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2010년 제주의료원 간호사 33% 유산 겪어… 임신순번제마저 적발되는 등 간호사 인권 바닥 드러나
  • ▲ ⓒ제주의료원 홈페이지
    ▲ ⓒ제주의료원 홈페이지

     

    2009~2010년 제주의료원 여성 간호사 가운데 총 27명이 임신을 했으나 건강하게 아이를 낳은 비율은 절반에 불과했고, 9명은 자연유산, 4명은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이를 출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평균 유산율은 10%대 중반이어서 논란이 거세다.

     

    ◇ “간호사 유산율 2009~2010년, 33%… 2014년, 현재 18%”, 줄어든 수치이지만 여전히 높은 유산율에 신음하는 간호사들

     

    제주의료원은 지난 2002년 개원을 했다. 개원 당시 경력직 간호사를 대거 채용했고, 이후 2004년에는 대학병원을 갓 졸업한 신규간호사를 대거 채용한 바 있다.

     

    지난 2009년~10년 유산율이 높았던 것에 대한 해명으로 제주의료원은 지난 2004년 신규간호사들의 채용을 문제 삼았다. 사회적으로 안정을 취하고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해 임신을 했기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국적으로 유산율은 일반적으로 20%다”며 “유산율 33%는 그 당시만 유독 높았던 것 이었으며 현재는 86명 중 12명인 16%로 평균보다 떨어지는 수치다”고 답했다. 또 유산관련 역학조사를 노사 합의하에 서울대학교에 의뢰를 2011년도에 했고 이듬해 결과가 나왔지만, 그 결과가 미미해 통계적으로 분석하기 힘들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현재 제주의료원은 정신병동을 제외하고 총 203병상을 운영 중이다. 그 중 실질적으로 근무하는 간호사 인력은 총 47명에 불과해 열악한 근무환경이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3교대로 근무를 하기에, 제주의료원은 간호사 한 명이 맡는 환자는 무려 40~60명이나 된다.

     

    이에 제주의료원 관계자는 “현재 제주의료원은 간호등급 5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꾸준히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환자의 7~80%가 노년층이기에 거동이 가능한 환자가 거의 없어 간호사들이 일하는데 열악한 환경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간호사들의 근무여건은 여전히 바닥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쉽게 잦아지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정의당 여성위원회는 이 사안에 대해 “저출산의 시대, 여성의 복지는 최우선시 돼야한다”며 “현재 여성의 모성보호는 물론 노동조건 또한 바닥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제주의료원 간호사 당사자들은 유산과 선청성 질병을 가진 아이를 출산하게 된 것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한 상태이지만 유해 약품 취급으로 인한 아이의 질병 발생과 관련해서는 산재 승인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에 대한 소송까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8일 정의당 여성위원회는 “이 소송에 대한 재판부의 현명하고 공정한 판결을 기대하며 예의주시하겠다”며 “여성의 모성보호와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인권을 확보하기 위한 문제 해결에 정의당 여성위원회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고 강경한 어조를 띄었다.

     

    실제로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은 야간 당직을 맡은 경우도 한 달에 10회에서 14회였으며 심지어 휴무를 쓰는 것도 녹록치 않은 현실에 처해있다. 과거 임신한 간호사들에게 안전장치 없이 유해 약품을 다루게 한 사실도 발각됐다.

      
    ◇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 발표… 임산부 근로자를 위한 처우 개선에 구체적 방안 마련 시급해 

     

    보건의료노조가 2014년 3월 20일부터 5월 20일까지 조합원 1만 8,263명 참가해 설문을 실시한 결과 임산부 일일 평균근로시간 9.8시간, 임신부의 야간근로 21.9%, 인력부족으로 임신순번제 17.4%, 유사산비율 18.7%로 증가추세인 것이 드러났다.

     

  •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특히 간호부의 경우 가임기에 있는 간호사들이 임신의 순번을 정하는 ‘임신순번제’도 17.4%나 되었으며, 공공병원이 20.2%, 민간병원이 20.7%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임신순번제의 경우는 주로 부서장의 지시하에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를 거부하거나 임의적으로 임신을 하게 될 경우, 근무표에 불이익을 당하거나 직무스트레스 증가로 타 부서로 이동하는 사례도 잦았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임신순번제’가 시행되고 있다는 것은 보건의료사업장 여성노동자의 노동현실이 그만큼 열악하고 심각한 수준임을 말해 주고 있으며, 가족계획조차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 10일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임신과 출산의 자율권 보장 △출산 및 육아휴직에 대한 대체인력 보충 △수유‧탁아 등 육아에 필요한 보육지원시설 의무적 설치 △여성노동자의 생리적 문제에 따른 건강권 확보 △임신기간 근로시간단축제도 정착을 위한 여성가족부 면담 △모성보호 사각지대인 보건의료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위반사례 조사와 시정을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