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산불'에 50명 사상 … 여의도 면적 100배 산불전문가들 "불씨 키운 건 소나무" … 산림청 정책 지적"산불 명분으로 막대한 예산 퍼쓰고 퇴직자 일자리 창출"진화인력 관리 허점 등 산림청에 책임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 ▲ 26일 오후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헬기추락 사고로 인해 운행을 중단했던 산불진화헬기가 대형 산불을 상황을 고려해 경남 하동군 옥종면 산불현장에 재 투입되고 있다. ⓒ뉴시스
    ▲ 26일 오후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헬기추락 사고로 인해 운행을 중단했던 산불진화헬기가 대형 산불을 상황을 고려해 경남 하동군 옥종면 산불현장에 재 투입되고 있다. ⓒ뉴시스
    산림청이 주도한 산림정책이 전국 대형 산불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불은 기후위기가 아니라 정책 실패"라며, 소나무 중심 조림과 고령화된 진화인력 체계 등이 피해를 키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27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경상권 여러 곳에서 발생한 산불 사태로 고령의 주민들과 불을 끄러 나섰던 진화대원, 헬기 조종사까지 모두 24명이 숨졌다. 중상(12명), 경상(14명) 등 다친 사람들도 많다. 산불이 더 확산 추세라 사상자는 더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산불영향 구역은 3만ha로 여의도 면적(290ha)의 100배가 넘는다. 주택과 공장 등 209곳이 화마에 휩쓸리고 농작물이 불타는 등 재산 피해도 상당하다. 천년고찰 고운사를 잿더미로 만들었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까지 위협하는 등 문화재도 수난이다. 

    산불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산림청의 구조적 실패를 지목하고 있다.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는 자신의 SNS에 "산불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산림청이 수십 년간 조성해 온 소나무 중심 조림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산불) 사진 속 훨훨 타오르는 불길은 산림청이 그동안 조림한 리기다소나무"라며 "미래의 불폭탄을 열심히 만드는 산림청을 해체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대형산불 재난 국가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 대표에 따르면, 산림청은 지금까지의 산불이 소나무 때문이고 재선충으로 소나무가 고사 중인 것을 잘 알면서도 전국의 활엽수를 벌목하고 그 자리에 소나무를 심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나무는 수분 함량이 적고 송진이 많아 불이 붙기 쉬운 대표적인 침엽수로, 강풍을 탈 경우 불씨가 수백 미터까지 번지며 대형산불로 확산되는 원인이 된다.

    산림청도 최근에 낸 '2025년도 전국 산불방지 종합대책'에서 소나무 등 침엽수림이 넓게 분포해 산불에 취약한 산림구조인 것을 이미 파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막상 산불이 발생하자 고온건조해진 기후변화 등 다른 이유를 들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림청이 인공적으로 심는 소나무는 전체의 5% 수준이고, 나머지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라며 "기후적 원인 등 산불이 잦아진 데 대해 여러 분석을 하고 예방,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체계적인 산불 진화 전술도 없고, 최소한의 책임 의식도 보이지 않는 산림청의 태도를 지적하면서 산불 수습 이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장은 "2017년 이후 대형산불을 막을 수 있다고 매년 막대한 예산을 퍼다 쓰고 산림청 퇴직자들 일자리 창출에만 전념하고 있다. 산불을 못끄는 게 아니라 안끄고 있는 산림청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 "임도가 산불 확산 통로 … 진화인력 전문성 부족해"

    산림청의 부적절한 산림 정책이 대형산불을 키웠다는 주장은 계속 나왔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산림청이 예산 수천억원을 들여 조성한 임도(산림도로)가 산불 확산의 통로가 됐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숲에 임도를 만들면 바람이 20배가 빨라진다"며 "우리나라 임도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밀도를 보인다"며 "거미줄처럼 얽힌 임도를 따라 20배나 빠른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산림청 관계자는 "임도의 밀도가 낮은 지역에서 연료의 연속성이 높아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임도로부터 거리가 1m 멀어질수록 산불피해 면적이 1.55㎡씩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반박했다.

    산림청의 진화인력 관리 허점도 지적 대상에 올랐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기간제 계약직으로 모집한 산불 진화대원은 고작 10시간 정도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된다"며 "화재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분이 위험한 현장에 투입되다 보니 이번 사망사고 같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화재 전문가가 아닌 인원을 위험한 산불 현장에 보내는 것은 이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과 같다"며 "이는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아주 심각한 문제다"고 비난했다.

    ◇ "산불 대응 기관 소방청으로 이관해야" 견해도 나와

    산불 진화 대응 주무기관을 산림청에서 소방청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채진 교수는 "산불 진화 같은 위험한 작업은 전문가가 하는 것이 맞다"며 "따라서 화재 전문가인 소방청에 산불 진화 업무를 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불 발생 시 주(主)불은 소방청에서 대응하고 진화대원은 잔불만 잡는 방식으로 구조가 개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산불은 일어나는 시기가 집중돼 있기 때문에 산불 전담 인력을 따로 두는 것은 비효율적이다"며 "산불 대응 업무를 소방청에 이관하면 인력과 장비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 교수는 "산림청은 산불 예방과 복구 업무에 집중해 줬으면 한다"며 "부처 이기주의를 버리는 게 국민을 살리고 보호하는 길이다"고 역설했다.

    산불 진화 업무의 소방청 이관보다는 산림청 산불 진화 조직에 더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다. 아울러 드론이나 AI 등 무인 기술을 활용해 산불 감시 체제의 한계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건축물 화재와 산불은 대응 방법이 다르다"며 "소방이 건축물 화재 진압에선 뛰어난 능력과 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그 장비를 산꼭대기까지 들고 올라가서 산불을 진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산불 대응 업무를 소방청으로 옮기기 보단, 산지 적응성이 있는 산림청 진화대원에게 더 투자해서 교육과 장비 수준을 강화하고 첨단 장비 도입 등 예방체계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