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수출 품목 1위 '자동차', 가격 경쟁력 저하 우려투자계획 밝혔지만 현지생산 확충은 상당 시일 걸려트럼프, 수출 쌍두마차 '반도체'도 관세 부과 시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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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행보가 거침없다. 강력한 관세 정책과 보호무역주의를 밀어붙이며 '관세 전쟁' 전선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 12일 발효된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이어 자동차 관세 발표까지 2개 품목에 대한 관세 조치를 본격화했다.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 방침을 재확인해 제조업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2일부터 수입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영구적으로 물리겠다고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내달 2일 무역 상대국의 관세·비관세 무역 장벽 수준 등을 고려해 부과하는 상호관세와는 별도로 품목별 관세를 따로 부과한 것이다.백악관은 엔진, 변속기, 파워트레인 부품, 전장 부품 등 주요 자동차 부품에도 25% 관세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필요한 경우 관세가 적용되는 품목이 확대될 수 있다고도 예고했다.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자동차 산업은 이번 관세조치로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관세 부과로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면 수출액 감소가 불가피해서다.한국은 미국의 3대 자동차 수입국이다.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별 자동차 수입규모는 멕시코(785억달러), 일본(397억달러), 한국(366억달러), 캐나다(312억달러), 독일(248억달러) 순이다.한국 대미 자동차 수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347억4400만달러다. 지난해 한국 대미 수출(1277억8600만달러) 중 자동차가 27.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자동차 수출규모(707억8900만달러)의 49.1%에 육박한다.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미국이 자동차 산업에 25% 관세를 매길 경우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지난해 대비 18.59%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자동차는 대미 수출 비중이 가장 크고 한국 주력 수출 품목인 만큼 자동차 수출 뿐 아니라 한국 수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최근 현대차가 향후 4년간 미국에 210억달러의 투자를 발표하면서 관세 유예 조치가 기대됐지만 관련 언급은 없었다. 다만 백악관은 별도 브리핑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 기준 적용 자동차 부품에는 상무부 장관이 세관국경보호국(CBP)와 협의해 관련 절차를 수립하기 전까지 관세 부과를 유예한다고 했다.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현대·기아차의 경우 미국서 판매되는 총 대수 중 미국 내 생산 비중은 약 35%에 그쳐 경쟁국가 대비 낮은 편"이라 "가격경쟁력 약화가 우려돼 경쟁사 대비 부정적 영향이 클 것 같다"고 했다.이어 장 원장은 "현대차가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과 관련없이 관세 부과는 예외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내 생산능력(케파)를 늘리기 전까지는 단기적인 관세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어 수익성 악화와 가격경쟁력 저하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 ▲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각료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UPI연합뉴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과 자동차에 이어 반도체, 목재, 의약품 등에 대해서도 품목별 관세 부과 방침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품목별 관세 방침을 시사하며 관세율 25%를 제시한 바 있다. 한국의 또다른 주력 품목인 반도체까지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의 대미 수출액은 106억8000만달러로 3위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 1419억달러 중 미국 수출 비중은 7.2%를 차지한다.다만 반도체는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자동차보다는 부정적 영향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관세가 부과된다 하더라도 이미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만큼 투자를 더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체 반도체 수출에서 미국으로의 수출비중은 자동차처럼 높은 비중은 아닌 만큼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나, 올해 반도체 수출은 둔화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장 원장도 "수출이 줄어들려면 미국 내 생산이 늘어나야 하는데, 아직 반도체는 미국 내 생산기반이 약한만큼 자동차 등에 비해 부정적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이라며 "관세 부과시 결국 미국 수입업자의 비용 부담으로 연결될 공산이 높다"고 내대봤다.향후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가 중복 적용될지는 불명확하다. 불확실성이 큰 트럼프 대통령 특성상 관세 향방을 예단하기도 어렵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 "(관세가) 어떤 경우에는 동시에 부과될 것"이라며 "그들이 우리에게 부과하면 우리도 그들에게 부과할 것이다. 그에 더해 자동차와 철강·알루미늄 등에 추가할 수도 있다"고 했다. 사실상 상호관세와 품목관세가 중복적용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한편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 한국 기업들이 잇따라 미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을 두고 한국 산업 공동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김 교수는 "현지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 국내 일자리가 줄어드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우리나라 노동시장 구조가 지금과 같이 대기업 강성노조, 52시간제의 경직적 근로시간제 등으로 운영되면 기업들이 외국으로 다 빠져나가게 되는 만큼 글로벌스탠다드를 맟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