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상희의 컬쳐 홀릭] 나이제한! 이 네 글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고민하게 하고, 그 고민은 자연스럽게 발을 내딛지 못하게 만든다. 세상에 나오려다가 다시 빛이 들지 않는 동굴 속으로 숨어들게 만들어 결국 너무도 쉽게 도전의지를 꺾어버린다. 최근 들어 나이제한 철폐가 이루어진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가 살아온 보통의 삶의 궤적들이 나이에 맞는, 아니 맞아야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그것을 벗어나 무언가 시도한다는 것은 대단히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이처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어쩌면 우리 일상에서 느끼기에는 다소 거리가  먼 구호에 불과한 말장난인지도 모르겠다. 나이, 그 숫자가 주는 무게감은 때로 삶의 무게가 되기도 한다. 그것은 가능한 것조차 아주 쉽게 불가능한 것으로 단정 짓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갖고 있는 나이에 대한 어쩔 수 없는 고정관념이다.

     

     

    지난 20일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5 나바코리아 챔피언십(NABBA KOREA) WFF’ 젊음으로 무장한 참가자들 사이에 그녀는 유독 눈에 띠었다. 누구보다 밝은 표정, 넘치는 자신감은 새로운 에너지로 가득했다. 마치 여전사 같은 모습의 주인공, 바로 가수 인순이였다. 그녀의 나이 58세. 글쎄? 아직 그 나이가 되어 보지 않았기에 무엇이 가능한지, 그렇지 않은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실은 가능한 것 보다는 불가능한 것이 훨씬 더 많지 않을까?

     

    하지만 그녀는 20, 30대의 여성참가자들 속에서 이런 고정관념을 멋지게 날려버렸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멋들어지게 실천에 옮긴 인순이는 젊음들 속에서 더욱 더 빛이 나는 존재였다. 젊음보다 더 아름다운 건 인생의 연륜이 차곡차곡 쌓여진 이의 과감한 도전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내 나이가 어때서! 그녀는 그 누구보다 당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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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 위의 디바. 인순이는 노래로 많은 것을 말하고, 또 그 이야기들은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다. 이번 대회의 참가 동기 역시 그녀의 노래에 있다고 한다. 지난 7월에 발표한 신곡 ‘피노키오’. 노래의 가사처럼 그녀는 시계를 거꾸로 돌려 가슴 뛰는 열정을 용감하게 실행했다. 4개월여의 피나는 노력으로 보디빌더가 된 인순이의 모습은 그녀가 노래로 주었던 울림과는 또 다른 특별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데뷔 초 한국사회의 넘기힘든 장벽이었던 혼혈아라는 장애를 그녀는 오랜 시간 뛰어난 가창력으로 극복했고, 이번에는 많은 나이가 주는 장애를 혹독한 트레이닝을 견뎌낸 후 만들어진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로 불식시켰다. 이렇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 도전정신이 그녀를 더욱 더 빛나게 했다.

     

    그녀의 변신에서 불가능이란 없음을, 그것은 도전하기를 주저하는 자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장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뭘 망설이고 있는가! 잠들어 있는 버킷리스트를 깨워보자.
    혹시 너무 늦은 건 아닐까하는 괜한 걱정으로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시작해보라. 도전하는 모습 속에서 빛나는 당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문화평론가   권  상  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