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권 중소기업에 양보충북도·청주공항 '개점휴업'우려에 당혹감
  • ▲ 청주국제공항면세점 ⓒ연합뉴스
    ▲ 청주국제공항면세점 ⓒ연합뉴스

     

    호텔신라가 청주국제공항 내 면세점 운영에서 손을 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청주공항 면세점 운영 차질은 물론이고, 이 면세점 쇼핑을 목적으로 청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도 우려되면서 충북도와 공항공사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청주공항 국제선 대합실에 설치된 면세점은 88.64㎡ 규모로 그리 크지는 않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 번만 다녀가도 '싹쓸이 쇼핑' 때문에 진열된 상품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수도권에 비해 관광자원이 많지 않은 데도 청주공항을 이용하는 중국 관광객 상당수는 면세점 쇼핑이 목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쇼핑이 주목적"이라며 "청주공항 면세점은 규모는 작아도 중국인 관광객들의 주요 쇼핑 장소 중 한 곳이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는 중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하는 실정에 맞춰 올해 68억4400만원을 들여 터미널 리모델링 작업을 하면서 면세점 규모도 3배로 확장하겠다는 계획까지 마련했다.

    더욱이 지난달 청주공항이 '72시간 환승관광 무비자 입국 공항'으로 지정됐고, 한·중 항공회담에서 청주∼옌지·하얼빈·다롄 3개 정기노선 개설이 합의되면서 청주공항을 이용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부쩍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청주공항을 이용한 중국인은 2011년 1만3992명에 불과했으나 2012년 6만3천45명, 지난해 13만1천997명으로 급증했다.

    그렇지만 관세청이 면세업계의 대기업 과점 현상 해소를 이유로 5년간의 사업권을 보장하던 공항 면세점 운영 관행을 깨고 1년 앞당겨 신규 사업자 선정 공고를 내기로 결정하면서 충북도와 청주공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호텔신라의 청주공항 면세점 운영권은 내달 말 종료된다. 4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롭게 사업자 선정 공고를 내더라도 전혀 준비가 안 돼 있는 중소·중견 업체가 공모에 응하지 않아 사업자 유치에 실패한다면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호텔신라가 떠난 면세점은 상품 한 점 없는 빈 공간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면세점 쇼핑을 겨냥해 청주를 찾던 중국 관광객도 감소될 수 있다. 공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호텔신라가 1년 더 면세점을 운영할 것으로 보고, 올해 하반기에나 운영자 모집 절차를 밟으려 했는데 갑작스럽게 관세청의 면세점 특허 연장 불가 통보를 받고 어찌해야 할 줄 몰라 고민"이라고 말했다.

    청주공항 면세점 운영자 입찰에 중소·중견 업체가 나서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 만한 화장품·향수·가방·시계 등의 유명 브랜드 입점이 면세점 성공의 관건이지만 중소·중견기업이 면세점을 운영할 경우 이런 브랜드를 끌어들일 능력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라마다플라자 청주호텔의 시내면세점도 지난해 6월 30일 개장하려 했지만 목표를 9개월가량 넘겨 지난달 1일 개장한데서도 이런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 시내면세점 운영자인 ㈜중원산업 측은 개장을 늦췄던 이유로 해외 유명 브랜드 유치의 어려움을 꼽았다. 청주공항 면세점 신규 사업자 역시 유명 브랜드 유치에 곤란을 겪었던 중원산업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충북도나 공항공사의 우려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관세청이 호텔신라의 면세점 운영을 막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무비자 환승공항 지정이나 국제선 추가 개설 등 호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게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