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내 유일 자체 스튜디오 구축… 하루 생방송 10시간으로 대폭 확대생방송 효과로 연평균 성장률 80% 넘어… 지난해 매출 310억원 기록우수 중소기업 상품 소개하는 '한국 상품 타임존' 매달 운영… "베트남 1등 온라인 유통회사 목표"
  • ▲ 베트남 SCJTV쇼핑 쇼호스트들이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김수경 기자
    ▲ 베트남 SCJTV쇼핑 쇼호스트들이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김수경 기자


    베트남은 인구 1억명 평균연령 28세의 젊은 국가로, 내수의 벽에 부딪힌 국내 기업에게는 '기회의 땅'으로 불린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2015년 2000달러로 한국의 1980년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비교되지만 스마트폰 보급률이 지난해 54%를 넘어서고 대형 외국 기업들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베트남의 변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만큼 빠르다. 일찌감치 베트남 시장에 뛰어든 국내 유통기업들이 급변하는 베트남의 새로운 유통 트렌드에 어떠한 전략으로 맞서고 있는지 직접 들여다 봤다. <편집자주>
     


    [베트남 호찌민=김수경 기자] "녹화 방송에 비해 제작비도 많이 들고 재방송도 할 수 없는 생방송은 무모한 모험이었죠. 그런데 생방송 매출이 2배 이상 뛰는 걸 보고 가능성을 봤습니다. 이번달부터는 생방송 시간을 하루 10시간으로 늘리고 앞으로도 계속 늘려 갈 계획입니다."

    기자가 최근 방문한 베트남 호찌민 SCJTV쇼핑 사옥 스튜디오에서는 에어프라이어를 판매하는 생방송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쇼호스트들은 유려한 말솜씨로 제품 설명에 한창이었고 카메라 4대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역동적인 화면을 담아냈다. 

    SCJTV는 한국에 뒤지지 않는 선진형 방송 시스템과 연면적 약 1000㎡ 규모의 스튜디오 세트가 잘 갖춰져 있고 이미 24시간 생방송 운영이 가능한 방송 인프라도 구축 돼 있었다. 베트남 내 자체 스튜디오를 갖춘업체는 SCJTV가 유일하다.  

    SCJTV는 지난 2014년 베트남 홈쇼핑 최초로 생방송을 시작한 이래 하루 30분씩 운영해오다 이번달부터는 10시간으로 생방송 시간을 대폭 늘렸다. 홈쇼핑 황금 시간대인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생방송이 두 차례 방영된다.

    SCJTV쇼핑 현지 관계자는 "생방송은 생생하게 소비자들의 수요를 자극하며 녹화 방송보다 평균 2~3배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생방송 효과가 좋아 앞으로도 계속 시간을 늘려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 CJ오쇼핑 해외법인 주재원들이 SCJTV에 모여 동남아 워크숍을 진행했다. ⓒ뉴데일리경제
    ▲ CJ오쇼핑 해외법인 주재원들이 SCJTV에 모여 동남아 워크숍을 진행했다. ⓒ뉴데일리경제


    SCJTV의 생방송 성공 사례는 CJ오쇼핑의 다른 해외법인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지난달 초에는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중국 천진에서 근무하는 CJ오쇼핑 해외법인 주재원들이 베트남에서 모여 워크숍을 열고 SCJTV의 생방송 시스템을 보고 놀랐다는 후문이다.

    김진만 SCJTV쇼핑 과장은 "베트남 방송 심의상 재방송이 불가해 울며 겨자먹기로 생방송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셈"이라면서 "베트남 고객들도 처음에는 홈쇼핑 시스템을 낯설어 했지만 생방송이 주는 신뢰감을 경험하면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어 전체 고객중 70% 이상이 재구매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도 홈쇼핑 생방송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SCJTV가 가장 길게 하는데다 생방송 매출 효과도 상당히 높아 다른 해외법인 관계자들이 SCJTV의 생방송 노하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 SCJTV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매출 성장 추이. ⓒ뉴데일리경제
    ▲ SCJTV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매출 성장 추이. ⓒ뉴데일리경제


    SCJTV는 생방송 효과를 등에 업고 지난해 매출 6230억 동(한화 약 310억원)을 기록, 베트남 홈쇼핑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1위 사업자로 자리잡았다. 베트남 내 홈쇼핑 방송 송출을 시작한 지난 2011년 매출 590억 동(약 30억원)에서 연평균 성장률 80% 이상을 기록하며 4년만에 10배 이상 성장했다.

    방송 송출 지역도 2012년 10개 도시에서 63개 도시로 확대됐다. SCJTV 가시청 가구수는 현재 약 600만명에서 오는 2020년에는 1500만명으로 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SCJTV 측은 "홈쇼핑을 볼 수 있는 유료방송 채널이 베트남 내에서 확장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채널 점유율이 현재 60%에서 2020년에는 75% 이상으로 기대된다"면서 "베트남은 한국이나 다른 국가에 비하면 홈쇼핑 매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성장세가 빨라 향후 잠재력이 기대되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잠재력은 높지만 시장 상황이나 인프라는 아직까지 열악하다. 배송은 주요 교통수단인 오토바이로 이뤄지며 배송기간은 도시 1~3일, 지방은 3~5일 가량이 소요된다.

    베트남은 홈쇼핑으로 물건을 주문할 때 카드 결제나 계좌 이체로 선결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직접 받아 확인한 뒤 배달 직원에게 물건 대금을 지불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수취인이 없거나 연락이 닿지 않으면 수취거부로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된다.

    SCJTV 관계자는 "선결제가 안된다는 점이 부담이긴 하지만 고객이 눈으로 직접 물건을 본 뒤 결제를 하기 때문에 반품률은 연 0.2%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낮다는 장점도 있다"면서 "홈쇼핑 제품을 주문한 뒤 실제 구매로 이뤄지는 것을 구매전환율이라고 하는데 한국 홈쇼핑이 약 70% 수준인데 비해 베트남은 82%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 ▲ 한국 중소기업 '쿠캔'이 SCJTV 스튜디오에서 녹화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김수경 기자
    ▲ 한국 중소기업 '쿠캔'이 SCJTV 스튜디오에서 녹화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김수경 기자


    베트남 내 한류 열풍도 SCJTV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다. 베트남 내에 '한국 상품은 품질이 좋고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한국 상품을 소개하는 홈쇼핑 방송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진 것.

    SCJTV에 한국상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는 전체 394개사 중 7.6%밖에 되지 않지만 한국상품의 매출 비중은 24.4%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에 SCJTV는 지난 7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한국 상품을 생방송으로 소개하는 '한국 상품 타임존'을 운영하고 있다.

    SCJTV 관계자는 "한국 상품을 선호하는 베트남 고객들에게는 우수한 한국 상품을 소개하고 브랜드를 알리는 한편, 한국 우수 중소기업에게는 해외 진출 판로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면서 "한국 제품 중 주방·가전 제품 매출 비중이 약 30%로 가장 높고 건강식품, 주방용품, 생활용품 등도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한국 중소기업의 염색약 제품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최고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현지 미용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굳이 염색약을 사서 집에서 쓰려는 고객이 없을 것 같아 반신반의 했지만 반응이 뜨거웠다.

    현지 관계자는 "미용실에서 염색하는 가격이나 염색약 가격이 거의 비슷해 잘 팔릴지 처음에는 의문이었다"면서 "염색약이 두피에 직접 바르는 화학약품이다 보니 한국에서 승인받은 안전한 제품이라는 점을 적극 홍보해 큰 인기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CJTV는 앞으로도 경쟁력있는 한국 중소기업 제품을 발굴해 베트남 시장에 꾸준히 선보이고 최근 막 시장이 열기기 시작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도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해 선점해나간다는 계획이다. 

    SCJTV 관계자는 "SCJTV는 단순히 홈쇼핑 1위 사업자를 넘어 베트남 내 온라인 유통업계에서 신뢰있고 영향력 있는 1등 온라인 유통회사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면서 "홈쇼핑뿐만 아니라 슈퍼마켓, 대형할인점, 백화점이 우리의 경쟁 상대인만큼 고객들이 항상 믿고 살 수 있는 홈쇼핑 브랜드를 확고히 구축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CJ오쇼핑이 베트남 국영방송사 SCTV와 50 대 50으로 합작해 설립한 SCJTV는 베트남 홈쇼핑 시장 점유율 60%로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 ▲ 한국 중소기업 '쿠캔'이 SCJTV 스튜디오에서 녹화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