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무구조도·특사경까지…세지는 감독 권한·복잡해지는 규제 환경김앤장에 쌓이는 '금융위 라인'…광장·태평양도 인력 확보 경쟁
  • ▲ 김앤장 법률사무소 로고. ⓒ 김앤장 법률사무소
    ▲ 김앤장 법률사무소 로고. ⓒ 김앤장 법률사무소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이 장관급부터 실무자까지 대거 대형 로펌으로 이동하며 김앤장에 '미니 금융위원회'가 꾸려지고 있다. 이 같은 인력 흐름은 단순한 인사 이동을 넘어, 금융소비자보호 강화와 감독 권한 확대 등 규제 중심 정책 기조 속에서 관련 법률 자문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차영호 전 금융위 사무관은 최근 김앤장 법률사무소 파이낸스팀으로 이직했다. 2015년 민간경력채용 공인회계사 직무로 금융위에 입사한 차 전 사무관은 공정시장과, 금융안전과 등을 거쳐 최근 규제샌드박스팀에 이르기까지 11년간 금융위 핵심 부서에서 다양한 실무를 다졌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김앤장 내 구축된 '금융위 라인업'이다. 차 전 사무관은 이미 김앤장에 합류해 있는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과 한 팀을 이루게 됐다. 차 전 사무관은 은 전 위원장 재직 시절이던 2020년 '적극행정 우수공무원'으로 선정돼 직접 상장을 받는 등 인연이 있어 업무 시너지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도규상 전 금융위 부위원장까지 최근 김앤장에 둥지를 틀면서, 사실상 사무소 내에 장관급부터 실무 사무관까지 아우르는 진용이 갖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뿐만이 아니다. 금융감독원 출신 실무자들의 로펌행도 잇따르고 있다. 김성주 전 금감원 팀장과 가상자산조사국 출신 김진원 변호사 역시 최근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른 대형 로펌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홍수정 금융위 규제개혁법무담당관은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신상록 자본시장조사총괄과장은 법무법인 광장으로 이동하는 등 업계 전반에서 '당국 출신 인력 확보 경쟁'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 같은 인력 이동은 금융당국의 감독 권한 강화와 규제 체계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기조 아래 책무구조도 도입이 본격화되고, 금감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신설 등 감독 기능이 한층 강화되면서 금융사들의 규제 대응 환경이 빠르게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감원은 특사경을 통해 자체 조사 사건에 대해 검찰 고발·통보 없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 당국의 조사와 수사의 경계가 대폭 좁아진 셈이다.

    금융사고 건수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금감원 공시 등에 따르면 금융사고 발생 건수는 2023년 62건에서 2024년 112건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으며, 지난해 은행권에서는 역대 최다 수준의 사고가 발생했다. 

    금융회사들 입장에서는 기관의 힘이 세지고 기능이 쪼개질수록 단순한 법적 해석을 넘어 당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하는 수요가 커질수 밖에 없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정책 기류를 파악해 맞춤형 전략을 짜고 추후 대응 전략까지 제시할 수 있는 관 출신 인사의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당국의 조사 절차와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선제적이고 정교한 대응이 가능하다"며 "AI, 스테이블코인 등 변화하는 금융 패러다임에 따라 규제도 복잡해지면서 당국 사정을 파악할 수 있는 인재들의 수요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