전송하고, 미사일과 폭탄을 조준 타격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반면 지난달 말부터 파주, 백령도,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들은 길이 2~3m에 486급 PC 부속품을 사용하고 일제 캐논 DSLR ‘550D’나 니콘의 ‘D800’ 카메라가 달려 있다. 실시간 영상을 전송하고 정밀 폭격을 감행하는 미국의 최첨단 무인기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장난감’ 수준인 셈이다.

     

    ▶‘노아의 비둘기’에서 아이디어 얻은 무인항공기

     

    무인항공기는 UAV(Unmanned Aerial Vehicle), 또는 ‘웅웅 거린다’는 뜻의 드론(Drone)으로도 불린다.

    역사가들은 무인기가 기원전 2300년경 노아 시대의 기록에서 착안됐다고 본다. 대홍수가 끝나고 시간이 지나자 노아는 방주에서 비둘기를 날려 물이 어느 정도 가라 말랐는지 정찰을 시켰다고 성경에 기록돼 있다. 르네상스와 중세 때 과학자들은 노아의 비둘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사람이 타지 않은 비행물체를 어떻게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을지 연구했다.    

     

  • ▲ 1918년 개발된 캐터링 버그ⓒ
    ▲ 1918년 개발된 캐터링 버그ⓒ

    실제로 무인기 개념이 등장한 것은 1887년. 영국인 더글라스 아치볼드가 연에 카메라를 매달아 지상 촬영을 한 것이 시초다. 이어 1898년 미국인 윌리엄 에디는 스페인 전쟁에서 연에 매단 카메라로 적진을 촬영했고, 이를 전투에 활용했다.

     

    카메라를 장착한 연은 드디어 본격적인 무인항공기로 발전하게 된다. 1차대전 말경이던 1918년께 영국인 찰스 케터링은 케터링 버그라고 불리는 복엽기를 개조해 180파운드 폭탄을 장착하고 시속 55마일로 40마일의 거리를 날아가는 무인항공기를 개발했다.

     

    1964년부터 시작된 월남전으로 미 공군 전투기들이 월맹군의 SA-2 미사일 공격을 받아 치명타를 입게 되자 미군은 본격적으로 무인기를 개발, AQM-34를 투입해 정찰 및 미사일을 교란 활동을 펼쳤다.

     

    소수정예 병력으로 거대한 중동 연합군과 대치해야 했던 이스라엘은 무인기가 더욱 절실했다. 이스라엘은 1973년 세계 최초로 Decoy와 감시용 무인항공기를 개발해 적의 지대공 유도탄 레이더를 방해했다.

     

    이스라엘은 1982년 레바논 전쟁 때 TV카메라를 장착한 무인기로 실시간 영상을 본부에 제공해 표적을 조준 타격하도록 했다. 특히 베카계곡 전투에서 시리아의 방공망을 무력화하는데 성공하면서 무인기가 비상한 주목을 끌게 됐다.

     

    ▶무인항공기 맹활약... 인류의 전쟁사를 바꾼 코소보 내전 

     

    인류의 전쟁사에서 무인항공기들이 대활약하며 전투의 흐름을 바꾼 전쟁이 바로 동유럽의 코소보에서 전개됐던 ‘코소보 내전’이었다.
     
    미국,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등 서구 나라들은 이곳에 최첨단 무인항공기들을 ‘테스팅 베드(Testing Bed)’로 삼아 정찰은 물론 대폭격전을 펼쳤다.

     

  • ▲ 코소보 내전에서 활약한 파이오니어ⓒ
    ▲ 코소보 내전에서 활약한 파이오니어ⓒ

    특히 미국은 최초의 현대식 무인기인 파이오니어 5대와 헌터 18대, 프레데터 8대를 투입했다. 파이오니어는 180km 이내의 거리에서, 헌터는 270km, 프레데터는 900km 거리에서 운용됐다. 모두 비디오카메라와 적외선 장비를 장착했지만, 프레데터는 헌터보다 두 배나 많은 장비를 장착할 수 있었다.

     

    코소보에서 무인기들은 사람이 탄 항공기 조종사들의 정밀 유도폭탄 조준을 지원하고 적군의 이동 경로를 촬영하는가 하면 전투 피해를 평가하는 등 다양한 임무에 사용됐다. 프레데터의 경우 11주간 동안 약 3만5,000회의 임무를 완수했다.

     

    프랑스와 독일군이 사용한 CL-289 UAV는 보스니아에서 1996년 이래 200회 이상 활용됐다. 프랑스군은 총 22대, 독일군은 16대, 영국군은 27대(피닉스)의 무인항공기를 투입해 연합군의 승리를 이끄는데 기여했다.

     

  • ▲ 이라크전에 투입된 'RQ-7 섀도우200'ⓒ
    ▲ 이라크전에 투입된 'RQ-7 섀도우200'ⓒ

    미국은 또 <RQ-7 섀도우200>을 이라크전에 정찰기로 활용해 결정적인 도움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무인항공기는 물론 무인 경량 보트, 무인 정찰 차량, 무인 수송 차량, 무인 구축함 등 사람이 타지 않고 전쟁을 수행하는 군 무기들이 대거 개발되고 있다.

     

    영화 속의 장면처럼 앞으로 사람 없이 로봇끼리 싸우는 날이 멀지 않은 상황이다.

     

    ‘자폭형 무인기’ 위험성 고조... 방위 전략 다시 짜야   

     

  • ▲ 이라크전에 투입된 'RQ-7 섀도우200'ⓒ

    북한의 무인항공기 수준은 저급한 단계지만, 정해진 궤도에 따라 폭탄을 싣고 남한 내 주요 시설에 타격을 입히는 정도의 ‘가미가제형’ 무인기는 충분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북한은 남한의 주요시설을 타격할 자폭형 무인기 100여대를 전방에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되고 있다.

     

    북한에 비해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무인항공기는 비교하기 힘들만큼 성능이 탁월하다. 국방부가 8일 전격 공개한 무인항공기 ‘송골매’는 북한 내부 20km 지점까지, 야간에도 10km 지점까지 촬영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전송할 수 있다. 대대급에 60대 가량 실전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리모아이-006’은 전기모터를 엔진으로, 최대 10배로 확대되는 최신형 카메라를 탑재,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낸다.

     

    더욱 파괴적인 것은 ‘글로벌 호크’다. 지난달 방위사업청이 도입키로 확정한 글로벌 호크는 북한 전역은 물론 중국, 러시아까지 정찰할 수 있는 최첨단 무인항공기로 4대 한조가 1조원대에 달한다. 지상 20km 상공에서 지상의 30cm, 즉 자동차 번호판까지 식별할 수 있는 수준이다.

  • ▲ 4대 한조가 총 1조원 규모인 '글로벌 호크'ⓒ
    ▲ 4대 한조가 총 1조원 규모인 '글로벌 호크'ⓒ

    문제는 우리가 정찰을 위한 무인항공기 시대를 준비해왔다면, 앞으로는 방위 전략을 북한으로부터의 ‘가미가제식 무인기’ 방어 전략을 병행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전략에 맞춰 ‘공격형 무인기’들도 준비할 시점이다.

     

    세계는 무인항공기 개발 경쟁... 국가 산업전략적 차원 노력을    

     

    무인항공기의 단점은 조종사가 탄 전투기와 달리 시시각각 상황에 따라 비행하지 못하고 원격으로 제어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고도로 숙련된 인명(조종사)을 다치지않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60여개 국가들이 첨단 무인항공기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문기관들은 이에따라 무인항공기 시장규모도 2006년 27억달러에서 올해 77억달러, 내년이면 100억달러(약 1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틸트로터형 스마트 무인기’를 선보이고 삼성, LG 등 관련 기업들이 직·간접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무인항공기 직접 생산, 수출은 이제 시작단계다.

     

    무인항공기 관련 산업에 대한 학술적 연구를 확대하고 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늘리는 등 국가 산업적 차원의 전략도 다시 짜야 할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뉴데일리경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