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16만원, 15분 8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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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대학병원들을 중심으로 관행적인 '3분진료' 벽을 깨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특정과 중심으로 초진환자의 진료 시간을 15분으로 확대해 정확히 진찰함으로써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제대로된 환자중심 의료서비스를 실현하겠다는 취지다.


    '3개월 예약대기, 3시간 진료대기, 3분 총알진료'의 공식을 허무는 데 중심에 서있는 대학병원은 서울대병원이다.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임재준 교수는 지난 2015년 대학병원 최초로 환자당 평균 진료시간을 5배 늘린 '15분 진료'를 시도해왔다.


    서울대병원은 오는 9월부터 1년간 11개과에서 초진환자를 대상으로 15분진료를 시범적용한다.


    ▲호흡기내과 임재준 교수 ▲내분비내과 김정희 교수 ▲알레르기내과 강혜련 교수 ▲신경외과 김용휘·김치헌 교수 ▲소아정형외과 조태준 교수 ▲소아청소년과·심장 김기범 교수 ▲소아청소년과·신경 채종희 교수 ▲소아청소년과·신장 하일수 교수 ▲유방외과 문형곤 교수 ▲피부과 정진호 교수 ▲산부인과 김석현 교수 등 젊은 교수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시범사업 기간 교수 1명당 진료를 봐야 할 초진환자 비율을 약 10%로 예상되며, 의사의 판단을 통해 깊은 상담이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15분 진료가 적용된다. 서울대병원은 이번 시범사업이 종료되면 내부 평가를 통해 지속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대병원의 시도를 통해 분당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도 15분진료가 시도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이연주 교수도 지난 3월부터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퇴원 뒤 외래진료를 찾은 환자를 대상으로 15분진료를 적용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지난 3월 심장질환 첫방문 클리닉을 열고, 초진환자들에 대해 15~20분 정도로 진료시간을 대폭 늘렸다.


    ◆검사료 절반 감소되는 효과, 문제는 수가 보상

    대학병원들이 15분진료를 도입함으로써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각종 검사료의 감소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에서 15분 진료를 실시하자 해당 환자들의 총의료비는 15만원선으로 그렇지 않은 환자 평균 진료비 20만원보다 대폭 적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검사비만 보면 15분진료 환자는 8만원정도, 3분진료 환자는 16만원정도로 2배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진료시간이 늘어나면 진료 보는 환자 수가 줄어들어 의료 수익 감소로 직결되는데, 적절한 수가 보상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심층진찰료 수가를 마련하기 위해 연구에 돌입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르면 8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15분진료에 대한 수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 3분 진료 시 수가는 2만6700원인데, 현재 의료수가는 원가의 80% 정도 선에 머무른다"면서 "심층수가가 생긴다고 해도 이미 원가를 보전하지 못하는 수가체계 속에서 만족스럽게 반영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15분진료가 이뤄지게 되면 대기시간이 길어질뿐 아니라, 15분진료를 받고 싶은 환자들이 더 몰리며 대기시간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면서 "제대로 된 수가체계 개편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