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괴팅겐 보엠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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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 12만의 중부 독일의 작은 도시 괴팅겐 (Gottingen). 이른 아침부터 한 낮까지만 장이 서는 보엠마트(Wochenmarkt)를 찾았다. 보엠마트는 점포가 아닌 수레형 좌판 형태의 전통시장이다.

    채소 등 식료품이 주종을 이루지만 꽃을 전문으로 파는 꽃가게도 여러 군데가 있다. 

    보엠마트에 들어서면 어느 구석에 무슨 가게가 있는지 단골손님들의 눈은 저절로 바빠지게 된다.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주부나 시장바구니 든 노부부들의 모습도 많이 띤다.

    우리네 장터처럼 시끌벅적하지 않고 조용히 좌판이나 수례에 진열된 식료품들을 둘러보면서 웃음을 나눈 다음 물건을 팔고 사는 괴팅겐 사람들은 이곳에서 서로  정을 주고받는 소통의 공간이다.

    직접 기른 채소와 꽃을 팔고 현장에서 직접 굽는 빵 등을 파는 상인 수는 현재 70여명 정도. 장이 서는 날인 화, 목, 토요일 요일별로 물건을 팔러 나오는 상인 수가 다르다.

    보엠마트의 가게 자리와 문을 여는 시간, 파는 품목들은 다 시청에서 관리를 한다. 예를 들면 사장을 여는 날에 따라 자릿세도 조금씩 걷는다.

    보엠마트의 가게들은 문을 여는 2시간 전부터 준비를 한다. 장이 끝나면 상인들이 청소를 해야 하고 쓰레기는 모두 도로 가져간다.

    장터에서는 살아 있는 가축을 팔거나 그 자리에서 도축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모두 시에서 정하고 사청에는 보엠마트를 관리하는 직원이 따로 있다.

    시장 한복판에서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색소폰과 클라리넷 음악소리가 나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리브 가게 앞에 세 소녀가 열심히 독일 민요를 연주하고 있었다. 이 가게 개점 10주년을 기념하는 작은 장터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칼 가는 장비들을 싣고 와 부엌칼을 갈아 주고 칼을 파는 가게, 돌을 조각해서 만든 화분들을 몇 개 늘어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할아버지, 집에서 담근 애플술레(사과주스)를 병에 담아내다 놓고 파는 아저씨, 집에서 손수 기른 꽃들을 자동차에 가득 싣고 와 파는 아주머니,
    이동식 오픈에 불을 떼면서 중부 독일의 전통 호밀 흑빵을 구워 파는 중년 부부, 모두 열심히 사는 우리네 장터에서 보는 아줌마, 아저씨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독일도 기업형 대형 슈퍼마켓이 들어서면서 소형 자영업체나 전통시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대형 유통업체의 입점을 막는 ‘10% 가이드라인’ 을 정해 놓고 있다. 대형 마트가 들어와 지역의 작은 가게들의 매출이 10% 감소되면 규제를 하는 것이다.

    보엠마트가 있는 괴팅겐은 르네상스 시대 세워진 중세 도시다. 성으로 둘러싸인 시내 중심부의 구시가지와 그 주변의 신시가지로 나눠진다. 시 한복판에서는 1276년에 지어진 목골조 공법의 전통 가옥을 비롯해 고색창연한 독일 전통목조 건물들을 줄지어 늘어선  골목들이 있다.

    2차 세계대전의 폭격도 비켜 갔던 괴팅겐. 그 명성을 더욱 빛낸 것은 1734년에 문을 연 괴팅겐 게오르그 아우그스트 (Georg-August-Universitat Gottingen) 대학이다.  2만 4천여 명의 재학생들이 다니는 이 상아탑에서 그간 40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됐다.

    괴팅겐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학생은 많은 하객들의 축하 속에서 손수레를 타고 와서 삼페인을 마시면서 이 소녀에게 꽃을 선물하고 키스를 하는 전통 예식을 치른다.

    프라이부르크, 마르부르크, 하이델베르크 등과 함께 독일의 대표적인 대학도시인 괴팅겐의  구시청 앞 마르크트 광장 분수대에는 갠젤리젤이라 부르는 거위를 안고 있는 자그마한 소녀의 동상이 서 있다.

    도시 인구의 20%가 대학생인 괴팅겐은 보엠마트도 유명하지만 일요일 마다 구시청사와 교회 뒷골목에서 서는 벼룩시장도 볼거리다.

    오가는 손님들이나 물건을 파는 상인들이나 모두 흥정의 장이 아닌 축제 마당에 와 있는 듯 모두 밝은 표정으로 한 낮을 보내고 점심때가 조금 지나면 짐을 다시 싸들고 집으로 돌아간다. 보엠마트의 상인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