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사업지 난항에 취소 사업지까지 '속출'새 정부 '특혜' 줄일 방침에 공급물량 감소 전망건설업계, 회의론 대두 "혜택 줄고, 불안정성 심화"
  • ▲ 지난 2월 공급된 서희건설의 첫 뉴스테이 단지 '대구 스타힐스테이' 견본주택. ⓒ서희건설
    ▲ 지난 2월 공급된 서희건설의 첫 뉴스테이 단지 '대구 스타힐스테이' 견본주택. ⓒ서희건설


    #. 전국 최초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으로 추진된 인천 부평구 십정2구역 정비사업이 최근 임대사업자 재입찰공고를 냈다. 사업비 조달을 위한 펀드 조성 실패로 기존 임대사업자와의 계약이 해지되면서다. 사업자 선정으로 회귀한 만큼 사업 지연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전 정부의 주거정책 중 하나인 뉴스테이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사업을 중단하고 해당 부지를 새 사업으로 활용할 계획까지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당시 공약에서 밝힌 특혜성 택지 공급 제한 등 제도 손질이 가시화되면서 건설기업들도 한 걸음 물러서는 모양새다. 잡음과 논란 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다 공급까지 줄어들면서 뉴스테이가 서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 십정2구역뿐만 아니라 추진 사업지들 중에 잡음이 불거지는 곳이 적지 않다. 일부 현장에서는 보상금이나 이주대책을 두고 갈등이 빚어지기도 하고, 임대사업자가 사들이는 일반분양 물량의 가격을 놓고 다툼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재개발 지역의 경우 임대주택인 뉴스테이가 들어서 향후 재산 손실이 따를 수 있다는 주민들의 반발도 이어진다.

    인천 동구 송림동 뉴스테이 사업도 십정2구역과 같이 새 사업자 찾기에 나섰다. 원주민을 위한 보상금이 턱없이 적게 책정되면서 원주민의 42%가 새 아파트 분양을 거부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는 관리처분인가 획득 실패로 이어지면서 기존 사업자와의 계약이 해지됐다.

    이곳 주민들은 최근 청와대에 문 대통령의 공약인 '도시재생 뉴딜 정책'으로 사업을 변경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시공사가 추진 중인 하남시 천현동 사업의 경우 지난달 보궐선거에서 뉴스테이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건 오수봉 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남시 측은 지역 내 과도한 임대주택 공급으로 공실률이 높은 만큼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밖에 서울 첫 뉴스테이 정비사업인 강북2구역 사업도 사업자와 조합간 주택매입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지난해 11월 최종 무산됐으며 인천 남구 도화1, 대전 유성구 도안2 등 사업도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후보 당시 뉴스테이와 관련, 특혜성 택지 공급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한 만큼 공급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 측은 주거공약을 발표하면서 "뉴스테이는 민간이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뉴스테이 사업을 위한 공공택지 특혜 분양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뉴스테이는 그간 그린벨트와 같은 공적 자원을 촉진지구로 지정해 건설사에 싼값에 공급하면서 건폐율·용적률까지 완화해준다는 '특혜 시비'가 일었다. 뿐만 아니라 주택도시기금 지원과 취득세 등 세금 감면, 택지지구 우선 공급 등 혜택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내부적으로 뉴스테이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조직이 안정화되면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추가적인 뉴스테이 촉진지구 지정이 중단되거나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토부가 연초 수립한 계획에 따르면 올해 공급 예정인 총 7만9000호 가운데 촉진지구 지정 방식으로 절반 이상인 4만2000호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추가적인 촉진지구 지정이 없으면 전체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전 정권에서는 대표 주택사업인 뉴스테이의 공급 목표를 채우기 위해 뉴스테이 전용 단지인 촉진지구 지정을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며 "새 정부는 뉴스테이 목표에 연연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촉진지구를 비롯해 뉴스테이 전반에 대한 활용법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개발정보업체 지존의 신태수 대표는 "촉진지구뿐만 아니라 지자체가 추진하는 뉴스테이도 곳곳에서 주민 반발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새 정부 정책과 맞물려 이런 곳들도 사업이 취소되거나 다른 용도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상황이 이렇자 건설업계에서도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 이전 정부의 적극적인 공급 확대에 참여하게 된 기업의 경우 더 이상 참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뉴스테이 사업 초기에는 건설사들의 참여가 적었지만, 정부가 워낙 강력하게 추진하고 인센티브를 줬기 때문에 건설사들도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라며 "뉴스테이 사업 자체가 불안해지면서 건설사들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 정책의 불안정성이 커지면 건설사는 물론, 입주자들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다른 건설사들도 앞으로 추가로 뉴스테이 사업에 뛰어들기보다는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뉴스테이가 건설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금융과 세제 혜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정부 정책이 서민주거안정에 방점이 찍힌 만큼 앞으로 뉴스테이 지원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뉴스테이 사업이 주택수요자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으면서 중산층 주거안정에 기여하고 있는 만큼 정책의 지속화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의 주택정책도 바뀔 것이 아니라 사업의 지속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뉴스테이는 태어난 지 두 돌밖에 안 됐다"며 "폐지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성장시키면서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현숙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속성이나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서민들과 입주대상자"라며 "문제가 있다면 폐지보다는 개선하고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