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업계, 자동차 등 수요산업 간접 수출 영향에 주목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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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사실상 결정되면서 국내 철강업계 고심이 깊어졌다. 트럼프가 강력한 무역규제 정책으로 자국 철강산업 보호에 앞장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철강사들의 대(對)미국 철강재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대선이 트럼프 당선이라는 의외의 결과를 낳음에 따라 국내 철강업계는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동안 트럼프가 주장해 온 강력한 보호무역주의가 현실화 될 경우 업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 중에 있다.

     

    반덤핑, 상계관세 등 향후 강한 수입제재가 예상됨에 따라 국내 철강사들의 대미국 수출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2015년 대미국 철강재 수출은 전년대비 30.7% 감소한 395만5000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철강재 수출(3155만톤)의 약 13%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 국가로 봤을때 이정도 규모의 수출량은 결코 적지 않다는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무역 정책을 예상해 볼 때 향후 현 수준의 수출 규모를 유지하기 어려울거라는게 대다수 전문가의 분석이다.

     

    대선 이전에도 미국은 차기 정부를 대비해 강한 무역규제 정책을 펼쳐왔다. 그 결과 포스코는 올해 8월초 열연강판 반덤핑 판정에서 상계관세를 포함해 총 60.93%의 관세를 부과받으며, 열연강판 수출길이 막히기도 했다.

     

    관세 부과는 곧바로 포스코의 열연강판 수출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같이 트럼프 체제에 따른 반덤핑 기조가 열연강판 이외 다른 품목에도 적용된다면 국내 철강업 전체 수출 감소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철강사들은 트럼프 후보자 당선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포스코는 미국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것이라 예상했기에 수출 품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 또한 통상대책 강화에 들어갔다. 현대제철은 미국 무역 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한 지난 8월 통상대응 강화를 위해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영업본부 내 통상전략실을 신설하고 그 밑에 통상 1~3팀을 두도록 개편했다. 통상 담당 직원을 지속적으로 채용하며 선제적인 대응으로 반덤핑 규제를 피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후보의 선거 유세를 지켜본 결과, 과거 대비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는 것은 자명하다"면서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기업들은 미국 등 주요 국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통상 리스크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간접적으로 철강재 수출에 미칠 영향도 주목하고 있다. 자동차 등 철강재가 쓰이는 수요산업 수출이 감소하면서 자연스레 철강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심상형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보호무역이 강화되면서 한미FTA 재검토 등 전체적인 산업에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철강산업은 열연강판, 냉연강판 등 주요 품목이 무역 규제를 받고 있어 추가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철강 뿐만 아니라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며 "자동차 등 수요산업 수출 감소로 철강재 간접 수출이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철강협회는 이번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보호무역 기조 강화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해 왔다. 그럼에도 트럼프 당선이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업계가 미국 통상 리스크에 대해 나름대로 상당한 시그널을 받아왔다"며 "이에 따라 협회는 업계와 조직적으로 여러가지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도 철강업계와 발맞춰 대응책을 마련해 왔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한거 같다"며 "트럼프 당선이 현실화 됐기에 향후 미국 정책에 따른 추가적인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