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환급 줄고 추징 늘고... 왜 우리만"
  • ▲ 최경환 부총리가 20일 연말정산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 최경환 부총리가 20일 연말정산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말정산에 성난 직장인들의 불만은 크게 세가지다. 무엇보다 예년에 비해 환급액이 줄어든 게 가장 서운하다. 300만명이 넘는 직장인들은 오히려 세금을 토해내야 하니 불만이 가득하다.

     

    여기에 기업들의 세금은 깎아주면서 유리지갑인 월급쟁이들에게만 유독 팍팍한 조세정책이 못마땅하다. 오락가락한 정부정책과 자기들이 합의해 놓고 싸움을 부축이듯 딴소리만 하는 정치권은 더욱 볼썽 사납다.

     

    성난 민심에 화들짝 놀란 정부는 "자녀 수와 노후 대비를 고려한 세제개편도 적극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야당은 '세액공제율을 높이자'고 나섰고 여당은 '출산과 부양가족 공제 확대'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 ▲ 300만명이 넘는 월급쟁이들이 세금을 토해내야 한다ⓒ
    ▲ 300만명이 넘는 월급쟁이들이 세금을 토해내야 한다ⓒ


    ◇ 300만명 추징...싱글세 다둥이세 논란 재연


    첫째는 전체적으로 많은 직장인들이 예년보다 세금 환급액이 줄었다는 이유다. '더 내고 더 받는' 소득공제에서 '덜 내고 덜 받는' 세액공제로 큰 틀이 바뀌면서 환급규모 전반이 감소했다.

     

    물론 정부는 '연봉 5500만원 이하 납세자는 손해 안 본다'고 적극 해명하고 있지만 의료비나 교육비 공제 등이 달라지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세금을 더 내는 사례가 많이 나온다. 싱글세 다둥이세 논란이 이는 대목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이 바뀐 세법을 적용해 연봉 2360만원∼3800만원 미혼 직장인의 올 납세액을 산출해보니 근로소득공제는 24만7500원 줄어든 반면 근로소득세액공제 증가는 7만4250원에 그쳤다.

     

    둘째는 세금을 오히려 더 내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데 있다. 고액 연봉자 중심으로 300여만명이 세금을 오히려 토해낼 형편이다. 정부 계산에 따르면 세부담이 늘어나는 연봉 5500만원 이상 월급쟁이는 전체의 15%가량으로 10명 중 1∼2명 꼴이다.

     

    국세통계연보 기준 전체 급여생활자는 1635만9000명, 이중 5000만원 초과자는 297만6000명으로 18.2%, 6000만원 초과자 206만5074명 12.6%이다. 5500만원 이상자는 대략 250만명이며 여기에 개인별 특별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300만명이 넘는다는 얘기다.

     

    더 내야하는 세금은 5500만~7000만원 근로자가 평균 2만~3만원, 7000만원 이상 160만명은 1인당 134만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렇게 늘어나는 세금을 1조2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저소득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 근로·자녀장려금으로 쓰기로 했다.

     

    셋째는 '유리지갑'의 상대적 박탈감이다. 지난해 세수입 현황을 보면 소득세는 3조9000억원 더 걷힌 반면 기업이 내는 법인세는 7000억원이 줄었다. 소득세가 법인세보다 더 많이 걷힌 역전현상은 2년전부터 나타났다.

     

    2000원이 오른 담뱃세수는 9조5000억원으로 종부세 1조3000억원의 7배가 넘는다. 주민세 자동차세도 오를 예정이고 교통범칙금도 역대 최대급으로 늘어났다.

     

  • ▲ 세액공제 대상의 팍팍해진 공제여건도 불만을 사고 있다ⓒ뉴데일리 DB
    ▲ 세액공제 대상의 팍팍해진 공제여건도 불만을 사고 있다ⓒ뉴데일리 DB

     

    ◇ 큰 틀 변화 '세액공제'...팍팍해진 공제요건 불만


    올 연말정산의 가장 큰 변화는 일부 항목의 공제방식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뀐 부분이다. 소득공제는 말 그대로 자기 연봉에서 공제액을 바로 제한 과세표준액에 6~38%의 세율을 매기는 방식으로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면이 많다.

     

    가령 최경환 부총리가 20일 긴급 브리핑에서 예로 들었듯이 2억 연봉자와 2000만원 근로자가 똑같이 교육비 300만원을 공제받을 경우 그 혜택은 각각 114만원과 18만원으로 편차가 컸다. 그래서 보험료라든지 교육비, 의료비, 기부금 등을 세액공제로 돌려 맨 나중에 세금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바꿔 조세형평과 소득재분배 기능을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취지다.

     

    문제는 공제요건이다. 부녀자 세액공제 50만원 적용대상이 종합소득금액 3000만원 이하로 제한됐다. 자녀 인적공제도 종전 자녀 6세 이하 한명 당 100만 원, 출생·입양 한명 당 200만 원, 자녀 2명 이상 다자녀 추가 공제가 다 없어졌다.

     

    대신 자녀 세액 공제로 통합돼 최종 세금에서 1명 15만원, 2명 30만원, 3명이상 기본 30만+1인당 추가 20만원을 빼주는 식으로 변경됐다.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등도 모두 12~15%의 세액 공제로 전환됐다. 월세액 공제도 75만원을 한도로 월세액의 10%를 세금에서 바로 빼주는 걸로 달라졌다.

     

  • ▲ ⓒ뉴데일리 DB
    ▲ ⓒ뉴데일리 DB

     

    ◇ 정부 "세제개편 적극 검토"...출산 부양가족 공제 늘지만 올해는 적용 불가

     

    많은 직장인이 예전보다 세금 환급액이 줄거나 세금을 오히려 더 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여론이 나빠지자 정부가 긴급 진화에 나섰다. 최경환 부총리는 20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공제항목 및 공제수준을 조정하는 등 자녀수, 노후대비 등을 감안한 근로소득세 세제개편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실제 연말정산 결과를 바탕으로 소득계층간 세부담 증감 및 형평성 등을 고려해 세부담이 적정화되도록 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자녀 수가 많은 가정에 돌아가는 혜택이 적고 노후 대비에 대해 세액공제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런 점을 올해 세제개편 과정에서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올해 중 간이세액표 개정을 통해 개인별 특성 등이 보다 정교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추가납부세액이 발생하는 경우 분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보완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 ▲ 성난 민심에 정부가 '세제개편' 적극 검토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뉴데일리 DB
    ▲ 성난 민심에 정부가 '세제개편' 적극 검토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뉴데일리 DB

     

    기재부는 아직 구체적인 조정항목 등을 결정하지 않았으나 자녀수 외에 2013년 세제개편 당시 폐지된 출산 공제 재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연금관련 공제에 대해서도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도 출산공제 부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는 연금관련 공제에 대해서도 조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기재부의 이같은 대책은 소득세법 개정 등이 필요한 사안으로 현재 진행되는 2014년 귀속 연말정산에는 적용이 불가능하다.

     

    여야 정치권도 각각 '출산과 부양가족 공제 확대' '세액공제율 일률 인상' 등을 뒤늦게 주장하고 나섰지만 변죽만 올린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