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사라지는 바닷가 모래의 추억

최종편집 2016.12.20 09: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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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해안 해변에 들른 적이 있다. 예로부터 백사장이 좋기로 유명한 곳이고 과거에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보낸 좋은 기억이 있어서 추억 속 멋진 풍경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해변을 찾았다. 그러나 그 기대는 이내 실망과 안타까움으로 바뀌었다. 해안가 모래는 눈에 띄게 사라지고 해안은 확연히 좁아졌으며 거뭇거뭇한 자갈과 바위들이 사라진 모래를 대신하고 있었다. 우리 해안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늘 우리 곁에 있을 것만 같던 아름다운 해안이 해를 거듭할수록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경북도 해안에서만 1년 사이에 국제 대회 규모의 축구장 10개소를 합친 넓이의 백사장이 사라졌다고 한다. 면적은 7만6000여㎡, 사라진 모래의 양은 25톤 트럭 7488대 상당이라 하니 그 수치가 놀랍다.

본래 해안은 파도와 바람, 강물과 모래언덕, 나무와 풀 등이 오랜 시간 상호 작용하여 만들어 낸 자연의 선물이다. 특히, 해안가 백사장은 우리의 소중한 관광자원이면서 태풍·풍랑·해일 등 해양에서 발생한 강한 에너지를 미리 흡수하여 충격을 감소시키는 완충공간의 역할도 한다.

하지만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한 온난화 현상으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대형 태풍과 너울성 이상 고파랑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해안 침식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천 개발로 인해 바다로의 모래 공급이 감소한 상황에서 해안도로, 방파제와 같은 인공구조물이 곳곳에 설치됨에 따라 물의 흐름이 바뀌어 백사장 면적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 결과,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해변들조차 모래를 인공적으로 공급하는 '양빈' 사업을 통해 간신히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여름철 대표 피서지인 부산 해운대에서 한때 40m까지 줄어들었던 백사장이 100m까지 넓어진 일도 자연의 힘으로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백사장이 사라짐에 따라 연안을 찾는 관광객이 감소하여 지역 경제가 타격을 받고, 바다와 육지 사이에 완충공간이 없어 9월 발생한 태풍 차바(Chaba) 때처럼 강한 태풍이 일어나면 큰 피해를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연안침식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해안가 주민들일 것이다. 그러나 연안 침식의 피해가 해안가 주민들에게만 미칠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국가 전체의 영토관리 차원에서 연안 침식 현상을 국민 모두의 문제로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처럼 날로 심화하는 연안침식 피해를 줄이고 안전한 연안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는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년 전국의 주요 연안 250개소의 침식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찰하여 연안별 해안선, 단면적, 파랑 변화 등 침식현상에 대한 과학적인 자료를 축적하고, 2019년까지 전국 370개소의 훼손된 연안을 복원·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연안 정비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우리 연안 특성에 최적화된 '연안침식 대응기술'을 개발 중으로 동해안 연안지형 변화를 예측하는 모델을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훼손된 연안을 사후에 복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던 연안정비사업을 보완하여, 이제는 침식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미리 '연안침식관리구역'으로 지정하여 사전적·체계적으로 연안 침식에 대응하고자 한다.

한 번 훼손된 해안을 다시 회복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거대한 힘을 가진 바다를 상대로 우리의 소중한 해안 영토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는 데는 많은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요구된다. 정부의 노력에 국민이 함께 동참하여 해안가 모래의 소중함을 인지하고, 모래를 지키는 방안을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상호 간 긴밀한 소통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에 의해 연안 침식은 계속되고 있으며, 이에 맞서는 우리에게는 긴 호흡이 요구된다. 그러나 연안침식 대응의 키워드인 '모래관리'를 통해, 해안가 모래를 특별히 여기는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성과를 얻어 우리 아이들이 과거의 모습대로 복원된 아름다운 해안에서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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