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로 책임 전가할 가능성 높아, 찬성 결정에 중압감 느껴"시너지 '조작' 말도 안되는 주장…합병 무산될 경우 손실 가능성 더 커"


  • "SK와 SK C&C 합병 건과 관련된 전문위의 결정 과정을 보고 걱정을 많이 했다.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은 국민연금이 책임을 지는데 반해 결정은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전문위가 하는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해 온 채준규 전 국민연금 리서치팀장의 말이다. 그는 물산 합병은 기금자산의 증식을 위해 찬성되는 게 맞다고 거듭 강조했다.

    21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33차 공판이 서울중앙지법 510호 소법정에서 열렸다. 오후 공판에는 채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국민연금의 물산 합병 찬성과 과정을 증언했다.

    특히 조남권 전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과 최홍석 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이 국민연금 관계자들에게 전문위가 아닌 투자위에서 찬성을 결정하도록 유도했다는 발언과 관련해 '들은 기억이 없다'고 증언해 눈길을 끌었다.

    채 전 팀장은 SK합병 등을 고려할 때 물산 합병 역시 당연히 전문위에 부의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투자위에서 찬성 결정이 나자 의아함과 함께 부담감이 밀려왔다고 언급했다. 

    그는 "투자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국감과 언론에 시달려 전문위로 책임을 전가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저를 포함한 팀원 누구도 투자위에서 결정이 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투자위 결정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중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불리한 합병비율로 발생하는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시너지 효과를 급조했다는 주장에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당초 국민연금에서 산출한 합병비율과 비교해 물산이 다소 불리한 게 사실이지만, 비율만으로 합병을 결정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시너지 산출은 합병이 발표되기 훨씬 전인 2014년부터 진행됐다고 항변했다.

    채 전 팀장은 "자체적으로 산출한 비율과 실제 비율은 차이가 있었고 그로 인해 1500억원 정도의 손실이 나오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국민연금이 물산의 주식을 더 많이 갖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비율보다 시너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해 분석에 들어갔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2조원 이상의 시너지 효과가 나왔어야 했는데 다양한 시너지 중 합병으로 매출이 10%만 증가한다는 판단이 나오면 다른 시너지를 계산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매출과 함께 바이오로직스의 최대 주주가 되면서 얻게 되는 이득, 물산이 지주사가 됐을 때 오는 브랜드 로열티 가치 등이 주된 시너지였다"고 덧붙였다.

    합병 찬성으로 3조원 이상의 추가 이익이 발생할 수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는 "이밖에도 합병 찬성으로 얻을 수 있는 2개의 간접 시너지도 있었다"며 "연금이 운용하는 주식 100조원 가운데 15조원이 삼성전자 주식이다. 전자가 물산 합병으로 기업분할을 할 경우 주가는 최소 20% 이상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될 경우 3조원 이상의 추가 이익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 기대가 높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합병을 찬성한 가장 큰 근거는 기금자산의 수익성과 합병이 무산될 경우 발생할 손실 가능성"이라며 "합병 찬성과 관련돼 누구에게도 압력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