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범 농협계좌 정지해주세요” 요청에 “씨티는 막았으니 농협은 직접 막으세요” 상담원과 전화 두 번, 그 사이 돈 빠져나가 씨티은행 “상담사 2명 모두 업무 미숙” 발뺌 소비자단체 “신고 후 발생한 피해는 은행책임”
  • ▲ 씨티은행 본점 ⓒ 뉴데일리 이미화 기자
    ▲ 씨티은행 본점 ⓒ 뉴데일리 이미화 기자

“제가 보이스피싱을 당해서
돈이 송금됐다고 하는데,
다 정지해주세요...”


최근 김은혜(가명)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씨티은행 상담원에게 지급정지 요청을 했다.
피싱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사기범이 이체된 돈을 찾아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김 씨에 따르면,
지난 7월17일 혼자 집에 있던 중
본인을 <부산지방검찰청> 직원이라고 밝히는 사람에게
전화를 받았다. 
“김은혜씨 맞나? 
당신의 통장이 돈세탁에 이용됐다. 
피해자인지 피의자인지 확인을 해야 하니
지금 당장 부산지검으로 조사받으러 오라”
 
   - <부산지검> 사칭 피싱 사기범


본인이 범죄에 연루됐다고
생각이 되자 두려움이 앞섰다. 

“김은혜 씨의 계좌를 조사해야 된다.
지금 <전자금융민원센터>로 접속해라. 

거기에 나와 있는 데로,
계좌번호를 입력해라.
다음으로 보안카드 번호를 입력해라”

 

김 씨는 시키는대로 개인정보를 입력했다.

집에 찾아온 친구가 [뭔가 이상하다]고 하자,
그제서야 머리가 <띵~>해지며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침착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112로 전화를 걸어 보이스피싱 신고를 했다.
 
“부산지검에서,
전화가 했다는 말에,
겁이 덜컥 났다.

당장 부산으로 내려갈 수도 없고 해서
<검사>라는 사람 말을 따랐다.

피싱인 것을 깨닫고
112로 전화를 걸자,
바로 씨티은행에 연결돼
보이스피싱 사실을 신고했다.”
  - <피해자> 김은혜 씨


씨티은행 상담사와 통화신고 녹취에 따르면,

 “보이스피싱을 당해 현금서비스를 받아, 
(사기꾼의)계좌로 송금했다.
경찰에도 연락했다.
사기건이니 모두 (지급)정지해 달라”
  - <피해자> 김은혜 씨


“씨티카드에서 460만원을,
현금서비스 신청한 내용이 확인된다.
(씨티은행 계좌에 있던 금액을 포함해)
총 599만원이 이미 농협계좌로 출금됐다.

씨티은행 계좌만 지급정지해주겠다.
농협은 본인이 직접해야 한다”

  - <씨티은행> 상담사


김 씨는,
[상대방계좌도 지급 정지할 수 있다]
경찰의 말을 듣고
다시 전화를 걸어 2차 신고했다.

씨티 측의 답변은
[타사은행의 지급정지는 개인이 직접 하라]는 말뿐이었다.

2번이나 [타사계좌의 지급정지는 불가하다]는
답변은 들은 김씨는
농협에 직접 지급정지를 요청했다.

이미 농협계좌에서는 돈이 모두 빠져버린 상태였다. 

“부산지검을 사칭한 사기범과 통화 직후
112로 전화했다.

이후 씨티은행에서
농협 계좌 지급정지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가능하다고 해
2차로 씨티에 전화했지만
또다시 거절당했다.

농협에 전화한 시점은
30분이 지난 후였다.

씨티은행에서
바로 농협 계좌 지급정지를 요청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 <피해자> 김은혜 씨


이후 김 씨는
경찰(112)과 함께
씨티은행 점포를 방문했다.

시각을 다투는 사건이니 만큼
즉각 처리될 것이라 여겼던
김씨의 생각과는 달리
30분이 지난 후에야 상담받을 수 있었고,
지점장이 직접 나와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보이스피싱이라고 설명하지 않아 접수되지 않았다]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녹취록을 거론하며 <보이스피싱>이라
여러 차례 정확하게 말했다고 하자,
 이번에는 <해킹> 사건으로 간주해
<보이스피싱>으로 접수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599만원이 불법 이체된 것에 대해
씨티은행은
보안상이나 상담처리 과정에
과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상담을 약속했지만
전화연락도 받지 않는다.

더 이상 사건에 대한
설명이나 사과도 없다”
  - <피해자> 김은혜 씨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112에 신고하면
해당 은행은 즉시 타사의 계좌도 지급정지를 의뢰해야 한다. 

“피해자의 돈이 사기범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신고 후 상대방은행 계좌도 지급정지 해야 한다”
  - <금감원> 장길호 서민금융지원국 서민금융사기대응팀 선임조사역

 

 

“은행에서 접수를 누락했다면 
신고한 시점을 따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즉, 계좌에 잔액이 남아,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그 금액만큼 책임을 따져야 한다.
지급정지 신청이후라면
금융사에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상담사는 소비자보다
금융지식도 높고
용어에 대해서도 잘 안다.

소비자가 용어를 모르더라도
상황을 파악해 처리해줘야 한다.

신고했는데도 피싱사기범이
돈을 빼가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근무태만이다”
   -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팀장


씨티은행은 뒤늦게 일부 과실에 대해 인정했다.

 
“민원인이 두 번에 거쳐
씨티은행과 씨티카드 상담과 통화를 하고
보이스피싱 신고를 했다.

공교롭게도
1차 상담시에는 신입직원이 받았고,
2차는 카드 전담직원이 통화해
농협계좌 지급정지를 하지 못했다.

업무담당자의 미숙함 때문에 안내를 잘못했다.

보이스피싱 신고 접수가
누락된 것은 아니다.

농협계좌에 대한
지급정지는 못했지만
씨티카드와 계좌에 대한 조치는
모두 취했다.

사건에 대해 충분히 규명되면
금전적 보상부분도 이뤄질 수 있다”
 
   - <씨티은행> 허갑승 부부장


씨티은행은
농협, SC은행과 함께
지난 4월 금감원의 <2012년도 금융회사 민원발생 평가>에서
최하위인 5등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