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실종자,살인ㆍ테러 피해자 등 망라
  • 영국의 타블로이드 일요신문 뉴스오브더월드가 정계 및 연예계 유명 인사 뿐만 아니라 실종 소녀, 테러 사망자 가족 등의 휴대전화까지 무분별하게 해킹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신문사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현재 경찰의 전면 재조사가 진행중인 이번 사건에 대해 의회 차원의 공개 청문회가 실시돼야 한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뉴스오브더월드는 지난 2007년 4월 왕실 인사들에 대한 휴대전화 음성 메시지 해킹 사실이 처음 밝혀진 뒤 올들어 경찰의 재수사를 통해 그동안 감춰졌던 해킹 피해자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지금까지 유명 여배우 시에나 밀러와 스카이뉴스의 유명 스포츠 해설자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신문사측으로부터 배상을 받아냈다.

    전직 총리인 고든 브라운과 토니 블레어를 비롯해 최근 결혼한 케이트 미들턴, 영화배우 주드로,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맨유 소속 라이언 긱스 등도 피해를 당했는지 여부에 대해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실종자는 물론 살인사건 피해자 부모의 휴대전화에 이어 2005년 발생한 7.7 테러 희생자들 친인척의 휴대전화까지 해킹을 당했다는 새로운 증언도 나왔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고구마 줄기 캐듯 피해자로 추정되는 인사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뉴스오브월드는 왕실, 정치인, 배우, 가수 등 유명인들의 사생활을 집중적으로 캐내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5일 직접 나서 "휴대전화 해킹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말 충격적인 일"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캐머런 총리 또한 이번 사건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아 청문회가 열리면 증인으로 출석할 수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예상했다.

    휴대전화 메시지 해킹 사실이 처음 법원에서 유죄로 드러날 당시인 2007년 편집인이었던 앤디 쿨슨은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가 지난해 5월 보수당이 집권한 뒤 캐머런 총리의 공보 책임자를 맡았기 때문이다.

    그는 올들어 후배 기자들에게 해킹을 독려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사퇴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번 사건으로 현재까지 기자 1명이 징역형을 받았고 추가로 기자와 편집간부 등이 구속됐다.

    뉴스오브더월드를 소유하고 있는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의 영국내 자회사인 유스인터내셔널은 잘못을 사과하고 배상을 위한 기금을 내놓는 등 대책을 마련중이지만 파문을 진화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영국 하원은 6일 이번 사건에 대해 공개 청문회를 진행할지 여부를 놓고 내부 논의에 착수했고, 자동차 회사인 포드사와 로이즈뱅킹그룹, 버진 홀리데이 등은 광고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금융기관인 핼리팩스, 전력공급업체인 엔파워, 최대 유통업체인 테스코 등은 조사 결과에 따라 광고 중단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영국에서 더 타임스, 더선 등을 발행하는 머독이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BSkyB)까지 인수해 지나치게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가디언, 텔레그래프, 인디펜던트 등 영국 신문들과 공영방송 BBC도 해킹 사건에 대한 폭로성 보도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