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역사 국가귀속, 고용문제와 직결… 입점업체 직원 불안감 높아져
  • ▲ 롯데마트 서울역점. ⓒ진범용 기자
    ▲ 롯데마트 서울역점. ⓒ진범용 기자


    정부가 올해 말 점용 기간(30년)이 만료되는 3곳(영등포역, 구서울역, 동인천역)을 국가 귀속하기로 밝히면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운영하는 롯데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있다. 정부가 1~2년 임시사용허가 방침을 밝히기는 했지만, 점포 존속 여부는 미정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임시 사용허가가 내려지면 사업자 및 임대업체는 일단은 영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재입찰을 통해 신규 사업자가 선정되면 점포를 비워야 한다. 국가귀속 이후에는 법적으로 재임대도 불가능해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사실상 롯데의 손을 떠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롯데는 핵심점포 2곳을 동시에 잃게 되는 셈이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1987년 이후 3차례에 걸친 증축으로 2556억원을 투자한 롯데의 핵심점포다. 3년 연평균 매출액도 1500억원으로 55개 점포(아울렛 포함) 중 4위다.

    롯데마트 서울역점 역시 전국 120개 점포 중 매출 1~2위를 다툴 정도로 롯데의 핵심시설이다. 서울역과 연결돼 외국인 고객도 많아 전략점포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민자역사 국가귀속이 롯데에 뼈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민자역사 국가귀속은 고용문제와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다양한 우려가 나온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자사 직원 200명, 용역·입점업체 직원 2800명가량이 근무하고 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도 본사와 협력업체 인원을 합쳐 750명 정도가 근무 중이다.

    본사 직원들의 경우 점포가 문을 닫게 되면 다른 점포로 이동이 가능하지만, 기타 인력들은 당장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한 협력사 직원은 "(점포가) 문 닫을 거라 생각하지 않지만, 불안한 것은 숨길 수 없다"며 "우리에게는 생계가 달린 문제"라고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도 지난해 특허 획득해 실패해 문을 닫았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폐점 당시 정직원 150명은 타부서 전보 및 휴업휴직(유급휴가)이 시행됐다. 휴업휴직은 순환식 유급휴가로 3개월 동안 받는 금액의 70%만 지급됐다. 1000여명에 달했던 판촉직원들은 대부분은 퇴사 및 원치 않는 매장으로 이동한 바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유예기간 동안 입점 업체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입점업체 직원들의 불안감 잠재우기에 나서고 있다.

  • ▲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진범용 기자
    ▲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진범용 기자


    하지만 민자역사가 국가에 귀속되면 현재와 같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로 운영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자역사가 국유재산이 되면 국유재산법 적용을 받아 임대 기간이 현재 30년에서 최장 10년으로 줄어들고 재임대도 불가능하다. 장기적으로 사업 운영이 어려워 입찰에 참여할 기업이 없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영등포 및 서울역의 사례는 향후 용산역사, 왕십리역사, 신촌역사 등 13개 민자역사에도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이유로 재임대 금지를 비롯해 최장 10년으로 정해진 조항 등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의 특성상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시설투자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백화점의 경우는 10년 안에 투자비 회수가 대부분 불가능하다"며 "영등포와 서울역점의 사례가 남은 민자역사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기업 입장과 고용자들의 입장을 종합해 정부가 조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