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위자료 '1조3800억→1380억' 될 수도… 최태원측 "재판부, 상속분 10배 축소"

"항소심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이 승계상속한 부분을 과소평가하면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17일 이혼소송과 관련한 재산분할에 대한 법원 판결에 반박한 논리의 핵심은 이 부분이다.

SK 그룹의 현재 위상을 쌓은데 가장 기여도가 큰 인물은 최 회장이 아닌 부친인 최종현 전 SK 회장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최 전 회장에게서 물려받은 상속분은 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특유재산이란 논리다.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1998년 이전 시기는 최종현 선대회장에 의해 성장했으므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기여가 있을 수 없는 기간"이라며 "이후의 시기는 최 회장의 경영 활동으로 성장한 시기이므로 노 관장의 내조가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구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K 측에 따르면 최 선대회장은 1994년 최 회장에게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약 2억8000만원을 증여했다. 최 회장은 이 돈으로 70만주를 주당 400원에 매수했다.

4년 뒤 대한텔레콤은 SK C&C로 사명을 바꿨고 2007년 3월과 2009년 4월 각각 1:20, 1:2.5로 액면분할을 거쳤다. 최초 명목 가액의 1/50로 줄어든 셈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대한텔레콤 주식을 처음 취득했을 때 가치를 주당 8원, 최 선해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에는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에는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하지만 두 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는 주당 1000원으로 1/10로 평가절하됐다는 게 최 회장 측 주장이다.

정리하면 최 선대회장이 경영을 하던 과정에서 지분 가치는 125배 증가했다는 것으로 재판부가 산정한 12.5배는 10배나 축소된 것이다. 이 논리를 대입하면 재판부가 판시한 최 회장의 기여부분인 355배도 35.5배로 줄어들게 된다.

사실상 100배 왜곡이 발생하는 셈이다. 만약 재판부가 최 회장의 상고를 받아들인다면 1조3800억원으로 판시한 재산 분할액은 이론상 1380억원으로 줄어들 여지가 있다.

이 변호사는 "SK㈜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결정하고 분할 비율 산정 시에도 이를 고려하였기에 앞선 치명적 오류를 정정한 후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 비자금이 SK그룹 성장에 기여했다는 법원 판단에 대해서도 강한 유감이 이어졌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은 "이번 항소심 판결로 SK그룹 성장 역사와 가치가 크게 훼손된 만큼 이혼 재판은 이제 회장 개인의 문제를 넘어 그룹 차원의 문제가 됐다"면서 "6공의 유무형 지원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법원 판단만은 상고심에서 반드시 바로잡고 싶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6공화국 기간인 1987년부터 1992년까지 10대 기업의 매출 성장률을 보면 SK는 1.8배로 9위에 그쳤다. 가장 매출 성장률이 컸던 곳은 대우 그룹이었다.

이 위원장은 "SK는 6공 지원을 받아 성장한 기업이 아니라 6공과의 관계로 오랜 기간 회사 이미지와 사업 추진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이번 판결은 입증된 바 없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회사의 역사와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