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고밥점, 푸드·쇼핑·엔터테인먼트 통합한 복합문화공간 콘셉트로 차별화통큰·손큰·초이스엘 등 PB 브랜드로 제품 경쟁력 확보베트남에 새로운 쇼핑 스타일과 트렌드 제시… 올 하반기, 전자상거래에도 선제적 대응
  • 베트남은 인구 1억명 평균연령 28세의 젊은 국가로, 내수의 벽에 부딪힌 국내 기업에게는 '기회의 땅'으로 불린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2015년 2000달러로 한국의 1980년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비교되지만 스마트폰 보급률이 지난해 54%를 넘어서고 대형 외국 기업들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베트남의 변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만큼 빠르다. 일찌감치 베트남 시장에 뛰어든 국내 유통기업들이 급변하는 베트남의 새로운 유통 트렌드에 어떠한 전략으로 맞서고 있는지 직접 들여다 봤다. <편집자주> 

  • 롯데마트 고밥점 전경. ⓒ뉴데일리경제
    ▲ 롯데마트 고밥점 전경. ⓒ뉴데일리경제


    [베트남 호찌민 = 김수경 기자] "롯데마트 바게트는 고밥 시내에서 가장 싸고 맛있어요. 주말에 빨리 가지 않으면 다 팔리고 없는 경우가 많아요. 얼마 전엔 롯데마트에서 만드는 통큰팝콘을 샀는데 싸고 양도 많은데다 통 디자인도 마음에 들어 버리지 않고 보관함으로 쓰고 있어요." 

    베트남 호찌민시 롯데마트 고밥점에서 만난 직장인 리안(Lyan, 24세) 씨는 주말이면 가족들과 롯데마트에 들러 바게트와 통큰팝콘을 즐겨 사 먹는다. 아직까지 재래 시장에서 장을 보는 횟수가 더 많지만 쇼핑과 먹거리, 엔터테인먼트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롯데마트를 찾는 일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

    재래시장이 독점해 온 베트남 유통 시장이 최근 빠르게 변하고 있다.

    리안 씨와 같은 베트남의 젊은 중산층이 대형마트와 할인점, 쇼핑몰로 점점 발길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롯데마트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할인점이 아닌, 고객들에게 새로운 생활 문화를 제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이들을 맞이할 준비에 한창이었다.

    롯데마트 고밥점은 호찌민 시내 중심이 아닌 베드타운(bed town)에 위치한 탓에 평일 낮에는 한산한 모습이었지만 주말이면 주차장에는 수천대의 오토바이가 가득 차고, 매장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실제 평일 평균 1만명, 주말에는 2만5000여명의 고객이 방문하고 있으며 이 중 베트남 고객 비중이 99%에 달한다.

    고밥지역은 소득 수준이 높은 중산층 밀집지역으로 거주인구가 55만명에 이른다. 주말이면 고밥 주민 20여명 중 1명이 롯데마트를 찾고있는 셈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 유통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유통시장은 약 85조원 수준으로 재래시장이 74조원, 대형마트·할인점·슈퍼마켓 등 신(新)유통이 11조원 규모를 차지했다. 재래시장이 85%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5년간 성장률은 재래시장이 27.3%, 신유통 시장은 50.7%를 기록했다. 아직까지 규모는 작지만 재래시장의 성장 속도는 둔화된 데 비해 신유통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롯데마트는 이러한 트렌드의 변화를 감지하고 지난 10여년 간 베트남 시장에서 축적해 온 노하우와 롯데마트만의 경쟁력으로 무장한 고밥점을 지난 4월 오픈하고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고밥점은 롯데마트가 추구하는 베트남 시장 전략이 집약 돼 있다. 고밥점 이전까지 11개점의 롯데마트는 외형적·물리적 확대에만 집중했을 뿐 각 매장의 콘셉트나 구성은 상이했다. '롯데마트' 간판을 함께 달고는 있었지만 정체성의 통일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고밥점을 기점으로 롯데마트는 외관 디자인을 통일하고 1층-엔터테인먼트·식음료(F&B), 2층-마트, 3층-영화관으로 구성된 복합문화공간 콘셉트를 완성했다.

    마트 1층에는 베트남식과 한식, 서양식, 패스트푸드 등 다양한 레스토랑이 입점해 있으며 오락실과 놀이방, 볼링장, 당구장을 갖추고 있어 온 가족이 쇼핑과 함께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3층에는 초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수퍼플렉스를 포함한 총 7개관, 1500석 규모의 롯데시네마가 입점해있다.

    2층 마트는 이전까지 베트남 시장에서 경쟁력있다고 판단됐던 제품이나 행사 등을 벤치마킹하던 것에서 벗어나 롯데마트가 새로운 쇼핑 스타일을 제안하는 전략으로 탈바꿈했다.


  • 뚜언 롯데마트 고밥점 점장이 인기 PB 상품인 '통큰 팝콘'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수경 기자
    ▲ 뚜언 롯데마트 고밥점 점장이 인기 PB 상품인 '통큰 팝콘'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김수경 기자


    먼저 롯데마트 PB 브랜드인 '초이스엘', '세이브엘'을 베트남에 최초로 선보이며 자체 상품 경쟁력을 내세웠다. 이전까지는 베트남 시장에서만 판매하는 자체 PB를 선보였지만 고밥점에서는 한국에서 소위 '대박'을 친 PB 아이템을 선보이고 베트남 중소업체와 손잡고 직접 제작에 나섰다. 롯데마트 대표 브랜드인 '통큰', '손큰' 브랜드도 선보여 베트남 시장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뚜언(Tuan) 롯데마트 고밥점 점장은 "고밥점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통큰 피자, 통큰 블록, 통큰 팝콘은 출시 초기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면서 "현재 1000여종의 PB를 선보이고 있으며 고품질에 저렴한 제품을 꾸준히 선보여 롯데마트만의 차별화 경쟁력으로 내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마트 고밥점은 '특화 매장' 콘셉트를 도입했다. 기존 대형마트들이 상품을 단순하게 진열하는 방식에 그쳤다면 롯데마트는 '숍 인 숍(shop in shop)' 형태로 마트 내에 원예용품 코너, 애완용품 코너, 오토바이 용품 코너 등 7개의 특화 매장을 꾸몄다. 각 코너들은 독립된 콘셉트와 디자인을 적용해 전문성을 강조했다.


  • 롯데마트 고밥점 수산물 코너에서는 한 켠에서는 재래시장과 마찬가지로 생물을 얼음 위에 진열해 판매하고 있으며 바로 옆에서는 소포장 된 수산물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김수경 기자
    ▲ 롯데마트 고밥점 수산물 코너에서는 한 켠에서는 재래시장과 마찬가지로 생물을 얼음 위에 진열해 판매하고 있으며 바로 옆에서는 소포장 된 수산물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김수경 기자

    롯데마트는 고밥점은 베트남 고객들의 재래 시장 선호도가 높은 점에 착안해 신선식품과 수산·축산 코너는 재래시장과 대형마트 콘셉트를 결합했다. 수산물 코너 한쪽에서는 재래시장과 같은 방식으로 얼음 위에 제품을 직접 진열하고 고객들이 직접 보고 만진 뒤 구매할 수 있도록 했고, 바로 옆 코너에서는 신선하게 소포장 된 냉장 제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진열해 놨다.

    김재현 롯데마트 베트남법인 지원팀장은 "아직까지 베트남 사람들은 재래시장 제품이 '신선하고 좋다'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롯데마트는 이러한 현지 문화를 적용하되 롯데마트만의 선진화 된 선도·위생 관리 시스템을 선보여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생활을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롯데마트 고밥점에서 베트남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데일리경제
    ▲ 롯데마트 고밥점에서 베트남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데일리경제


    이 밖에도 롯데마트 고밥점은 김밥, 떡볶이, 튀김 등 한국식 먹거리를 푸드코트에 선보이고 '인터내셔널 존(international zone)'에서 다양한 한국식품을 소개하는 등 K푸드를 알리는 가교 역할도 도맡고 있다.

    롯데마트는 고밥점에서 완성한 이같은 콘셉트를 베트남 전역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7월 28일에 오픈한 냐짱점(Nha Trang·13호점)과 내년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14호점에는 고밥점의 콘셉트가 그대로 적용된다.

    홍원식 롯데마트 베트남 법인장은 "고밥점은 단순 외형 확대를 벗어나 롯데마트가 경쟁력있는 콘텐츠를 갖췄다는 점에서 한 단계 성장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한국에서 성공한 롯데마트 모델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 아니라, 베트남 현지에 맞는 롯데마트를 완성했다는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밥점 모델이 완성형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도 베트남 시장에 맞는 새로운 마트로 업그레이드 해 나갈 것"이라면서 "올 하반기에는 성장이 기대되는 베트남 전자상거래(이커머스)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전자지갑을 도입하고 롯데 브랜드 멤버십인 엘포인트를 통합하는 작업을 가속화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롯데마트(점포수 13개)는 베트남 매출 1위 할인점인 빅씨마트(점포수 32개)와 베트남 국영 할인점꿉마트(80개)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현재 베트남을 포함해 한국(116개), 중국(116개), 인도네시아(43개) 등 총 288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 롯데마트 고밥점 2층 매장에서 베트남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데일리경제
    ▲ 롯데마트 고밥점 2층 매장에서 베트남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데일리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