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권익보호, 노조 아닌 기업경쟁력이 근간"

비정규직 정규직화 태풍…"황금알 낳는 거위 잡지 말아야"

[J노믹스 성공의 해법] 노동시장 기득권, 기업 아닌 노조가 이미 쥐고 있어
더 나은 노동환경 구축, '국민-기업-노동자' 고통분담 설득 우선돼야

윤희성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6.25 04:5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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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뉴데일리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의 '질'을 높이겠다며 내세운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노동계의 강력한 지지를 기반으로 출범한 새 정부가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해결을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운 만큼 그 어느 정권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 뼈를 깎아내는 고통을 분담하고 이해당사자들이 어떻게 양보할지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기업의 배만 가르는 과오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시나브로 나오고 있다.

노동정책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도할 수 있는 공공부문에서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국민의 세금 부담과 직결돼 있고 기업의 자유가 최우선되는 민간부분에서는 기업과 노동조합의 자발적인 양보가 요구되기에 국민들에게 '일자리의 질이 좋아진다'는 긍정적인 결과를 위해서는 비용과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일자리위원회(위원장 문재인)는 전체 비정규직(약 600만명)의 2%에도 못 미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약 10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민간부문을 자극하겠다는 복안이다. 공공부문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비정규직 공무원의 숫자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공공부분 비정규직 제로(zero) 정책이 민간부분으로 자연스럽게 확대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은 방향이 잡혔지만 기업, 노동자 그리고 국민들이 고통을 감내할 준비가 됐는지는 아직 물음표다.

전체 비정규직의 98%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민간부문의 기업들은 '더 이상 정규직 고용을 늘릴기는 쉽지 않다'며 벌써부터 아우성이다. 노동시장에서 기득권을 쥐고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사용자들과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비정규직근로자비율.ⓒe-나라지표



금속노조는 최근 기자회견 열고 현대차그룹에 노사가 각각 2500억원을 분담해 5000억원 규모의 일자리연대기금 조성을 제안했다.

내용만 보면 상당히 파격적이다. 또 기업과 노사가 고통을 분담하는 방식인 만큼 새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의 새로운 해법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내용을 살펴보면 기금 마련을 두고 노조와 기업의 시각차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노조는 현재 소송이 진행중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체불임금으로 일자리연대기금을 마련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는 각각 2011년과 2013년에 회사를 상대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소급해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재판에서 현대차는 2심까지 승소했고, 기아차는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노조는 승산이 낮은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청년실업 해소 등 좋은 일에 쓰겠다며 사법부를 압박하고 있다.

또 노동계의 강력한 지지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를 등에 업고 현대차그룹으로부터 소송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고도의 전술로도 해석하는 견해가 있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
청년일자리 만들기 등 더 나은 노동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현 정부의 노력에는 기업과 노동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데 노조의 이런 행동은 노동개혁을 위한 고통 분담과 양보와는 거리가 멀다.


▲비정규직근로자 규모 추이.ⓒe-나라지표



문재인 정부와 기업이 파악한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은 동일한 성과에 차별적 보상이다.

'비정규직은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 단지 정규직으로 채용되지 못한 사람일 뿐'이라는 것에 기업과 문재인 정부는 깊이 공감하고 있다.


정부 일자리위원회 이용섭 부위원장 역시 "비정규직이 신분적 차별을 받는 것을 해결하고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동일한 성과를 내도 차등 보상을 하는 노동시장의 왜곡이 문제다. 
이런 문제의 핵심에는 노동시장의 기득권을 쥐고 있는 노조가 한 몫하고 있다. 정규직이 비정규직과의 차등 보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직들은 동일한 일을 해도, 비정규직과 다른 신분이라고 주장하며 더 많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 산업계의 현실이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막고 있다는 것이 학계는 물론, 노동계의 중론이다. 기업의 수익이 갑자기 늘어나지 않는 현실적인 한계를 감안하면 정규직이 늘어나는 것을 결코 환영할 수 없는 입장인 것이다.

▲비정규직근로자 고용동향(단위는 천명).ⓒe-나라지표



중앙대학교 김승욱 교수는 "기업의 부가가치 생산성 증가율이 인건비 증가율과 비례한다"며 "이는 기업이 돈을 벌면 노동자들에게 보상한다는 당연한 논리지만, 노동 현실에서는 왜곡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은 기업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함께 노력했는데, 보상을 받을때는 신분적 차이로 비정규직이 차별을 받는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 역시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더 많이 보상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규직 노동자 중 임금에 비해 노동 성과가 약한 사람을 해고하는 행위가 사실상 법으로 막혀 있어 검증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노동자의 권익은 노조가 아닌 기업의 경쟁력에 근간을 두고 있기에 정규직이 급진적이고 양보 없는 행태를 보인다면 노동자들을 보호했던 기업의 경쟁력을 하락시킬 수 있다"며 "기업 경쟁력 하락의 부메랑은 다시 노동자들에게 돌아 올 수 밖에 없기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기업의 배를 가르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이현석 조사본부장은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직무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필요하다"면서 "현재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선진국처럼 직무급에 성과급을 합친 합리적인 임금산정 시스템으로 바꿔야만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배 상임 부회장 역시 "기업에게 성과가 좋지 않은 정규직을 해고할 수 있는 고용유연성을 보장하면 비정규직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양질의 노동시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존 노동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정규직들의 고통 분담 및 양보가 최우선 돼야 한다.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이 없는 나라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꿈꾸는 나라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만큼 기업, 노동계의 고통분담, 국민들의 비용부담이 반드시 필요하다.


▲비정규직근로자 성·연령별 비율(단위는 %).ⓒe-나라지표



한편, 지난해 기준으로 대한민국 임금근로자는 1900만명. 이중 1300만명이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600만명의 비정규직이 존재하고 있는데, 아르바이트 등 시간제 근무가 많은 10대와 60대 근로자가 대부분이다.

정부가 밝힌 비정규직 비율은 32%지만 연령대를 나눠 살펴보면 10대(75%)와 60대(68%) 노동자들이 전체 비율을 높이고 있다. 20대부터 50대까지의 평균 비정규직 비율은 29%. 
직업을 갖기 시작하는 20대부터, 기업 조직에서 중책을 맡는 50대 근로자의 70% 이상은 정규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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