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한림대의료원·세브란스병원 등 인력·설계 조정… 과밀화 해소 노력
  • '콩나물시루' 같았던 대학병원 응급실이 환골탈태하고 있다. 대학병원들이 응급실 인력 운영 방식과 설계의 전환을 통해 최적의 응급진료를 위한 실험을 잇따라 시도하고 있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과 한림대춘천성심병원·한강성심병원, 연세세브란스병원 등 대학병원들이 응급실 체류시간 단축과 과밀화 해소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우선 서울대병원은 국내 대학 최초로 중증 응급환자를 처음부터 인턴이나 전공의가 아닌 교수가 직접 진료하는 '응급실 전담교수 진료시스템' 이달 초 도입해 시행 중이다.


  • 서울대병원 응급실 ⓒ연합뉴스
    ▲ 서울대병원 응급실 ⓒ연합뉴스

    대개 인턴이나 전공의가 먼저 진료한 후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의뢰하고, 타과 협진이 필요한 환자에 대해서는 해당과 전공의 진료 후 해당과 교수가 진료해왔던 종전과 달리 훨씬 빠르게 최종 진단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응급의학과, 내과, 외과, 신경외과, 신경과 교수 등 총 6명의 전담교수도 채용했다. 전담 교수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12시간 정도 근무한다.


    서울대병원 신상도 응급의학과장은 "이번 시스템 도입으로 일반 외래 및 입원환자 진료를 하지 않고, 응급실 환자의 협진만을 전담할 타과 교수를 채용해 응급실에 상주토록 함으로써 응급환자 진료에 만전을 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춘천성심병원 응급실 ⓒ한림대의료원
    ▲ 춘천성심병원 응급실 ⓒ한림대의료원

    한림대한강성심병원과 춘천성심병원은 서울대병원과 유사한 방식의 인력 운영을 이미 작년부터 시도해오고 있다. 병원 응급센터와 한림대 의료경영연구소는 자체 연구 결과를 통해 실제 진료시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전공의 호출 횟수와 응급관리료, 중증도, 연령대라는 점을 도출했다.

    이에 따라 응급관리료나 중증도 등은 배제하고 응급의료센터에서 개선할 수 있는 전공의 호출횟수 제한을 통해 진료시간 단축을 도모했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실제로 효과는 있었다. 중증환자가 응급실에 있는 전국 평균 시간이 6.7시간인 것에 비해 지난해 춘천성심병원에 머문 3.2시간(2016년 8월~2017년 7월)으로 나타났다. 진료 대기시간도 2014년 21분에서 13분으로 줄었다.


    앞선 병원들이 전문의 인력 운영 방식을 전환했다면 연세세브란스병원은 응급실 구조를 싹 뜯어고쳤다. 국내 최초로 응급실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사각형 응급실'을 도입한 것. 사각형 응급실은 의료진이 사각형 안쪽에 배치돼 환자 진료 구역과 처치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점이 특징이다.

    규모도 대대적으로 확충됐다. 기존 규모의 약 2.2배 이상 확장돼 1000평(3300㎡)에 달한다. 의료진은 방사형 평면공간에서 근무하면서 환자 관찰을 위한 시야 확보가 용이하고 치료를 위한 동선이 짧아지는 이점이 있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 연세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이 과밀화 해소를 위해 대대적으로 변화했다. ⓒ연세의료원
    ▲ 연세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이 과밀화 해소를 위해 대대적으로 변화했다. ⓒ연세의료원


    하드웨어의 손질뿐 아니라 신속하고 효율적인 응급진료를 위한 각종 시스템도 구축됐다. 우선 전문간호사가 실시하는 내원 환자분류(트리아제)제도를 도입해 응급 환자를 중증도에 따라 1등급에서부터 5등급으로 평가하고 1~3등급으로 판정 받은 중증환자는 연령 별로 모두 52병상으로 구성된 성인응급 구역과 소아응급구역으로 나뉘어 분산된다.

    응급환자의 신속한 진단을 위한 센터 내 자체 검사 장비도 확충했다. 5명의 간호 인력이 24시간 활동하게 될 전원 전담 코디네이터 제도를 통해 타 의료기관에서부터의 이송을 조정하고 원내 각 임상과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지속해 신속한 진료 흐름이 이어지는 데 도움을 주도록 했다.


    연세세브란스병원 박인철 응급진료센터소장은 "1년간 치밀한 사전 검토와 구상에 이은 11개월간의 단계적 공사를 통해 진정한 사용자 중심의 전문 응급진료 공간으로 거듭났다"면서 "지금까지 아쉬움으로 남았던 응급진료센터의 문제점들을 일거에 개선했다"고 전했다.


    대학병원 응급실의 과밀화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의료기관 응급실 진료질 강화를 위해 평가 시 과밀화 정도를 반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전국 414개 응급의료기관에 대해 응급실 과밀화 지수를 평가한 결과 서울대병원, 의정부성모,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일부 의료기관의 병상포화지수가 100%를 초과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림대의료원 관계자는 "응급실 과밀화 지수를 해소해야 환자들이 빨리 치료를 받을 수 있고, 결국 의료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면서 "이전보다도 의료 질에 대한 환자 요구가 높은 만큼 병원 차원에서도 의료 질을 개선하기 위한 궁극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