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성장동력 vs 실효성 미비, 금융업권 핀테크

  • 최근 금융당국이 'IT·금융 융합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핀테크 산업 육성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금융거래 규제를 완화해 침체된 국내 경제에 역동성을 불어넣기 위한 적극 지원에 나선 것이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은행과 증권, 보험사의 시각이 제각각 다른 점이 눈길을 끈다. 은행권은 연초부터 관련 사업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핀테크 도입으로 ‘신성장동력’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와 보험사는 기존 사업과 차별성을 실현하기 어렵고 대면 거래가 중심인 업무 특성상 핀테크 도입의 효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은행권, 핀테크 바람타고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준비 활발

    30일 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IT·금융 융합 지원방안 발표 이후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은행 관련 핀테크 산업은 인터넷 전문은행‧송금특화 서비스‧개인 및 기업대출‧결제서비스‧자산관리서비스 등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은행들이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산업은 인터넷 전문은행이다.


    시간과 공간에 제약받지 않고 온라인 지점을 활용해 예금 수신이나 대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인터넷 전문은행의 장점이다. 게다가 지점 운영비용이 들지 않아 일반은행보다 높은 예금금리, 낮은 대출금리를 적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그룹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핀테크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가안을 만들었다. 인터넷전문은행 형태로 운영에 들어간 BNP파리바의 해외 인터넷 뱅킹 시스템인 '헬로뱅크'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그룹도 외환은행의 캐나다 법인을 통해 인터넷 전문은행 형태의 뱅킹시스템인 ‘원큐뱅킹’의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기반으로 개인간 금융 직거래를 할 수 있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아울러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핀테크 사업 관련 전담팀을 꾸리고 올해 안으로 인터넷 전문은행을 설립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증권업계, 효율성 의문 VS 부가가치 창출 가능 ‘엇갈린 시각’

    핀테크 산업에 대해 은행들은 확신을 갖고 긍정적인 전망을 일관적으로 내놓고 있지만, 증권사들은 양분된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이미 금융과 정보기술(IT)을 접목해 활용하고 있어 핀테크 도입으로 새로운 사업을 하기 어렵다는 입장과 부가가치를 최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뉘고 있다.

    지난 29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핀테크시대 도래에 따른 금융투자업권 대응’ 세미나에서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핀테크를 도입해도 새로운 사업을 내놓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IT기술을 활용한 기존의 금융서비스가 충분히 발달했기 때문이다.

    유 사장은 “이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증권거래를 접목한 서비스가 있지만 규모가 미미한 상태”라며 “가장 큰 문제는 이런 형태의 거래가 수익성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실명제가 개편돼도 핀테크 사업을 확대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상품은 가입할 때마다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온라인으로 계좌 개설 절차를 줄인다고 해서 온라인 브로커리지 고객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모바일 결제‧송금‧온라인 재정관리 등 IT기술 기반의 금융서비스로 전자결제 수단이 가능해져 새로운 수익 기반을 창출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다음카카오 '증권플러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인 두나무의 송치형 대표는 “핀테크 서비스가 개인 고객의 주식 진입 장벽을 낮추고 소셜트레이딩 등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증권플러스는 마케팅 진출이 거의 없고 거래대금도 주단위로 10~20%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핀테크 도입을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일부 증권사들은 핀테크 사업 준비를 시작했다. KDB대우‧현대‧키움증권 등은 이미 핀테크 관련 전담팀을 꾸려 사업성 검토 및 활용 방안 모색에 나섰다.

    ◇보험업계, 온라인 판매 실현 ‘어렵다’

    이처럼 일부 증권사들은 핀테크 도입 의지를 나타내고 있지만, 보험업계는 업무 특성을 고려했을 때 쉽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연내 보험 슈퍼마켓(온라인 보험 판매체널)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설계사가 중심이 되는 업권 특성상 이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일부 보험의 경우 이미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돼 있어 굳이 보험 슈퍼마켓을 도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온라인 채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보험상품의 정보도 한정돼 있어 보험 슈퍼마켓을 통해 상품을 가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황진태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생명보험 상품은 자발적으로 계약하는 경우보다 설계사가 리스크를 이해시켜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험 상품의 특약과 보장기간, 보장내역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을 경우 불완전판매가 될 수도 있어서 보험사가 온라인 시장에 주력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