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생산라인 `스톱'…1천억 손실 예상정부, 상급단체 동참 등 파급효과 촉각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조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점거파업을 벌인지 22일로 8일째에 접어들었다.

    고용노동부는 노조의 파업 목적이 정규직 전환으로 근로조건과 무관한 불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파업 결의로 파장이 노동ㆍ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특히 비정규직 노조의 점거 파업이 대표적인 기간산업 생산라인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엄청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자동차 제조와 수출 전선에 막대한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향후 다른 대형 사업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사측은 이번 파업에 맞서 일부 생산라인의 조업을 중단하는 등 강경 대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알려져 사태가 전례 없는 대치 국면으로 치닫을 가능성도 있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현대차는 이날부터 조업 단축에 들어갔으며 사태가 더 악화하면 울산공장 1공장이 아예 휴업할 가능성도 있다.

    ◇`정규직 전환' 요구 vs `불법' 엄단

    지난 7월 대법원이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한 재판 결과가 파업의 시발점이었다.

    서울고법에서 아직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지만 현대차 울산공장의 비정규직 노조는 판결에 따라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야 한다며 지난 15일 파업에 들어가 1공장 등을 점거했다.

    고용노동부는 파업이 정규직 전환을 요구 조건을 내건 것으로 근로조건과는 무관하다며 명백한 불법이라는 해석을 내렸다.

    '노동자의 지위 확인 요구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이 아니어서 파업의 목적이 될 수 없다'는 노동관계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

    중앙노동위원회도 노조가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하자 "현대차와 비정규직 노조는 서로 직접 고용관계라고 단정할 수 없고 노동쟁의 요건을 충족하지도 않았다"는 내용의 행정지도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중재의 어려움도 뒤따른다. 현대차가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조의 직접 교섭 대상이 아니라서 정부가 노사 양측 입장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내하청업체 노조가 하청업체가 아니라 원청업체인 현대차를 상대로 파업하는 것은 파업 요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며 "노조 측에는 파업을 자제하라는 지도 공문을 발송하기는 했지만 교섭 대상 당사자가 아닌 현대차에는 문제해결을 위해 어떻게 하라고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속노조는 파업을 지지하며 이날 오후 대의원대회를 열어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의 지원을 위한 파업을 결의할 예정이다.

    정부 차원에서 뾰족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가운데 고용부는 금속노조의 파업 역시 불법으로 규정하고 지원 파업의 파급 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파업 장기화…생산 차질 우려

    중재가 어려운 상황에서 양측의 입장 차이도 커 사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쉽게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현대차 일부 공장의 가동이 전면 중단돼 자동차 생산과 수출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노조의 점거 농성으로 1공장 등이 가동되지 못해 발생한 생산손실액은 현재까지 1천억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대차는 노조가 점거 파업을 벌이는 울산 1공장에 대해 이날부터 단계적 조업단축에 들어갔다. 울산 1공장은 베르나와 클릭, 신형 엑센트 등 소형차를 주로 생산하는 공장이다.

    울산공장 파업은 현대차의 다른 지역 공장에도 영향을 미쳐 이날 전주공장 비정규직 노조도 정규직화를 요구하면서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이 길어짐에 따라 울산 1공장이 전면 휴업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강호돈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부사장은 이날 전 직원에게 보낸 가정통신문을 통해 "사태가 장기화해 정상적인 생산라인 운영이 불가능하면 회사는 조업단축뿐 아니라 휴업조치까지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민노총과 금속노조 등 상급단체의 지원이 불을 붙여 파업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속노조의 파업 결의와 민노총의 지원이 이어지면 이번 사태가 `현대차와 노조의 갈등'에서 `전체 비정규 노동자 문제'로 전선이 확대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민노총은 24일 금속노조 간부 결의대회를 현대차 정문에서 개최하는 것은 물론 사측이 파업 중인 비정규직 근로자를 탄압하면 전국 수만명의 조합원이 현대차 공장으로 집결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금속노조가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불법 행위가 있을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