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풍류를 즐기는 민족이었다. 강이나 호수에 배를 띄워놓고 자연을 벗 삼아 연안의 경치를 감상하며 시도 짓고, 술잔을 기울이던 그 시절의 뱃놀이가 현대의 시각으로 보면 바로 요트 관광이 아닐까. 수백 년 전에도 뱃놀이를 즐기던 민족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요트 관광은 그리 대중적인 여가활동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아름다운 바다에서의 여유로운 요트 관광을 꿈꾸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요트를 즐기는 사람보다 요트를 정박하고 타는 곳이 '마리나'라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전 세계에는 2900만척이 넘는 레저 선박과 1만2000여개의 마리나 시설이 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약 30만척의 레저 선박과 570여개의 마리나가 있을 정도로 마리나 산업은 보편화한 해양레저이다. 이러한 점에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국민소득 3만불을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가 아직 1만3000여척의 요트와 32개 마리나 밖에 없는 것에 대한 이유를 진지하게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혹자는 "우리 국민이 아직 요트를 즐기기엔 이르다"고 말한다. 이 말속에는 국민 정서, 경제사정 등 다양한 이유가 숨어있겠지만, 소비자 조사 등을 통해 더 구체화해보면 내용은 다음의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바로 비용과 안전이다.

    먼저 요트 하면 막연히 비싸다거나 아직은 '사치 아닌가' 하는 인식이 있다. 실제 요트 가격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이르니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정작 요트가 보편화한 선진국에서는 요트 구매보다는 대여가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대여할 수 있는 요트 자체가 많지 않고, 그나마도 정해진 코스를 운항하는 '유람선' 형태이다 보니 요트를 즐기기 위해서는 꼭 요트를 구매해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게다가 많지도 않은 요트를 보관·계류할 수 있는 마리나도 턱없이 부족하다.

    다음은 안전 문제이다. 타고 있는 요트가 국가에 등록되어 있는지, 안전 검사를 받았는지, 구명조끼 같은 구조 장비는 구비하고 있는지, 소비자는 요트의 안전에 관한 상세 정보를 알기 어렵다. 더군다나 최근의 각종 해양사고는 국민의 해양레저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결국, 수요자 입장에서는 요트가 안전한지 확신할 수도 없는데 비싸게 타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이렇게 척박한 요트 환경을 되짚어가다 보면 결국 요트 즐기기 좋은 여건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법·제도가 제대로 없었기 때문임을 알게 된다. 바나나 보트는 수상레저사업으로, 유람선은 유선업으로 관리하고 있으나 요트 대여만 별도로 규율하는 법은 없었다. 이에 따라 요트대여업을 하려면 수상레저업이나 유선업으로 등록하고 관련법에 따라 매표소, 승객 대기시설과 같이 요트대여업을 하는데 굳이 설치하지 않아도 될 시설을 많은 돈을 들여 갖추어야만 했다. 즉, 좋은 마리나 시설이 있더라도 개인이 쉽게 요트대여업에 뛰어들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사업자 등록 없이 아름아름 영업을 하거나, 선박 안전검사나 선박 등록 없이 운항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다행히 올해 7월부터 개정 마리나항만법이 시행되면서 이러한 문제는 시원하게 해결됐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요트 대여에 대한 사업자 등록 규정이 신설되어 사업자가 마리나 시설을 임차하고 있으면 추가로 별도 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마리나 선박 대여업'을 할 수 있다. 또 각종 영업구역 제한 등도 완화하여 창업도 용이해졌다.

    소비자보호와 안전관리는 오히려 더 강화됐다. 사업자는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이용약관도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요트 대여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법에 따라 매년 선박 안전검사와 기준에 맞는 안전장비 구비 여부를 확인토록 하여 레저 선박 안전관리 시스템의 기초가 만들어졌다. 앞으로 사업자를 철저히 관리·감독하고, 규정 위반에 대해서는 확실한 처벌이 따르도록 하여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해 나갈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상화된 요트문화가 우리나라에서도 움트고 있다. 요트의 대중화와 안전 확보, 성공의 열쇠는 '마리나 선박 대여업'의 정착에 달려 있다. 요트 위의 하루, 이제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마리나 산업 발전을 위한 돛을 올렸으니 힘찬 항해를 시작해보자.


    김영석 해양수산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